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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우리는 더 많이 기억하고 싶다

by 생각하는뇌

현대 사회에서 지능은 사람의 가치를 평가하는 데에 빠질 수 없는 항목이 되었다. 농업, 광산업, 수산업처럼 육체적인 힘을 요구하는 산업들 위주의 시대는 이미 지나 프로그래밍, 외국어, 공학처럼 사고와 실행을 바탕으로 한 지능적인 분야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거기에 더해 기계의 발전은 이전 산업에서 필요하던 노동력을 보완하기도 하였다. 지능이 힘을 만든 것이다. 그런 사회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하면 더 똑똑해질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더 창의적으로 될 수 있을지 고민한다.

DALL·E 2025-02-15 22.21.21 - A detailed black and white illustration of a human brain. The image is artistic and highly detailed, showing the intricate folds and structure of the .png 뇌-

그중에서도 지능과 가장 관련 있는 능력을 꼽자면, 당연히 기억력일 것이다. 기억력은 정말 다양한 영역에서 사용된다.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관련된 지식을 더 많이 기억하고 있다면 더 좋은 해결법을 찾기에 용이하다. 그뿐만이 아니다. 추억을 기억하는 것은 친구와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해 주고, 과거의 경험에 대한 기억은 다른 사람이 비슷한 일을 겪고 있을 때 공감을 하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거기에 기억은 창의적인 사고를 위한 재료이기도 하다.


신기하게도, 우리가 직관적으로 기억 = 정신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달리 기억은 굉장히 육체적이다. 과거 데카르트가 심신이원론(心身二元論)을 주장하며 '정신과 육체는 별개의 영역으로 서로 침범할 수 없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런 이원론은 후대의 철학자들에 의해 보완되기도 했지만, 결국 생명과학이 발달하며 정신 또한 육체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뇌라는 기관에 물리적인 메커니즘으로 정신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기억이 무엇인지, 그걸 어떻게 활용할지를 알려면 생물학적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앞으로의 연재글에서 다룰 것은 다양하다. 우선 기억이 무엇인지부터 시작해서 어떻게 뇌에 저장되는지, 우리가 어떻게 기억을 떠올릴 수 있는지까지 현재까지 밝혀진 내용을 서술하고자 한다. 그리고 기억력을 높이는 과학적인 방법 몇 가지를 소개하며, 동시에 기억력이 나쁘다고 해서 스트레스받을 필요가 없는 이유도 설명하고자 한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우리 몸에서 정신적으로 일어나는 일들을 생물학적으로 설명해 사람들이 스스로를 더 잘 알 수 있도록 돕고자 하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생물학적인 지식을 과학 이외에 역사, 심리학, 경영 등등 다른 분야와 결합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과학이라는 틀은 여러 번의 검증을 통해 견고하지만, 동시에 검증에 있어서의 한계로 다루지 못하는 분야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조그만 글로나마 다른 분야와 만나보는 시간을 가져 우리 몸에 대한 오해를 더 잘 풀 수 있도록 시도해보고자 한다. 만약 이런 내 의도에 도움을 주고자 한다면, 거리낌없이 댓글로 지적해주고 충고해주길 바란다. 지식은 혼자서 만들 수 없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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