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와인의 수도 프랑스의 대표적인 6개 지역별 특징 및 추천 와인
지난 주 글에서 다뤘던 내용에서 구분 했듯이
오늘은 와인의 역사가 살아 숨쉬는 구세계 유럽 와인들에 대해 이야기 하려고 한다.
지난 글에서도 언급했던 것 처럼 구세계 와인들의 특징은
'내가 이 땅에서(테루아에서)는 와인으로, 포도로 해볼만큼 다 해봤어!' 하는
근거 있는 자신감과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와인들이라는 것이다.
(11세기 부르고뉴에서는 수도사들이 직접 흙맛을 보고 어떤 품종을 어떻게 재배할지 정할 정도였으니까..)
이 같은 특징을 가진 구세계 와인들을 우리는 '테루아 와인'이라고도 부른다.
테루아 와인은 첫째, 와인이 생산된 지역의 지질과 지리적 특성이 살아 있는 와인을 말한다. 또 역사와 전통에 따라 지역 특유의 양조기술로 생사된 와인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건 지역 특성이 살아있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유행과 상관 없이 생산되는 와인이라는 특징이 있다.
그 중에서 가장 먼저 여행해볼 나라는 세계 와인의 수도, 프랑스다.
프랑스는 포도밭 면적, 생산량, 소비량 모두 전세계 TOP 순위권에 있는 와인을 대표하는 국가다. 모든 주요 와인 유형에 있어 표준을 정립하는데 기여했고 그 모든 유형에서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 품종의 발원지인 와이너리가 많고 그렇기에 모든 신세계 국가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프랑스 와인의 경우 알자스 와인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라벨에 포도 품종이 생략되어 있기 때문에 와인을 이제 막 시작하려는 입문자들이 경험하기에는 쉽지 않은 와인이라고 생각한다. 당장 마트에서 뭔가 먹고 싶어서 둘러보려고 해도 라벨을 읽기 조차 어렵다.
그도 그럴 것이 프랑스 안에서만 해도 와인 생산 지역마다 특징이 다르고 그에 따른 대표적인 품종 차이로 15개 이상의 지역으로 분류되어 소비되고 있기에 공부할 양이 (그것도 생경한 언어로 되어 있는 정보에 대해) 상당히 많은 편이다.
오늘은 그 중 대표적으로 많이 알려졌거나 꼭 알고 있으면 좋을만한 5개 지역에 대한 특징과 대표적인 와인들에 대해 알아보려 한다.
보르도는 레드와인이 90% 이상 나오는 지역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비싼 레드 와인의 본고장이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샤토나 저렴한 와인도 많아 와인을 고르리가 상당히 어렵다고 한다. 라벨의 AOC, 샤토 이름, 빈티지를 확인하고 구입하는게 좋다.
AOC? - 지역(Origine)의 이름: 와인 품질을 통제한다는 뜻.
프랑스 와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표기로 와인 뿐만 아니라 프랑스에서 생산되는 농산물과 그걸로 만든 가공식품에 모두 적용된다고 한다. 원산지가 자세할수록 좋다. 보르도 와인은 크게 보르도 지방과 보르도 쉬페리외르(Bordeaux Supérieur)지방으로 나누어진다. 그 다음 메도크와 같은 지역으로 좁혀지고, 좀 더 버위가 좁혀지면 생테스테프, 포야크, 마르고, 생쥘리앵 같은 최소 행정단위인 코민 명 AOC가 붙는다.
보르도는 와인 공화국으로으로 불리우며 세계 와인의 표준이자 New World(신세계)의 롤모델 같은 지역이다. 특히 미국 캘리포니아의 나파밸리가 보르도를 카피하려고 무던히 노력중이라고 한다. 출중한 복합미를 자랑하고, 장기 숙성 와인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으며 카버네소비뇽이나 가신품종이 유명하다.
복합미를 위한 블렌딩의 예술을 추구하는데, 사실 빈티지 와인의 단점을 햇징하기 위한 수단으로 블렌딩을 이용하기도 한다고..
* 보르도 와인의 대표 품종: 카버네소비뇽, 멜롯, 카버네 프랑 등
* 추천 와인 리스트
1. 샤토 마고 Chateau Margo: 보르도 마고에서 생산되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인기 있는 와인 중 하나. 주로 카버네소비뇽으로 만들어졌고 우아함, 기교로 유명하다.
2. 샤토 오트브리온 Chateau Otbrion: 보르도의 페삭-레오냥에서 생산된 높은 평가를 받는 와인. 블랙베리, 연기, 흙의 뉘앙스. 수십 년 동안 숙성되는 능력을 가진 복잡한 향과 맛으로 알려졌다.
