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안녕,
이 말이 이제 우리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요.
안녕,
반대로 이 말이 우리에게
이제 가장 잘 어울리는 말이라는 것도요.
막연히 언젠가 당신을 다시 만날 날을 그려보곤 했던 것 같아요.
우리가 함께했던 날로부터 많은 시간이 흘렀네요.
젊었던 우리 모습을 그때의 하늘은 기억하고 있을까요.
자유로웠던 우리 모습을 그 시간의 태양은 간직하고 있을까요.
우리 사이에 거리는 손이 닿을 만큼 가까운데
우리 사이의 시간은 추억이 빛의 속도로 달려와도
길을 잃을 만큼 멀게 느껴지네요.
받을 수 없는 전화를
수많은 밤을 지새우며 걸었어요.
핸드폰을 두 손에 꽉 쥔 채로
고개를 숙였죠.
전하지 못했던 말을 하고 싶어서요.
그 말은 끝내 전하지 못하고 마주하고 있네요.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그날의 우리가 아니고,
지금 우리는 도망쳐 온 그때의 그림자일 뿐인걸요.
잘 지내길 바랐던 마음이
속절없이 거부당한 모습으로
당신을 마주하는 게 견딜 수 없어요.
언제나 내 사랑은 당신의 삶과 연결되어 있었어요.
당신은 몰랐겠지만.
당신은 알 수 없었겠지만.
다시 만날 모습에 이런 장면은 없었으니까
이대로 보내주려 해요.
당신이 슬퍼할 몫까지 내가 슬퍼하고 싶었어요.
수신되지 않는 전화에 수 없이 했던 말이었죠.
안녕,
우리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인사를 마지막으로 멀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