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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함 없는 모임,
몇 개를 하고 있습니까?

by 바람난 인문학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를 들어가니 명함이 나왔다.

내가 받은 첫번째 명함은 베지밀로 유명한

‘정식품’의 홍보실 카피라이터였다.

그러다가 대홍기획의 카피라이터로 전직을 하고

다음엔 LG그룹의 광고대행사인

LG애드(현 HS애드)의 본부장을 끝으로

독립을 하게 되었다.

17년간 수많은 캠페인과 경쟁 프리젠테이션을 하면서

보람도 있었고 좌절도 맛보았다.

그러나 회사라는 울타리 속에서

순항하는 배와 같은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겠다.

독립하게 된 배경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것은 내가 오너가 되어

내가 하고 싶은 것 만을 하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 환상은 얼마 지나지 않아 다 깨졌다.

오히려 하고 싶지 않은 일들을

더 많이 하는 상황이 전개되기 시작했다.

독립 대행사는 매일매일이 생존경쟁의 연속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느낀 것 중에

가장 큰 것은 일에만 매몰된다면

직업인으로서 수명도 짧아지고

내 삶의 길이도 그만큼 단축되리라는

불길한 생각이 엄습했다.

그 때 처음 만난 것이 와인 스쿨이었다.

선생님이 있고 동호인들이 모여

와인 공부하고 마시며 품평회를 갖는 그런 모임이었다.

내가 그동안 만나왔던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부류의 사람들과 만나게 되었다.

전자회사, 화장품 계열 회사의 직원도 있었고

프리랜서도 있었으며

회사들도 정말 다 달라 와인을 마시면서

나누는 대화가 정말 풍성했다.

또한 나이도 다양해서

서로의 경험을 공유할 수도 있었다.

일주일에 한번 가는 모임이

아쉬울 정도였다.

일에만 매몰되었던 나에게는

신천지와도 같은 것이었다.

만나면 경쟁사는 어떻고, 매출은 현재 어떤 상태이고

올해 목표는 얼마라는 이야기가 지배적이었는데

산미가 어떻고 원산지가 어디며 빈티지는 몇 년인가 등

전혀 새로운 세상과 만남이었다.

그 후 그림을 공부하면서

각종 전시회를 다니고 즐기는 수준까지 올라갔고

1년에 한두 작품은 완성하는 단계까지 올라갔다.

물론 대한민국 남자들의 유일한 취미 생활인

골프도 한달이면 3,4번 나가면서 즐기고 있고

재미삼아 도전한 미국 PGA 렛슨 프로 자격증도 취득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내가 평소 만나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과 만나게 되었고

단순히 일이 아니라 인간적인 호기심과

친소 관계가 형성되어 주말이 늘 바쁘게 살고 있다.

나이가 들어 행복한 삶을 살아 가려면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즐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알고 지낸 사람들만 만나지 말고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사는 게 정신 건강은 물론 육체적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뇌는 가만 두면 늙어간다.

새로운 자극들을 늘 해야 한다.

내가 하는 방법은

일단 만나는 사람들의 종류를 다양하게 구성했다.

와인 모임, 골프모임, 고스톱모임, 그림모임 등을 하고 있다.

만나는 사람들이 다양하니 그때마다

나누는 대화가 다양하다.

업무로 만나는 미팅은 별도다.

회사에서는 오전 중에 업무에 집중하고

오후는 회의를 하거나

내 개인 공부 시간을 갖는다.

먼저 영어와 한글 단어 공부를 한다.

다 아는 단어지만

메모를 하고 활용들을 공부한다.

한달에 한 두 번 정도는 가까운 곳이라도

여행을 한다.

그리고 겨울에는 가까운 동남아로

골프여행을 간다.

주로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일본, 중국 등으로 가서

일주일 정도 운동도 하고

한국과 다른 따뜻한 곳에서

단순히 골프만 치는 게 아니라

현지 관광지나 시장 등을 다니면서

문화 체험을 한다.

그렇게 한 해 한 해를 보내다가

여기에 블로그 활동을 하나 추가했다.

이 블로그 활동을 기반으로

매년 책 한 권씩을 출판하려고 한다.

지금까지 2권의 전문서적과 한권의 에세이를 출판했지만

뭔가 그동안 내가 쌓아온 노하우와 경험을

후배들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그러면서 인생의 후반전을 즐기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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