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섯 번째 고백.

너는 사과를 좋아할까.

by 김로기

아가.

나는 원래 고기를 엄청 좋아하던 사람이었어.

그런데 웬걸.

너를 가진 이후로는

고기는 입에도 대고 싶지 않아 졌어.

처음에야 입덧 때문인가 보다 했는데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도

고기 굽는 냄새가

그다지 좋게 느껴지지 않더라고

임신했을 때 저마다 끌리는 음식들이 있다고들 하던데

우리 아가를 가진 이후로는

유독 사과를 많이 먹었던 것 같아.

그전에는 잘 챙겨 먹지도 않았던 과일을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아침에 내 손으로 깎아 먹고 있는 걸 보니

혹시 네가 유난히 사과를 좋아하는 건 아닐까 싶어서

매일매일 습관처럼 사과를 먹었던 것 같아.

다행히 건강에 나쁜 음식도 아니고

그리 비싼 과일도 아니었던 터라

매일 아침 반쪽씩 먹는 사과가 그렇게 좋았어.

이제는 사과의 향도 맛도 기억에 남을 정도로

가장 좋아하는 과일이 되어버렸고.

덕분에 양가 할머니들은

우리 집에 사과가 끊길 새가 없이

맛있는 사과를 사다 나르기 바빴고 말이야.

그래서 궁금해졌어.

네가 정말 사과를 좋아하는지.

태어나 사과 한입을 베어 물기까지

아직 꽤나 긴 시간이 남았지만

그날이 오면 알 수 있겠지.

지금 내가 먹고 있는 사과가

정말 네가 원해서였는지 말이야.

그날을 기다리고 있을게.

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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