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면서 가장 자주 또 흔하게 접하게 되는 와인이 바로 레드 와인이다.
종교에서 언급되는 피의 상징인 포도주 역시 이 레드 와인이었다.
하지만 2011년 73%를 정점으로 레드와인의 유통 물량이 급격하게 줄며 2023년 기준 통계로 레드와인의 물량 기준 시장 비율은 59.8%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고 한다. 그 빈틈은 화이트가 24.3%, 스파클링이 13.9%, 그 외의 와인(스윗, 디저트, 로제 등)이 2%로서 다른 주종의 비율이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출처: winein.co.kr)
그럼에도 우리가 '와인' 이라는 이미지를 떠올렸을 때는 어두운 블랙에 가까운 병에 담긴 검붉은색의 레드와인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구글에서의 검색 결과도 나와 비슷하게 생각하는 듯 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종종 기쁜 날, 중요한 날이 있을 때 와인을 선물하며 자주 레드 와인을 추천 받아 선물을 주거나 받곤 하는데 (또는 좋은 고기를 선물하기도..) 정작 이 때 어떻게 마리아쥬해서 먹어야 가장 좋은 궁합이 될지에 대해 잘 모르고 망설이며 마트 와인 선반 앞에서 그제서야 해당 와인에 대한 정보와 후기를 검색하곤 한다. 나 또한 그랬고..
이제는 좀 더 와인을 공부하는 사람 답게
우리가 자주 즐겨마시는 레드와인의 대표 품종 3개에 대해 그 특징을 미리 알아두며
어떤 음식과 궁합이 좋을지에 대해서도 인지하고 결정적인 순간 좀 더 헤매지 않도록 기록해보고자 한다.
먼저, 레드와인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해 알아야 하는데 수확 이후 포도알 분리와 파쇄부터 병입과정까지 크게 11단계 정도로 나눠볼 수 있다.
레드와인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1. 제경 - 포도알 분리와 파쇄: 포도알을 송이에서 분리한다. 이 과정에서 풀맛이 많이 나는 꽃자루(줄기)는 버린다. 예외적으로 부르고뉴(Bourgogne)에서는 타닌맛을 강조하기 위해 약간 꽃자루를 포도알과 함께 넣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다음 포도알을 으깨 포도즙을 짜낸다.
2. 침용: 포도알과 포도즙을 탱크에 2~3주 정도 담가둔다.(=발효) 껍질의 색소가 포도즙에 착색된다. 이 과정을 침용 또는 마세라시옹(Macération)이라 한다. 침용은 거의 레드와인에서만 가지는 과정이라 화이트와인에서는 생략되는데 발효과정에서 알코올이 나오고 그 알코올이 껍질과 씨의 성분을 녹여내는 것이 침용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3. 피자주 또는 르몽타주: 침용 도중에 껍질과 과육, 씨가 위로 떠올라 단단한 층을 형성한다. 포도즙이 색과 향 그리고 타닌을 흡수할 수 있게 이 찌꺼기층을 막대기로 휘저어 즙 속으로 가라앉힌다. 이를 피자주(Pigeage), 탱크 하단의 출구로 즙을 빼내 다시 섞어주는 것을 르몽타주(Remontage)라고 한다.
4. 알코올발효: 2번의 침용과정에서 효모의 작용으로 과육에 함유된 당분이 알코올로 변환된다. 와인이 만들어 지기 시작한 것이다. 알코올 발효는 10일 정도 걸린다.
5. 추출과 찌꺼기 압착: 와인과 찌꺼기를 분리한다. 찌꺼기를 압착하기 전에 흘러나온 와인을 뱅 드 구트(Vin de goutte)라고 하고, 찌꺼기를 압착해 짠내 와인을 뱅 드 프레스(Vin de presse)라고 한다. 2번째 와인이 1번째 와인보다 타닌 함유량이 높고 색도 진하다.
6. 블렌딩: 뱅 드 구트와 뱅 드 프레스를 배합한다.
7. 숙성과 젖산 발효: 지난 화이트와인을 만드는 방법에서도 언급된 바 있어 간략하게만 이야기 하자면 6번에서 혼합한 와인을 숙성탱크 혹은 오크통에서 몇 주에서 최대 36개월(장기 숙성용 와인의 경우) 동안 숙성시킨다. 와인이 휴식을 취하는 과정에서 향(아로마)과 구조가 변화하고 타닌의 뻣뻣함도 풀어진다. 동시에 약 3~4주에 걸쳐 2차 발효가 이루어진다. 이를 젖산 발효라고 한다. 젖산 발효가 갖는 특징은 이미 지난 글에서 다룬 바 있다.
