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인생은 언제나 우연이 가득하고,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사소한 기억들과 소소한 행복이 나라는 주체를 만들기도 하며 아주 가끔은, 내 앞에 펼쳐진 작은 우연이 나를 살게끔 한다. 나 또한 사소한 행동으로 상처받고, 작은 위로의 말로 치유받은 기억이 있다.
사회초년생으로 근무를 시작한 때, 한 고객이 나에게 소리를 질러 그 하루를 망칠 뻔한 기분이 든 적이 있다. 나의 실수였지만, 힘든 게 하나둘 쌓여 지친 상태였기에 소리를 지르는 순간 기운이 확 빠져버렸다. 그 상태에서 누군가를 대하는 일 자체가 내 직업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게 했다. 그 고객에게 응당 사과했지만, 그는 쉽게 화를 식힐 것 같지 않았다. 곤란한 상황이었는데 옆에 있던 다른 고객이 그런 나와 고객을 쳐다보고는 말을 건넸다.
"처음인 것 같은데, 어떻게 잘하겠어.. 다 겪으면서 커가는 거고, 그래야 또 발전하는 거지. 너무 기죽지 말아요. 나이 들면 그래요. 사소한 일로도 크게 화가 나고는 하지. 우리 같은 사람들도 좀 이해해 줄 수 있겠죠? 하하 다 나이 들어서 그래.." 하며 토닥여주었고 그 말을 들은 다른 고객이 얼굴을 살짝 붉히며 나에게 사과해 왔다. 그런 고객들을 보며 찰나의 순간에 위로를 받았다.
실수를 겸허히 받아들여주는 사람, 처음에는 이해 못 했어도 상황을 알고 자신의 감정을 쉽게 내비친 것에 대해 사과할 줄 아는 사람. 그 짧은 순간이 여전히 마음에 남아 나를 버티게 했다. 작은 실수도 날 크게 탓하는 좋지 않은 버릇이 있는데, 그 고객과의 만남으로 전처럼 작은 실수로 나를 크게 탓하지 않게 됐다. 작은 우연은 나를 성장시키기도 한다. '지나가는 불에 밥 익히기'라는 말이 있듯, 우연한 기회를 잘 잡아 이용하는 것도 우리의 삶을 버틸 수 있게 만든다.
늘 계획대로 흘러가는 삶이라면 평온하기 짝이 없겠지만, 우리의 순간들은 꼭 순차적으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어떤 날은 작은 우연이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고, 또 다른 날은 선택 하나가 인생을 흔들기도 하지 않나. 그게 가령 중대한 선택이든, 사소한 선택이든 결국은 인생의 연속을 고르는 것은 우리이기에.
대학을 가는 것, 전공을 선택하는 것, 가고 싶은 기업을 향해 노력하는 것. 어려우면서 사소한 선택들이 모여서 내 현재가 되고, 미래를 꿈꾼다.
나도 여전히 고민을 많이 한다. 안정적인 직장을 가지고 미래를 나아갈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모험을 할 것인지. 그리고 이 선택은 꽤나 오래 고민하게 될 것 같다. 지금도, 그리고 아마 미래에도 "이 선택이 나한테 그렇게 중요한 걸까?" 싶은 것들이 시간이 지나고 나면, 삶의 모양을 다양하게 바꿀 수도 있다는 걸 그때 가서 또 깨달을지도 모른다.
장난감을 조립할 때처럼 그의 모양이 건담 로봇이 될지, 자동차 로봇의 형태를 지니게 될지는 주인인 나도 모른다. 삶의 주인은 나니까, 내 마을의 주인은 나 혼자뿐이니 설명서는 잠시 제쳐두고 원하는 방향으로 도전하면서 나를 이리저리 조립해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