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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는 없고 그림만 있는 아버지의 빈집

by Siesta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인류의 치명적인 사건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되풀이되는 잔혹사 안에서 나의 부모님은 이 세상을 떠나셨다.



"딸들 보고 와서 나를 좀 꼭 안아 달라고 그래"



그게 우리 아버지가 마지막 숨을 내쉬며 유리로 가려진 병실 창 너머로 하신 말씀이라고 언니가 그랬다.




그렇게 화가로서 대한민국이라는 어려운 사회에서 딸 넷을 키워내신 우리 아버님이 세상을 떠나신지 만 1년이 지났다.



인공지능이 하느님이 되어버린 이 세상.


세계적 바이러스로 부모의 병석에도 못 들어가는 이 세상


다시 유럽에 전쟁이 시작된 이 세상


아무도 책을 읽지 않는 이 세상


...


아버지 조영동 화백은 1933년 대한민국이 일제하의 식민지로 있을 때 충북 음성군의 생극이라는 지도에도 안 나오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셨다.



그리고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하셨다.



6.25의 참상을 겪고 천주교로 입교하시고 여동생들의 학비를 도와주시며 "여성이 꼭 배워야 나라가 바로 간다"라고 늘 말씀하셨다고 한다.



아버지의 우리 네 딸들에 대한 교육열은 아버지가 여성들의 교육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셨는지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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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아버지를 천주교에 입교하게 하신 한 친구분의 초상화이다. 이분은 서울대 인문대를 다니셨지만 이후 사제가 되셨다고 한다.


1970년 아버지는 점 선 시리즈와 단색화의 추상으로 전시회를 하시고 미국의 휴스턴 미술대학의 초청교수로 1년을 계셨다.


게이꼬 갤러리에서의 초대전을 마치고 한국으로 오셨다.


아버지는 그때 미국에 대해 많은 회의를 느끼시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셔서 대한민국 미술교육에 몰두하신다.


예술은 인간을 치유하고 철학을 시각화해주고 소리 없는 혁명을 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교육에 전념하신다.


아버지의 공주교육대학 시절 만드신 "그릴회"라는 교육예술가 들의 모임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으며 아버지의 이 예술에 대한 철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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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 년대의 단색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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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스턴 게이꼬 갤러리에서 보인 점 선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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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여성 교육에 대한 생각은 시대를 앞선 예술가적 철학에 바탕을 둔다. 여성이 움직여야 나라가 제대로 선다고 항상 말씀하셨다. 사진은 아버지가 그리신 유 관순 열사의 초상화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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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만든 그릴회는 해마다 대한민국을 여행하며 드로잉, 전람회, 예술 토론 등을 하였


1980년대 아버지는 서울 성신여대로 오시게 되고 그때 아버지는 다시 단색화 공 상 시리즈와 새롭게 인성 토양 천지창조 등의 작업을 하시고 국내와 일본에서의 개인전과 세계 각국에서의 그룹전에 참가하신다.


이때 아버지의 대표작 단색화 공 상 시리즈를 과천 현대 미술관에서 2 점을 구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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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천 현대 미술관에서 구입한 이 공 상 시리즈에서 아버지의 단색화가 마무리되고 토양 인성 시리즈가 시작된다.


공 상 시리즈에서 인성 토양 움직임 천지창조 그리고 아버지가 말년에 계속해서 그리신 얼굴들... 예수님의 얼굴, 성자의 얼굴, 순교자의 얼굴,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상처투성이인 얼굴 바로 에케 호모가 탄생한다.


아버지의 마지막 유화 작품은 2015년에 그리신 에케 호모이다.

나는 이 얼굴들의 그림이 세계적인 성화가 될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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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마지막 유화 작품 2015



석고와 유화물감 그리고 기름을 섞어 겹겹이 그린 아버지의 인성 토양, 율동은 보는 사람의 말문을 막는 거대한 토양의 에너지를 실제로 보유하는 대작들이다.


나는 이 그림을 제임스 러브록 (James Lovelock)의 가이아 (Gaia) 이론과 견줄 수 있는 시각적 사이언스라고 본다.


지구는 살아있는 한 생명체로 스스로 진화하며 스스로 생성하고 전체 에코 시스템을 통괄한다는 이 이론이 한눈에 보이는 아버지의 그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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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메타 60 크기인 이 그림은 보는 사람의 말문을 막는 살아있는 토양의 에너지 그 자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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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토양, 인성 시리즈가 천지창조로 이어지는 것은 그래서 우연이 아니다.


아버지의 천지창조 시리즈 이후로 나온 것이 가시면류관, 십자가상, 에케 호모 등의 종교화들이다.


말년에 아버지의 고독과 인간 한계에 대한 철학적 질문이 담긴 그림들이다.




평생 불면증에 시달리신 아버지는 항상 머리맡에 종이와 먹 그리고 작은 그림도구를 놓고 주무셨는데 잠이 께면 그린 이상한 형체들의 그림들이 바로 "악몽으로부터 오는 영감" 시리즈 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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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전투 같았던 대한민국 안에서의 삶, 어머니와 네 딸들에 대한 가슴 아픈 사랑과 헌신이 바로 이것이 아버지의 추상 작품이다.




3월에 나는 한국에 간다.




아버지의 그림 그림과 사진들의 정리를 위해 그리고 미술관들과의 딜을 위해 멀고 먼 여행을 한다.


하지만 미술관들과의 딜과 사진 정리도 20 시간 되는 여행도 나의 마음을 무겁게 하지 않는다.




화가는 없고 그림만 있는 아버지의 마지막 작업실 문을 열고 들어갈 무거운 마음에 눈물만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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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릴 회의 전시회를 보고 계시는 아버지




아버지의 홈페이지:

www.choyoungdong.es


>> 위글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1년이 지나서야 한국에 갈 수 있었던 오미크론 코로나 바이러스 시절에 쓴 글입니다.

더 많은 조영동 화백에 대한 정보: https://blog.naver.com/newspainp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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