8. 와인 옮겨담기와 이산화황 첨가: 숙성태크나 오크통 바닥에 가라앉은 효모와 불순물들을 제거하기 위해 와인을 다른 저장통으로 옮긴다. 이를 수티라주(Soutirage)라고 한다. 필요에 따라 와인의 산화를 막기 위해 이산화항을 약간 첨가하기도 한다. 이산화황 첨가의 경우 내츄럴 와인에서는 생략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9. 두번째 블렌딩: 모두 시행하는 작업은 아니다. 다만 생산자의 취향에 따라 지역에 따라 다른 품종이나 농원의 다른 구역에서 자란 포도로 만든 와인을 배합한다.
10. 콜라주 또는 필터링: 계란흰자와 같은 단백질 흡착제를 넣어 와인 속을 떠다니는 불순물을 제거하는 작업을 콜라주(Collage)라고 한다. 와인을 보다 맑고 빛나게 하기 위해 필터링(거르기)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콜라주와 필터링은 와인의 향과 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내츄럴 와인을 지향하는 곳에서는 생략하기도 한다.
11. 병입: 와인을 병에 넣고 마개나 스크류캡으로 밀봉한다. 와인의 특성에 따라 병입 후 바로 판매하기도 하고, 병에 담은 상태로 좀 더 오래 숙성시킨다. 와인 생산 국가에서는 유통법에 따라 의무 숙성 기간을 지켜야만 받을 수 있는 등급이나 붙일 수 있는 라벨이나 네이밍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서 병입 후 생산자가 숙성 기간에 대한 책임을 지면 그만큼 숙성 컨디션이 더 좋아지고, 그런 제품들에 대해 Gran Reserva 같은 라벨링이 된다. 이와 관련해서는 구/신세계 와인에 대해 이야기 하며 좀 더 다뤄봐도 되겠다.
이처럼 10~11단계 정도로 나눠지는 와인 생산 방법에 대해 영상으로 감상을 원하는 경우
아래 영상을 참고해봐도 좋을 것 같아 가져왔다.
대표적인 레드와인 품종 3가지 그리고 추가 8종
1. 카베르네 소비뇽 Cabernet Sauvignon
카베르네 소비뇽은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이 품종은 포도의 왕이라고도 불린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재배하는 양조용 포도이고 보르도가 원산지다. 상당히 더운 기후에서 잘 자라며 알이 작은 이 포도는 두꺼운 껍질과 짙은 색상으로 늦게 익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햇빛이 많이 필요하다. 발랄하기 보다는 진지한 타입의 이 와인은 농축미와 진한 풍미, 높은 타닌 함량이 특징적인 풀바디 스타일의 와인을 보여준다. 어린 와인은 투박하다 못해 거친 느낌을 주기도 해서 좀 더 부드러운 멜롯과 블렌딩 하기도 하며, 장기 숙성형 와인 양조에 적합한 품종이다.
카베르네 소비뇽의 대표적인 노트는
* 향: 카시스, 블랙베리, 고사리, 파프리카, 자스민, 샌들우드, 송진, 민트, 후추
* 나무통 숙성 후: 참나무, 바닐라, 정향, 감초
* 장기 숙성 후: 가죽, 담배, 들짐승, 서양삼나무, 연필심, 트러플
가 있다. 카베르네 소비뇽의 풍미는 그릴에 구운 기름진 육류, 후추가 들어간 소스 등 맛이 강한 요리와 완벽한 조합을 이룬다.
[ 카베르네 소비뇽 - ETC 상식 ]
* 아주 큰 잔
* 16~20도 실온에서
* 디캔딩 60분 이상
* 가격대는 $20 이하 추천
* 저장은 5~25년 정도 가능
* 비슷한 품종은 보르도 블렌드, 메를로, 카베르네 프랑, 카르메네르, 네로다볼라 _ 출처: 와인폴리
2. 멜롯 Merlot or 멀롯, 메를로
카베르네 소비뇽의 단짝 친구라고 불릴만큼 잘 어울린다. 타닌이 강한 카베르네 소비뇽에 부드러운 맛을 더해주기 때문. 멜롯 단품종으로 만든 와인은 맛과 향이 풍부하고 마시기 편하다. 부드러운 타닌과 산도, 높은 당도가 특징이며 숙성하지 않아도 마시기 편한 장점이 있다. 온화한 기후에서 더운 기후까지 재배가 쉬운 편의 품종이다. 큰 포도알과 얇은 껍질로 쉽게 익는 품종이다.
