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열린 동그라미

우주와의 소통의 문. 대지와의 소통의 문

by Sies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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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이 당시에 많은 실험적인 작품을 그리셨다.

이 작품은 캔버스에 세모나 네모의 오브제를 붙이고 그 위에 석회를 덧 입히고 열려있는 동그라미 두개를 그리셨다.

동그라미의 하나는 왼쪽이 열려있고 다른 동그라미는 아랫쪽이 열려있다.

아버지의 모든 행동 말씀 그리고 그림은 수수께끼 같은 이면을 담고있다.

이 열려있는 동그라미는 순환의 숨구멍으로 왼쪽으로 동그라미가 열린 형상은 과거 혹은 근원(Origin)을 향한 시선을 뜻할 수 있다.

기억이나 에너지가 과거로부터 현재로 흘러 들어오는 통로인 것만 같다.

그리고 아래로 열린 형상은 대지(Soil)를 향한 겸손과 하강을 의미하는 것만 같다

아버님께서 강조하신 '흙(Soil)'으로 돌아가는 인간의 본질, 혹은 신의 은총이 땅으로 내려오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처럼 보인다,

1997년이라는 제작 시기를 고려할 때, 삶의 완숙기에 접어든 아버지가"인생은 닫힌 결말이 아니라 끊임없이 우주와 교감하며 열려 있는 과정" 임을 표현하셨던것 같다.

마치 경계가 허물어지는 찰나를 묘사한 것처럼 완전한 동그라미가 아닌 열려있는 두 개의 동그라미를 하나는 왼쪽이 열려있게 또 하나는 아래가 열려있게 그리셨다.

아버지의 추상에 들어가 있는 분홍은 어머니에 대한 사랑때문이다.

이북이 고향인 어머니는 항상 고향을 그리워 하시며 진달래가 가득한 정원을 그리워 하셨다.

분홍색 꽃만 보면 기운을 차리시던 어머니를 위해 추상작가들이 선호하지 않는 분홍을 대범하게 쓰셨던 것이 기억난다.

약간은 자폐적인 경향이 있었던 나의 아버지 조영동 화백.

인간관계와 사회소통에 많은 어려움을 가지셨던 작가 조영동의 심리적 상태를 잘 말해주는 이 열린 동그라미는 나에게 많은 생각과 기억을 가지고 온다.

항상 술을 많이 드셔야 말씀을 하셨던 나의 아버지는 아마 동그라미를 열어놓기 위해 알코올이 필요하셨던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 작품은 청주의 네오아트 센터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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