3. 샤토 무통 로스차일드 Chateau Mutton Rothschild: 보르도의 Pauillac 명명법에서 생산되며 그 힘과 강도로 유명하다. 카버네소비뇽을 주 원료로 하며, 풍부하고 잘 익은 과일 맛과 단단한 타닌이 특징이다.
https://www.wine21.com/11_news/news_view.html?Idx=3537
부르고뉴는 타 지역이나 국가에서 감히 카피하기 힘들 정도로 높은 수준의 품질의 와인을 선보이는 곳이다. 피노누아(Pinot Noir), 샤르도네/샤도네이(Chardonnay) 품종의 순혈주의를 고집한다. (블렌딩은 하지 않음. 떼루아는 곧 신의 목소리인데 블렌딩으로 인해 그것이 혼탁해지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고 한다. 굉장히 종교적인 마인드를 계승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와인을 테루아의 예술이라고 부르는 부르고뉴는 보르도와 함께 세계 와인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운다.
왕의 와인, 신성이 깃든 와인 등의 별명을 가졌다. 보르도가 레드와인의 대표지역이라면 부르고뉴는 화이트와인이나 스파클링 와인 생산이 70% 이상인 화이트 와인의 생산지이다.
샤블리 AOC 와인은 언제나 화이트 와인이다. 부르고뉴의 대표 레드 와인은 피노누아 정도. 부르고뉴의 화이트는 대부분 샤르도네 품종인데 그 외에는 알리고테, 생브리의 소비뇽 품종 정도가 있다.
* 부르고뉴 와인의 대표 품종: 피노누아, 샤르도네 등
* 추천 와인 리스트
1. 마르사네 샤또 드 마르세니 - 레 에세조: 마르사네는 무겁지 않은 바디감에 다소 투명한 이상을 주며, 향이 좋은 레드 와인을 생산하는 마을이다. 1등급이나 그랑 크뤼 등급의 밭이 없는 마을이기에 '레 에세조'와 같은 밭 이름이 적혀 있더라도 빌라주급에 해당하고,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아 가성비가 좋다. 레드 베리의 캐릭터가 매우 선명하며 감칠맛과 여운이 길다. 10년 가량 숙성하면 좋은 맛을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2. 도멘 페블레, 메르퀴렝 블랑: 샤르도네 와인으로 Mercurey Blanc AOC 와인이다. 진흙과 석회암 토양에서 재배된 사르도네 100% 와인으로 만들어진 이 와인은 레몬, 감귤, 파인애플, 리치, 청사과, 백도, 모과, 백합, 레몬그라스 등 프루티하고 플로럴한 향들이 복합적이면서 진하게 느껴진다고 한다. 스시, 삼겹살, 오일파스타, 치킨, 탕수육 등과 함께하면 와인을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다고 한다.
3. 윌리엄 페브르, 샤블리: 이 와인 역시 샤르도네 100% 와인이다. Chablis AOC 와인으로 샤블리는 절제된 아름다움을 지닌 섬세한 여성미가 있다고 한다. 소박한듯 볼매를 갖고 있는 것이 특징. 꾸안꾸 같은 자연미가 있다고 하는데 궁금한 와인이다. 첫 맛에서 신선한 과실 느낌의 프루티함이 상큼하게 와 닿으며 기분 좋은 미네랄 감촉이 입안을 편안하게 한다고.. 뒤이어 흰색 꽃의 향기와 흰 과육의 상큼함이 어우러져 향기로운 여운을 남긴다고 한다. 가벼운 소스의 생선 혹은 해산물 샐러드와 잘 어울리겠다.
론 계곡(혹은 론밸리)지역은 프랑스 제 2의 와인산지로 (재배면적과 생산량 기준임) 총 1,850개 와이너리와 100개의 협동조합, 50개의 유통회사를 갖고 있는 프랑스의 대표 와인 생산지 중 하나다. 생산량의 약 30%정도만 수출이 되다보니 내수 중심의 지역이라고 보인다. 생산 비중은 레드가 86%, 로제9%, 화이트가 5%정도로 매우 귀한 정도. 31개 AOP와 허용 포도품종이 34종이나 될 정도로 다양하다.
론 계곡은 세로로 지역이 넓어 북부와 남부로 나누어 테루아적 특징이 나누어진다.
공통적인 특징으로는 강한 북풍 미스트랄(Mistral)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인데, 미스트랄은 알프스에서 발원하는 강하고 건조한 바람을 뜻하는데 겨울부터 봄에 강하긴 하지만 1년 내내 부는 바람이다. 강할 때는 풍속이 90km/h 까지 된다고 한다. 이 바람은 론 전체에 걸쳐 포도에 수인성 질병 위험을 낮춰주는 역할을 한다. 응축된 풍미의 와인을 만드는데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상대적으로 수확량이 낮다는 단점이 있다.
