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로보이 Apr 17. 2024

참견하면서 잘 자는 법

도시 탐구 생활을 시작하면서 

미국에서 대기업 브랜드 컨설팅 10년 하면서 느낀 게 하나 있다.


남일 참견할 때는 상대방보다 더 많이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내 고객들은 보통 나보다 경력이 10년, 20년 많은, 각 산업 전문가였다. 


새파랗게 젊고 경험이 적은 내가 그 사람들보다 더 많이 알았냐고? 

돌이켜보면, 그랬던 것 같다. 적어도 브랜딩에서는.


그 사람들이 나랑 일하는 것을 좋아하고 계속 일을 줬으니까.  

더 많이 아는 방법은 두가지였다:

1.    멋지고 어려운 말들로 현혹시켜 더 많이 ‘아는 척’ 할 수도 있었고, 

2.    문제 대상을 탐구하고 고찰해서 본질을 이해하려고 노력할 수도 있었다. 


내가 첫번째 방법으로 브랜딩 했을 때는 ‘인사이트’, ‘비젼’, ‘벤치 마킹’ 같은 뭉뚱그린 단어들을 썼다. 유명한 작가, 연구 자료, 마켓리서치 자료들을 앵무새처럼 이야기했지만, 정작 내 생각은 얕거나 없었다. 심지어 인용하는 내용이 담긴 서적들을 한번도 손에 쥐어 본 적도 없었을 때가 많았다. 그때 나는 나를 ‘인사이트’ 겉 멋 귀신에 빙의 된 껍데기였다. 하루하루가 헛헛했다. 


두번째 방법은 확실한데 품이 많이 들었다. 대상을 탐구하고 고찰해, 나만의 생각을 만들고, 그 관점을 제시했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방법들로 살기 때문에, 진심으로 문제를 바라볼 때 나오는 시각은 30년차던, 2년차던, 3개월차던 항상 의미가 있다. 


내 13년 커리어 중에서 (지금은 한국에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5년은 첫번째 방법을 택했고, 나머지 8년은 후자를 택했다. 


어떤 방법이 더 좋았냐고? 


뭐가 더 좋은 지는 모르겠는데, 두번째 방법으로 일할 때 잠을 더 편하게 잤다. 
그래서 계속 그렇게 하기로 했다.
  


두번째 방법으로 브랜딩 하는 법은 꽤 복잡하지만 어느 대상이던 순서와 패턴은 비슷하다. 
이건 영업 비밀인데, 여기까지 읽었으면 좋은 사람 같으니 알려주겠다. 

(1)   어원 이해하기- 그 대상을 부르는 단어들을 공부하고 뜻을 이해한다. 이 이해를 통해 그 대상이 어떻게 쓰여야 하고 어떤 성향이 있는지 파악한다. 다른 사람들 이야기에 ‘빙의’ 되지 말고 나만의 관점을 만든다. 

(2)   책, 영화, 전시 등 매체에서 대상 바라보기- 내 관점이 세워진 후에, 그 대상에 대해 나보다 더 많이 생각하고 고민한 사람들 이야기들을 들어본다. 사람마다 배우는 법이 다르기 때문에 자기가 편한 매체를 고르면 된다. 참고로 나는 책이 제일 좋다. 

(3)   대상에 대해 경험해보기- 여기까지는 대상에 대해 머리로만 생각했다. 이제는 나가서 경험할 차례다. 대상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장소로 가서 어슬렁거려보자. 누가 나에게 말을 걸면 (1), (2)번에서 배운 지식으로 이야기를 하고 여러 관점을 듣자. 

(4)   배운 거 정리하기- 여러가지 방법으로 대상에 대한 지식을 습득했다. 이제 모으고 정리해서 나만의 관점을 확고히 한다. 이 정리를 통해 대상에 대해 주장할 내용을 만든다. 

(5)   주장 공유하기- 주장한 내용을 클라이언트와 공유한다. 클라이언트에 반응에 따라 고민하고 다른 관점도 수용한다. 때때로는 주장을 소규모 고객들에게도 해보고, 반응을 체크한다. 

(6)   주장 발전시키기- 주장에 대한 반응에 따라 강점은 살리고 약점은 보완한다. 


한국에 10년만에 들어오니, SNS다, 코인이다, 아파트다 정신없다. 주위에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두번째 브랜딩 방법을 통해 ‘슬기로운 도시 탐구 생활’을 (줄여서 슬탐생) 쓸 예정이다. 


‘슬탐생’에서는 주위에 흔하고 당연하지만 깊이 생각해보지 않은 것들을 어떤 태도와 방향성을 가지고 써먹을지 탐구하고, 그 생각 과정을 브런치에 글로 기록하고, 그 고찰을 따라가는 오프라인 소셜링을 기획할 것이다. 온라인 글 속 생각을 오프라인 소셜링으로 연결시키고 싶다. 


생소하지만 의미 있는 주제들 (시, 편지, 라면, 자전거, 노래 등등) 하나씩 차분하게 들여다볼 생각이니, 많은 관심 부탁한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