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할 수 있을지도 몰라서 언급하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쉬는 날 자체는 싫어하지 않는다. 오히려 무척이나 반기고 무척이나 좋아한다. 하지만 그게 정말 내가 쉴 수 있는 날이라면 말이다.
캘린더상으로는 별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5년간 일본에서 살아보면서 느꼈던 건 일본은 한국에 비해 공휴일이 빨리 돌아오고, 긴 연휴가많았다는 이미지가 남아있다.
연말연시(年末年始), 골덴위크(ゴールデンウィーク/GW), 오봉연휴(お盆休み)와 같은 짧으면 4일, 유급휴가를 써서 길게 만들면 최대 10일까지도 쉴 수 있는 긴 연휴기간에는 일본 내에서도 성수기 시즌으로 국내여행이나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들도 많다. 그리고 할로윈, 크리스마스, 연말연시가 이어지는 10월부터 1월까지의 시즌이나 방학시즌도 나에게 있어서는 미니 연휴와 같은 감각이었다.
물론 서비스업에 종사했던 나에게 있어서 이 연휴(連休)란 연속된 휴일이라는 한자의 의미처럼 여유롭고 휴식을 취할 수 있던 시기가 아닌, 가장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연속근무(連勤)가 되어버리는 마법과도 같은 날이었지만 말이다. 그래서 한국에 있던 친구들과 연락할 때 일본은 곧 연휴겠네!라는 말을 들으면 조금 씁쓸한 미소가 지어졌던 건, '또 연휴야?'라는 생각이 들었던 건 그런 이유에서 이지 않았을까.
나도 사람인지라 바쁘고 힘든 것 그 자체를 좋아하는 건 아니다. 일하는 것보다는 쉬는 게 더 좋다. 하지만, 일본의 미술관에서 코로나 전후를 근무해 보면서 이 휴일에 대한 감각이 조금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휴일의 입장권은 평일보다 티켓 물량이 조금 더 많을 때도 있고, 표가 전부 매진이 되는 경우도 허다했다. 그렇기에 손님이 몇 배로 느는 만큼 일도 평소보다도 더 바쁘고 힘든 게 당연했지만, 보러 오는 손님이 있기에 일을 할 수 있는 게 아닐까라고. 언제 일을 할 수 있을까 무기한으로 기다리는 것보다는, 손님이 오기를 가만히 서서 기다리는 것보다는 오히려 바쁜 게 낫다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미술관의 안내직은 미술작품에 있어서 작가의 작품에 담긴 의도와 그것을 보러 온 사람들의 감상에 개입을 할 정도로 엄청난 위치에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미술관과, 작품과, 손님을 이을 수 있는 다리 역할은 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고 그렇게 생각한다.
공휴일에 근무를 할 때면 평소보다도 유독 가족 단위의 손님들이 많았다. 그분들도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일을 하다가 휴일에 이렇게 시간을 내셔서 오셨구나라고. 가족들과 시간을 내 방문해 준 이곳에서 좋은 추억을 남기고 가셨으면 좋겠다라고. 손님들의 미소를 바라보며, 나의 휴일을 기다리며 그렇게 연휴를 이겨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