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피어나는 봄

by 안연

혼자인 것은 마냥 외롭기만 한 일일까? 아니면, 혼자도 괜찮다는 걸 몸소 느끼게 되는 순간이 어른이 되어가는 시기인 걸까?


혼자가 두려운 사람들이 있는 반면, 혼자일 때가 오히려 마음이 편안한 사람들이 있다. 나 또한 그런 시기들을 겪으며 지나왔고, 10대 때는 혼자 있는 것이 두려웠다. 친구가 항상 옆에 있어야만 하루가 완성되는 것 같았으며, 곁에 없으면 이유 없는 불안함을 느꼈다. 그 불안함은 대학생이 되어 고향을 떠나 자연스럽게 혼자가 되어서야 마냥 두려운 일은 아님을 알았다. 그저 10대 시절의 나는 친구를 '애착인형'처럼 붙잡고 싶었던 것이지.


어릴 적에는 부모형제가, 자라면서는 친구가, 그리고 연인이 옆에 있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했다. 늘 누군가가 옆에 있고, 물건이든 사람이든 주변이 옆을 채워주어야만 지나가는 하루하루가 청춘인 것 같았다. 사실 그런다고 해서 마음까지 마냥 여유로워지는 것도 아니었는데.

오히려, 옆이 꽉 찬 느낌일 때는 더 불안했던 것도 같다. 하나둘씩 떠나간다면, 생겨나는 빈자리를 감당하기가 어려울까 봐 관계를 더 놓지 못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왜 그렇게도 혼자임이 두려웠는가 생각해 보면, 결국 나는 겁이 많았기 때문이라 말하겠다. 그 미성숙하던 나는 어느새 자라 혼자서도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는 어른이 되었다. 뭐든 혼자 하는 게 어려워 머뭇거렸던 때, 혼자 하는 첫 산책이 내게 다양한 풍경을 안겨줬다.


여름에 했던 첫 산책은 푸르른 풍경을 보여줬다. 상쾌한 나무에 붙어 우는 매미 소리는 시끄러웠으나, 사랑의 노래라 치부하면 그 또한 아름다웠다. 생각을 떨치려 이어폰을 꽂고 한여름의 뜨거운 아스팔트 위를 달리다 멈춰 서서 뒤를 바라보면 많은 게 보인다. 벤치에 가만히 앉아 살랑거리는 바람을 맞는 사람,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 땀을 흘리며 수다를 떠는 아이들,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챙모자를 챙겨 쓴 중년들까지. 그런 모습들을 바라보자니 그렇게 신경 쓰이던 시선들은 정작 나를 향해있지도 않았다.


'혼자'라는 단어에 쓸쓸함과 외로움만 담겨있을 것 같았는데 그 안에는 단단함과 평온함이 있었다. 그들이 존재함으로 나를 여태껏 지탱해 왔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내면에 단단함이 자리 잡기 시작하자 혼자라는 시간은 두려운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설렘으로 가득 찬다. 산책을 시작으로 서점, 식당, 카페.. 혼자 가는 이 모든 공간들이 더는 낯설지 않기에.


누구의 시선도, 간섭도 필요 없는 나만의 시간 속에서 나에게 조금씩 집중하는 법을 배웠다. 오히려 나에 대해 더 알 수 있는 시간이라 생각하면 이 또한 나를 성장시키는 한걸음일 것이다.


더 이상은 누군가의 목소리에, 행동에 기대지 않아도 괜찮은 하루하루가 수많은 내 청춘이란 퍼즐의 한 조각이다. 청춘은 꼭 뜨겁고 북적일 필요가 없다. 조용하고 따뜻한 고독 속에서 우리는 새파란 새싹처럼, 어느새 여기저기 피어나고 있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