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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우 Oct 08. 2024

마스크를 착용하고 안내를 하라고요?

코로나 시기를 겪으며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라는 말이 있다. 그렇기에 변화된 환경에 놓이게 되는 상황이 있으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 환경에 자연스럽게 적응되어 간다 라는 뜻이기도 하다.


처음에 이 말을 보았을 때 적응이 불가능한 것도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지만, 일본에서 몇 년 간 살면서 확실히 그럴지도.라고 느꼈고 일본의 미술관에서 일을 하며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그럴지도 가 그렇더라라고 확신으로 바뀌었다.


한국,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팬더믹을 일으킨 코로나. 나는 그 시기 전후를 일본에서 지내게 되었고, 물론 어느 직업군에도 일상생활 어느 곳에도 강하고 깊고 길게 영향력을 끼쳤지만, 그건 내가 일을 하던 미술관도 마찬가지였다.


사태가 심각해지면 미술관이 영업을 못하고 휴관을 해야 했고, 일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그리고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전파하는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자연스레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밀폐된 공간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지 못하고 모이지 않게 되었다.


이전과는 상상도 못 할 정도로 손님수도 직원수도 줄어들기도 했고. 조금만 몸상태가 좋지 않으면 출근조차 불가능 해졌기에 당일 갑자기 결근을 하거나 조퇴를 하는 사람들도 늘어나서 다른사람이 잔업을 해야 하거나 혹은 한 사람당 업무가 더욱 늘어나는 경우도 일수였다.


하지만 솔직히 적응과 관련된 이 글을 적으면서 가장 먼저 떠올랐던 건, 마스크와 페이스실드가 아니었을까? 환절기나 감기가 걸렸을 때 정도로만 착용하던 마스크를 그것도 매일 착용해야 하는 것만으로도 불편하기 마련이었는데, 미술관에서 서비스직으로 일을 하다 보니 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로 몇 시간 동안 끊임없이 사람들과 대응하면서 이야기를 해야 했다.


심지어 코로나가 터지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면대면으로 업무를 하는 경우에는 마스크 위에 페이스실드라는 보호구(?)를 겹겹이 착용하고 업무를 진행해야 했던 적도 있었다. 아마 일본뿐만 아니라 서비스직에 코로나 시기에 종사했던 사람들은 모두 경험해 본 적이 있지 않았을까?


처음에는 정말로 숨이 턱턱 막혔다. 그냥 마스크 쓰는 것 만으로 답답한데 거기에다 한 겹이 더 씌워진다. 실드에 뽀얗게 입김이 서려서 눈앞이 보이지 않아 닦아가면서 표를 확인해나가야 했던 경우도 있었고, 그 상태로 말을 많이 하다 보니깐 숨을 고르며 일을 하지 않으면 산소가 부족해서 두통이 생길 정도였다.


하지만, 이 또한 적응이 되더라.


처음에는 불가능할 것 같던 일들도 반복하고 익숙해지니 적응을 하며 업무를 진행하게 되고, 마스크를 쓰지 않는 일상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다고 느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몇 년이라는 시간을 마스크를 쓰고 생활하던 시기를 지내면서 코로나가 잠잠해지고 나서 마스크를 벗으니 굉장히 어색했다. 그 몇 년이라는 시간도 무시할게 못되더라.


인간은 환경에 적응을 한다. 하지만 무조건적으로 적응을 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고 방법을 모색하면서 적응을 하도록 노력한다. 그 이유는 퍼즐은 변하지 않고 완벽하게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지만, 인간은 변할 수 있고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다.


과연 코로나 시기 없이 계속 미술관에서 일을 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던 적도 있었지만, 나는 그 시기를 겪으며 미술관에서 일을 했고, 그로 인해 한국에 몇 년 간 오지 못하거나, 사람들과 많이 만나는 직업을 하며 친구들도 되도록 만나는 걸 줄이거나, 휴일에 원하는 곳도 못 가보는 등 많은 제약들도 많았지만. 그 시기에 다른 본업을 하지 못하여 일을 하러 온 다양한 직업군의 동료들을 만날 수도 있었고, 친구와 만나지 못하는 대신 혼자서 다양한 곳을 여행하거나 취미를 찾을 수도 있었고. 그 상황에 적응을 하며 그렇게 일본에서 살아왔지 않았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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