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힘내세요.
아가.
요즘 너희 아빠가 조금 힘이 드나 봐.
무슨 일이든 힘들지 않은 일은 없다지만
그래도 나는 조금 걱정이 돼.
퇴근길에 걸려오는 전화 목소리만 들어도
오늘은 어떤 기분으로 하루를 보냈는지
알 수 있거든.
그런데 요즘 들어
부쩍 축 늘어진 목소리를 자주 듣곤 하는 것 같아.
물론 딴에는 감춰보려 애를 쓰고 있겠지만
그 정도 얕은 수로는
나를 속일 수 없다는 걸
아직 너희 아빠는 잘 모르나 봐.
네가 있기 전에도
나는 마치 아이를 한 명 키우는 기분으로
네 아빠와 함께 살았던 것 같아.
마냥 안쓰럽고
때로는 물가에 내어 놓은 아이처럼 조마조마하고
작은 말에도 잘 상처받는 덩치만 큰 어린아이와 함께.
그런 너희 아빠와도 벌써 이십 년 가까이 함께 지내오면서
아마 지금이 가장 힘든 시기가 아닐까 싶어.
물론 네가 있기에
그 힘든 시기를 잘 버텨주고 있는 것 같아서
두 사람 모두에게 감사한 일이지만 말이야.
네 아빠가 얼른 해맑던 그 전의 모습을 되찾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너와 내가 그런 아빠에게
더 힘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면서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