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다섯 번째 고백

아빠 힘내세요.

by 김로기

아가.

요즘 너희 아빠가 조금 힘이 드나 봐.

무슨 일이든 힘들지 않은 일은 없다지만

그래도 나는 조금 걱정이 돼.

퇴근길에 걸려오는 전화 목소리만 들어도

오늘은 어떤 기분으로 하루를 보냈는지

알 수 있거든.

그런데 요즘 들어

부쩍 축 늘어진 목소리를 자주 듣곤 하는 것 같아.

물론 딴에는 감춰보려 애를 쓰고 있겠지만

그 정도 얕은 수로는

나를 속일 수 없다는 걸

아직 너희 아빠는 잘 모르나 봐.

네가 있기 전에도

나는 마치 아이를 한 명 키우는 기분으로

네 아빠와 함께 살았던 것 같아.

마냥 안쓰럽고

때로는 물가에 내어 놓은 아이처럼 조마조마하고

작은 말에도 잘 상처받는 덩치만 큰 어린아이와 함께.

그런 너희 아빠와도 벌써 이십 년 가까이 함께 지내오면서

아마 지금이 가장 힘든 시기가 아닐까 싶어.

물론 네가 있기에

그 힘든 시기를 잘 버텨주고 있는 것 같아서

두 사람 모두에게 감사한 일이지만 말이야.

네 아빠가 얼른 해맑던 그 전의 모습을 되찾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너와 내가 그런 아빠에게

더 힘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면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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