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를 걷다 보면 과거의 나를 마주할 때가 있다. 고향에서는 길거리 피자가게와 아파트 앞 벤치에서 곁을 떠난 친구의 흔적을 마주한다. 가끔은 사거리 횟집 앞에서 첫사랑을, 휴대폰 가게에서 흘러나오는 밴드 음악 속에서는 첫 연애의 순간을 떠올린다.
지금 살고 있는 이곳에서도 문득 과거가 스며든다. 놀이터 그네에 앉으면 첫 직장의 힘들던 순간이, 칵테일바 앞을 지날 때면 나를 위로하며 글을 적어 내려가던 밤이 떠오른다.
청춘의 기억은 사람마다 다르게 남는다. 기억하고 싶은 부분도, 떠오르는 부분도 제각각이다. 그러니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8글자를 가진 짧은 한 문장에도 반응이 이리도 갈리는 것이겠지.
“아픈 게 무슨 청춘이냐. 그렇게 궤변인 문장도 없다”는 사람, “누군가에겐 청춘이 늘 빛났을지라도, 다른 누군가에겐 아픈 시기였을 테니 궤변이라고 할 수 없다”는 사람도 있다.
어떤 이들은 지나온 모든 시간이 결국은 청춘이었다고 말하지만, 나는 그렇게 단정할 수 없을 것 같다. 지긋지긋하고 뻔하게도 사는 건 언제나 쉽지 않았고, 힘든 순간은 끊임없이 찾아왔다. 어떤 날은 모든 게 정체된 느낌에 내 존재를 받아들이는 것조차 어려웠다. 그런 순간들조차 모두 청춘이라고 해야 하나?
나를 괴롭혀 내가 도려내고 싶었던 그 시련과 고난을 청춘의 한 장면이라 부르고 싶지 않았다. 도려내서라도 기억하고 싶지 않은 순간들은 분명히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돌아보니, 청춘이란 어쩌면 그 모든 순간들을 포함한 것이 아니었나 싶다. 힘든 기억이라도 그것이 결국 현재의 내 발판이 되었을 때. 그제야 비로소 청춘은 다시 시작된다. 청춘은 끝난 줄 알았던 순간에도, 언젠가 다른 모양으로 또다시 찾아올지도 모른다. 청춘은 내 앞을 스쳐 지나가도, 사라지지 않는다.
매서운 바람이 휘몰아치던 겨울, 내리던 눈은 녹아서 사라지지 않고 땅으로 스며들어 흙을 단단하게 만든다. 그리고 따스한 봄이 왔을 때, 예쁘게 핀 민들레 씨앗이 훨훨 날아간 자리에서 새로운 꽃을 피운다.
청춘은 그냥 지나가고 사라지는 게 아니라 나를 성장시키기 위해 조용히 스며들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스며들어 나를 단단하게 만들고 새로운 내 모습을 또다시 발견하는 것.
청춘은, 끝없는 성장의 연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