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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야 May 01. 2024

7화. 행복은 불행을 제물로 삼는다

엔딩은 새로운 시작이다.

나는 그 전화를 조심스레 받았다. 처음에는 입학처인지도 몰랐다. 상대측에서 입학처임을 밝히고 공손하게 통화 녹음을 고지했다. 그리고 지원 의사를 물었다. 나는 당연하게 "예"라고 말했다. 그렇게 예비 합격을 얻어내게 되었고 나중에 조회해 보니 정말 문을 닫고 들어갔다.(내 예비 번호까지만 합격 된 것을 추후 확인했다.) 부모님에게 이 소식을 전했다. 부모님도 좋아하셨다. 


한시름 놓았지만, 주변 의견은 반반이었다. 최초 합격한 대학을 두고 연고지도 없는 타 지역을 가야 하는 이유가 있느냐 말이다. 그리고 지역감정 또한 무시 못 한다는 의견을 주셨다. 혼란스러울 수도 있었겠지만, 나의 의지는 확고했다. 집으로부터 멀리 나를 보내 강하게 만들고 싶었다. 그렇게 내 의지를 관철하며 다른 연고지의 국립대학을 들어갈 수 있었다.


청소년기를 잡아 삼켰던 나의 우울증은 이대로 한 건을 하고 지나갔다. 자기혐오를 계속하며 죽음을 고대하던 내가 대학을 합격하고 남아있는 여유 기간 동안, 주변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다녔다. 어머니의 친구분께서 우울이라는 병을 앓고 나처럼 수렁에서 빠져나온 사람이 많지 않았다고 들었다. 우울에 빠진 사람은 쉽게 그 우울의 우물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고 한다. 나는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은 다 나처럼 사는 줄만 알았다. 그리고 내가 원체 원했던 것은 죽음이었다.


이러한 의도치 않은 목적이 결과를 만들어 냈다. 하지만 부족한 노력에 강력한 원동력이 되어 낭떠러지를 오를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이후에도 이 기억을 더듬어 내며, 나를 몰아붙인다. 그리고 원하는 것을 얻어내려고 한다. 좋은 습관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초심을 잃지 말고.


그리고 나는 그런 결말이 해피엔딩으로 끝날 줄 알았다. 새로운 시작인지 모른 체 말이다. 영화를 보면 해피엔딩, 새드엔딩으로 끝난다. 하지만 사람의 인생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대학교 생활을 시작하면서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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