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제대로 된 대화를 위한 절대 도구
지난겨울부터 시에 꽂혀있다. 왜 고리타분하고 어려운 시냐고 할 수 있지만, 시는 쓸모 있다. 시는 그 어떤 방법보다도 안전하게 고민과 감정을 교류하게 해 준다.
당신은 마지막으로 진실된 대화를 나눈 게 언제인가?
미국에서 15년 살다 온 내 관점에서는, 한국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자기 고민이나 불평을 공식적으로 들어내지 않는다. 대신 걱정들을 혼자 마음속에 담아둔다. 그리고 그 걱정들이 누군가에게는 ‘화병’이 되어 우울증이 되고, 또 누군가에게는 ‘분노’가 되어 익명성이 보장되는 인터넷에서 악성 댓글로 활개 치는 것 같다.
문화적 요소들을 배제해도, 제대로 된 대화를 하기는 어렵다. 그도 그럴 것이, 대화라는 단어를 들여다보면 이런 한자들로 이루어져 있다:
對’ 대할 대’: 손에 악기를 쥐고 있는 모양.
話’ 말할 화’: 말을 피리 연주하듯이 하는 모습.
대화는 두 사람이 말을 서로의 리듬과 운율에 맞춰 악기처럼 다루어 음악처럼 하나 되는 행위이다.
내 생각 정리하기도 힘든데… 음악처럼 어우러져야 한 다니, 대화는 어렵다. 고민과 걱정이 들어가면, 감정까지 엉켜 대화는 더더욱 힘들어진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냥 말만 해서 대화를 배우기는 어렵다. 우리는 매초, 매분, 매시간 말을 하고 있지만 의미 있는 대화를 하는 순간은 손에 꼽는다. 좀 격하게 이야기하면, 우리는 그냥 말을 ‘지껄이고’ 있을 때가 많다.
그래서 찾은 게 시다. 시는 당신을 ‘대화 전문가’로 만들어 줄 수 있다. 나는 진심으로 인류가 제대로 된 대화를 하기 위해 ‘시’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왜 그런지 ‘시’ 한자 어원에서 이유를 찾아보자.
‘시 시’는 이렇게 생겼다: 詩
부수는 言 ‘말씀 언’, 말을 뜻한다. 나머지는 寺 ‘절 사’. 이 한자 어원에 대한 여러 가지 가설이 있지만, 내가 볼 때는 절에서 신을 모시듯이 ‘높인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시는 ‘말을 높이 모신다’라는 뜻이 된다.
시는 말을 어떻게 높이 모셔야 하는지 알려준다.
시는 우리가 운율을 살려 이야기하고 감정을 휘둘리지 않고 세련되게 표현하는 방법을 알려주어 제대로 된 ‘대화’를 하게 해준다. 또한 시는 아무도 나에게 말을 걸어주지 않을 때, 나에게 유일하게 말을 걸어주고, 의미 있는 조언과 대화를 건넨다.
다음화에는 시에 대해 더 알아보고, 내가 시를 탐방하면서 찾은 서울 내의 탐방코스를 공유하겠다. 당신이 고민을 공유하는 게 힘들어 마음이 답답하다면, 도움이 될 테니 구독 부탁한다. 장담컨대, 시를 이해하면 당신의 연애 생활이 따뜻해지고 사회생활이 재밌어질 테니 기대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