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네 번째 고백

나를 엄마로 만든 공식적인 그날.

by 김로기

오늘은 나의 엄마.

곧 너의 할머니가 될 사람과 함께 점심을 먹었어.

네가 우리에게로 와줬다는 소식을 듣고

가장 기뻐했던 사람 중에 한 명이기도 하고

너한텐 서운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어쩌면 영원히

너보다는 나를 더 사랑할지도 모르는 사람이기도 해.

그런 사람에게

처음 너의 존재를 고백하던 날이 생각이 나.

결혼 십 년 만에 너를 품고

입덧으로 썩 좋지 않은 컨디션이었지만

그런 사람을 기쁘게 한다는 일에

너무너무 설레고 두근대는 날이었어.

작은 카드에 너의 초음파 사진을 담아 건네고

잠시 후

정말 상상조차 하지 못했겠지.

나를 부둥켜안고

같이 엉엉 울었어.

내가 너를 토닥이듯

나의 엄마는 울고 있는 나를 토닥이고 있었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벌게진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기뻐서 우는 건 괜찮은 일이라고 나를 달랬어.

그동안의 마음고생들이 한순간 녹아내린다는 말이

이럴 때 쓰이는 말이구나 싶었어.

누구보다 가까워서.

누구보다 아껴서.

쉽게 꺼내지 못했던 그 말들을

이제는 지나간 일처럼 꺼낼 수도 있게 되었지.

네 아빠에게도 축하한다는 말을 전하고

어딘가 민망하기도 했지만

평생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을 거야.

나에게도

나의 엄마에게도.

나를 엄마로 만든 공식적인 그날을.

우린 앞으로도

영원히 잊지 못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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