멜롯의 대표적인 노트는
* 향: 말린 자두, 블랙베리, 블루베리, 블랙체리, 잘 익은 붉은 과일, 감초, 바이올렛, 민트
* 장기 숙성 후: 가죽, 들짐승, 육즙
가 있다. 멜롯은 화사한 블랙체리 풍미, 매끄러운 타닌, 연기 냄새나 초콜릿 향 나는 피니시 덕분에 인기가 많은 품종이라고 한다. 카베르네 프랑과 함께 보르도 블렌드에 들어가는 품종.
어울리는 음식으로는 돼지 목살, 구운 버섯 등 구이나 갈비찜에 곁들이면 정말 맛있다. 또한 과일향이 풍성해서 치미추리 소스와도 잘 어울린다.
[ 멜롯 - ETC 상식 ]
* 아주 큰 잔
* 16~20도 실온에서
* 디캔딩 30분
* 가격대는 $15 이하 추천
* 저장은 5~25년 정도 가능
* 비슷한 품종은 카베르네 소비뇽, 말벡, 프티 베르도, 몬테풀치아노, 발폴리첼라 _ 출처: 와인폴리
3. 피노누아(Pinot Noir)
카베르네 소비뇽이 포도의 왕이라면 피노누아는 포도의 여왕이라고 불리운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와인을 양조하는 품종이다.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라이트 바디 레드와인인 피노 누아는 붉은 과일, 향신료 풍미, 부드러운 타닌, 그리고 매끄럽게 이어지는 긴 피니시가 아주 매력적이다.
시원한 기후에 알맞는 품종으로 얇은 껍질을 가져 더운 기후에서는 너무 빨리 익기 때문에 재배하기 까다로운 편의 품종이다. 옅은 색상이긴 하지만 빛나는 루비색이며, 붉은 열매의 향이 환상적이라는 평가를 갖는다. 부드러운 타닌, 높은 산도를 자랑해 섬세함과 우아함이 특징인 와인이라 여왕으로 표현되는 듯 하다. 몇 해 동안 숙성시키고 나면 가려져 있던 풍미가 나타난다고 한다. 가을숲, 가죽, 트러플 향이 어우러진 부케가 우아함을 자랑한다. 보통 단일 품종 와인으로 양조되며 최고급 부르고뉴 와인의 가격은 상당히 비싸다. 하지만 저가의 피노 누아 와인도 많고 거의 모든 모임과 식사에 어울리는 쉬운 와인이기도 하다.
피노누아의 대표적인 노트는
* 향: 체리, 라즈베리, 딸기, 카시스, 아이리스, 바이올렛
* 나무통 숙성 후: 목재, 바닐라, 계피, 담배
* 장기 숙성 후: 털, 가죽, 숲속 향, 이끼, 트러플, 무스크
가 있다. 산도가 높고 타닌이 낮아서 다양한 음식의 조합이 가능하다. 피노 누아는 오리 고기, 닭고기, 돼지고기, 버섯을 위해 존재한다고 말할 정도로 잘 어울린다.
[ 피노 누아 - ETC 상식 ]
* 향을 모아주는 잔
* 13~16도 저장고에서
* 디캔딩 30분
* 가격대는 $30 이하 추천
* 저장은 5~15년 정도 가능
* 비슷한 품종은 생 로랑, 가메, 네렐로 마스칼레제, 스키아바, 츠바이겔트 _ 출처: 와인폴리
그 외 간단히 알아보는 대표적인 레드와인 품종 8개
4. 시라 Syrah / 쉬라즈 Shiraz
* 호주의 시그니처 품종, 한국인이 좋아하는 대표적인 품종
* 두꺼운 껍질과 짙은색상의 포도
* 강한 타닌, 높은 산도, 스파이시한 풀바디와인
* 대표적인 노트: 검은과일, 후추, 훈제고기, 유칼립투스, 가죽향 등이 특징
5. 그르나슈Grenache / 가르나차 Garnacha
* 시라(쉬라즈)의 단짝친구
* 얇은껍질과 옅은 색상의 포도
* 부드러운 타닌과 비교적 낮은 산도
* 주로 다른 품종들과 블렌딩 하는 경우가 많다.
