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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정함이 싫다

그러니 머물러줘

by 안연


싫다는 감정이 어떤 건지, 너는 알까? 너는 느끼고 있을까. 나는 싫다고 했지만, 사실은 그게 다 네가 너무 좋아서였다는 걸.


난 겨울을 싫어해. 차갑고 건조한 공기가 내 뺨을 스치고, 바람마저 세차게 부는 날에는 숨 쉬는 것마저 답답해지잖아.

그런 겨울에 미리 꺼내놓은 따뜻한 핫팩을 손에 쥐어줄 때마다, 싫은 겨울이 조금씩 부드러워지는 것 같아. 네가 목도리를 풀어 내 목에 감아주면서 괜스레 손을 잡을 때, 그 온기가 겨울보다 더 가까운 것 같아 부담스러워진다.

‘손 잡고 싶어서 핑계 대는 거야.’ 너는 그렇게 웃으며 말하겠지. 그리고 나는 그런 널 또 한 번 밀어내는 거야.


여름은 더하다. 오늘 폭염이라며 손풍기를 빌려왔다는 너의 말에 내가 너를 밀어낼 핑계를 찾는 동안, 넌 어느새 내 얼굴에 바람을 쐬어주고 있겠지.

땀이 맺힌 이마 위로 스르르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나는 더 이상 그런 네 다정함이 싫다고 말할 자신이 없어져.


그런 네가 왜 싫냐고 묻는다면, 나도 잘 몰라. 아니, 사실은 너무 좋아하나 봐. 너의 다정함은 나를 약하게 만들어. 네 미소는 내가 애써 쌓아 올린 벽을 흐트러지게 만들어서 한순간에 무너뜨릴 것만 같아.

나는 너를 밀어내면서도 네가 계속 그 자리에 있기만을 바랐어.


하지만 결국 네가 돌아서고 나서야 알았어. 네가 떠난 자리에 남은 건 차가운 공기와 눈에 젖어버린 모래뿐이라는 걸. 그제야 내가, 아니 사실은 우리가 얼마나 나약한 상태로 있었는지 깨달았어.

네가 준 손수건이 아직 내 주머니에 남아있어 다행이야. 혹시라도 날 돌아보기 전에 슬쩍 닦아버릴 수 있잖아.

너는 너무 다정해서, 그래서 그 다정함을 받아들이기가 더 싫었는지도 몰라.


네가 싫다던 나는 나도 모르게 너를 너무 사랑한 것 같아. 이 이야기를 알게 된다면, 넌 무슨 표정으로 어떤 말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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