북부 론의 특징은 대륙성 기후로 구릉지가 많고, 최고급 와인들은 거의 모두 구릉지에서 난다. 이곳은 단일 품종 위주의 양조 문화를 갖고 있는데 대부분 시라 100% 혹은 시라 중심에 소량의 백포도를 공동발효(Co-fermentation)하는 곳이 많다. 화이트의 경우 비오니에 100% 또는 마르산+루산 품종 블렌딩 와인이 많다고 한다.
남부 론의 특징은 북부와 반대로 지중해서 기후로 북부에 비해 평지가 많은 지역이다. 매우 다양한 품종들이 잘 재배 되는 지역으로 레드와 화이트 모두 블렌딩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레드의 경우 그르나쉬를 중심으로 쉬라, 무흐베드르 등이 섞인다고 한다. (간단히 GSM이라고 부른다고)
화이트의 경우 마르산, 루산, 부스불랑, 클레렛 등 다양하게 블렌딩 한다고..
* 론계곡 와인의 대표 품종
- 레드와인: 쉬라, 그르나슈, 무르베드르, 카리냥, 생소, 쿠누아즈, 바카레즈
- 화이트와인: 비오니에, 마르산, 루산, 클레레트, 부르불랑, 픽풀, 그르나슈 블랑, 위니 블랑
루아르 계곡(혹은 루아르 밸리)에서는 화이트, 로제, 레드, 무알뢰와 리코뢰, 스파클링 와인 등 모든 종류의 와인이 생산되는 곳인데 특히 이 지방에 정착한 젊은 와인메이커들이 신기술을 받아들이고 값싼 와인에서부터 고급와인까지 그야말로 다양한 스타일의 뛰어난 와인을 생산한다. (루아르에서 생산되는 스파클링 와인의 AOP면적이 샴페인으로 유명한 샹파뉴 지역의 면적보다 더 넓을 정도라고..!)
루아르 계곡은 해양성 기후부터 대륙성 기후까지 다양한 테루아가 걸쳐진 산지이다.
* 루아르계곡 와인의 대표 품종
- 레드와인: 카베르네 프랑, 가메, 피노누아
- 화이트와인: 믈롱 드 부르고뉴(=뮈스까데), 슈냉, 소비뇽, 샤르도네
프랑스에서 가장 선선한 와인산지 중 하나인 알자스. 그 이유는 샹파뉴와 함께 최북단 산지로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가장 건조한 와인산지이기도 한 알자스는 보쥬(Vosge)산맥의 영향으로 푄 현상을 겪기 때문이라고 한다. 알자스는 리슬링 품종이 가장 유명한데 독일산 포도 품종의 프랑스식 표현으로 Dry Riesling 이라고 표기한다. 생산량의 90%가 화이트 와인인 알자스에서도 단 한종의 레드 와인이 생산되는데 그게 바로 피노누아다. (화이트 처럼 가볍고 맑은 느낌의 비슷한 포도가 재배 되는 것 같다.)
자연적으로 매우 아로마틱하고 선선한 기후에서 발생되는 좋은 산미가 특징이며 적정한 알콜 도수를 지닌 와인이 많다. 다양한 음식과의 마리아쥬 발란스가 좋은 와인이라 매칭하기가 쉬운 편이며 특히 아시아 음식에 가장 잘 어울리는 와인으로 평가 된다.
보통 프랑스 와인 라벨에서는 포도 품종이 표기 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알자스는 독일 와인 전통의 흔적이 남아 있어 라벨에 포도 품종이 명기 되는 경우가 많다.
* 알자스 와인의 대표 품종
- 레드와인: 피노누아
- 화이트와인: 리슬링, 게뷔르츠트라미너, 뮈스카, 실바너, 피노그리, 피노블랑
이번 글에서는 모든 책에서 가장 다양하고 많은 내용을 다루고 있는 프랑스에 대해 알아봤는데
아직 다루지 못한 내용이 훨씬 더 많고 깊을만큼 프랑스 와인에 대해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방대한 것으로 보인다. (내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랄까..?)
다음 주는 프랑스만큼이나 구세계에서 입김이 세고, 매니아가 많으며 지방색이 강한 와인의 특징을 보여주는 이탈리아로 여행을 가보고자 한다. 한편으론 프랑스보다 더 우리나라에 미식으로 많이 알려지고 친숙한 나라인 이탈리아에서는 어떤 와인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벌써부터 설레고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