* 더위와 가뭄에 강해 전 세계적으로 덥고 건조한 지역에서 주로 재배됨
* 대표적인 노트: 잘 익은 붉은과일, 감초, 백후추, 지중해 허브향 등이 특징
6. 카베르네 프랑 Cabernet Franc
* 카베르네 소비뇽의 부모 품종이라 카베르네 소비뇽과 유사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 카베르네 소비뇽보다 옅은 색상을 보이며 부드러운 타닌과 산도를 갖고있다.
* 카베르네 소비뇽보다 서늘한 곳에도 잘 자라서 보험같은 역할을 하기도 한다고..
* 대표적인 노트: 붉은과일, 흙 향 등이 특징
7. 가메 Gamay
* 한국에선 '보졸레누보'로 유명한 품종
* 옅은 색상과 가벼운 타닌과 높은 산도
* 장기 숙성보다는 비교적 빨리 소비하는 것이 좋은 품종
* 일반적인 레드 와인 보단 살짝 차갑게 마시는 것이 좋다.
* 대표적인 노트: 딸기 등의 신선한 붉은 과일과 봉봉캔디, 바나나 등의 향
8. 네비올로 Nebbiolo
* 와인의 왕 '바롤로' 를만드는품종
*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고급 품종
* 네비아(Nebbia: 이탈리아어로 '안개'라는 뜻)라는 단어에서유래한 품종 이름
* 옅은색상, 강한 타닌과 산도, 높은 알코올
* 잠재력을 나타내기 위해 시간이 필요한 장기 숙성형 품종
* 대표적인 노트: 붉은과일, 장미, 허브, 타르, 담배, 송로버섯 향이 특징
9. 산지오베제 Sangiovese
* 이탈리아에서 가장 많이 재배하는 양조용 적포도
* 라틴어 산귀스요비스(SanguisJovis; 제우스의피)에서 유래
* 비교적 강한 타닌과 산도를 지닌 미디엄에서 풀바디 와인을 선보인다.
* 대표적인 노트: 자두, 체리 등의 붉은 과일과 말린 찻잎 향이 특징
* 다양한 클론이 존재해서 산지오베제 안에서도 특징이 다양하다.
10. 템프라니요 Tempranillo
* 스페인에서 가장 많이 재배하는 고급 적포도 품종
* 템프라노(Temprano: 스페인어로 '시간적으로'이른, 빠른 이라는 뜻)라는 단어에서 유래
* 두꺼운 껍질과 많은 수확량
* 보통의 타닌과 산도, 맛의 균형이 뛰어난 품종
* 대표적인 노트: 주로 붉은과일, 담배, 가죽, 오크 숙성에 잘 어울린다.
11. 말벡 Malbec
* 프랑스가 원산지인 품종이지만 지금은 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품종
* 보라빛이 감도는 짙은 선홍색 풀바디 와인을 만든다.
* 강한 타닌과 보통의산도
* 대표적인 노트: 검은 과일과 정향, 감초 향이 특징. 오크숙성에 잘어울린다.
마리아쥬 조합 찾는 9대원칙
음식과 와인의 마리아쥬 조합을 찾는 방법에는 정말 여러가지가 있지만
오늘은 간단한 몇가지 원칙들을 소개 하려고 한다.
1. 와인이 음식에 비해 산도가 높아야 한다.
2. 와인이 음식에 비해 당도가 높아야 한다.
3. 와인이 음식만큼 풍미가 강해야 한다.
4. 쓴맛 나는 음식은 쓴맛 나는 와인(드라이 레드 와인 등)과 잘 어울리지 않는다.
5. 지방/기름은 와인의 높은 타닌을 상쇄해준다.
6. 와인의 타닌은 생선 기름과 상극이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레드 와인과 해산물 조합은 어울리지 않는다.
7. 달콤한 와인은 스파이시한 음식을 중화하는데 도움이 된다.
8. 화이트, 스파클링, 로제 와인은 음식과의 풍미가 대비되는 조합을 이루는 경우가 많다.
9. 레드 와인은 음식과의 풍미가 일치하는 조합을 이루는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