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공백

by 안연

가끔은 그런 날들이 있다.

별 일 없이 특별할 것 없는 하루를 흘려보냈는데, 묘하게 기운이 나지 않는 날. 그런 날들이 유독 그 시기가 길게 느껴지던 때가 있었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똑같이 회사에 출근해 똑같은 사람들을 만나고, 같은 일을 하고,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유독 여유로운 하루였다. 평소 같았다면, ‘웬일로 이렇게 여유롭지? 오늘은 운이 좋으려나 봐!’하며 웃으며 넘길 텐데, 여유로워 좋은 게 아니라 지루했다. 웃으며 걸어오는 말들도 웃으며 맞받아쳤지만 모든 말과 행동이 지겨웠다. 그러니까, 누구와 만나고 있어도 문득 공허함이 물밀듯 밀려오는 참 이상한 날이었다.




일을 모두 깔끔하게 해내고 퇴근한 뒤 집으로 돌아오니 차갑고 휑한 기분이 들었다.

평소라면, “이제야 좀 쉬겠다”는 안도감과 함께 따뜻함이 날 감싸 안을 텐데, 그날은 아니었다. 방 한가운데 옷과 가방만 벗어던지고, 휴대폰도 켜지 않은 채 멍하니 누웠다. 천장을 바라보다 이어폰을 꽂고 노래를 틀었다. 흘러나오는 노래를 들으며 바라본 창문 밖으로는 깊어가는 밤이 보였고, 건물 사이로 희미한 달빛이 비치고 있었다.


좋아하는 것도 많은데 이상하게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 오늘. 언제나 미래가 기대되던 현재가, 내일도 모레도 같은 일상으로 지나가버릴 것만 같은 기분으로 잠에 들었다.

다음 날 아침, 창밖으로 들리는 고양이 울음소리에 눈을 떴고, 일어나 창문을 여니 차가운 공기가 방 안으로 밀려들었다. 밖에서 이야기하며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보였고, 눈을 깜빡이며 바라보다 문득 깨달았다.

어제도, 오늘도, 어떤 기분으로 살아가게 될지 모르는 내일도 난 그런 나를 받아들이고 어찌 됐든 살아갈 것임을.




우리에게, 아니 적어도 나에게 청춘이란 늘 뜨겁지 않았다. 항상 뜨겁게 매일을 살아갈 필요도 없었다.

언제나 열정적으로 보내며 살아갈 수도 없으며 매일을 특별하게 보낼 수도 없다. 때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하루도, 의미 없는 것만 같은 밤들도 모두 나에게 청춘의 한 자락이듯.


언젠가 시간이 많이 흐른 뒤에, 지금을 떠올리는 날이 오겠지. 그리고 나는 오늘을, 나에게 주어지는 모든 순간들을 소중하게 기억하는 날이 올 것이라 생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