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대륙, 11번째 나라, 4번째 도시
우리가 데니즐리에 가는 목적은 오로지 하나. 파묵칼레를 보기 위해서다.
파묵칼레는 층층이 쌓인, 눈처럼 흰 석회에 하늘색의 온천수가 만나 아름다운 풍경을 이루는 튀르키예의 유명한 관광지 중 한 곳이다.
이곳은 2시간이면 다 둘러볼 수 있다 해서 페티예에서 아침 일찍 파묵칼레로 갔다가 기차 타고 셀축으로 넘어가는 일정으로 계획했고, 데니즐리 도착 후 식당 한 곳에 점심을 먹으러 오겠다고 약속을 하고 우리 짐을 맡겼다.
파묵칼레는 훼손을 막기 위해서 신발을 벗고 맨발로만 다닐 수 있었다.
눈이 쌓인 것처럼 하얘서 차가울 거란 선입견이 먼저 들지만 막상 마주한 바닥은 온천수가 흘러서 따뜻했다.
언젠가 사진으로 보며 이렇게 아름다운 지형도 있구나 감탄하며 한 번쯤은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파묵칼레에 도착하니 사진에서처럼 물이 가득 차 있진 않았지만 층층이 쌓인 새하얀 석회층 자체로 충분히 아름다웠고, 옥색의 물이 담겨있는 층은 더 특별해 보였다.
무엇보다 가보고 싶었던 곳에 도착한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파묵칼레의 최상단이 끝이 아니라 길이 이어져있는데 그 길을 따라 걸어가면 고대 온천 수영장이 나온다.
과거 무너진 고대 도시에 온천수가 고여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수영장인데 온천을 이용하는 건 유료지만 그냥 입장하는 건 무료라 수영복이 없었던 우리도 구경을 하러 들어갈 수 있었다.
온천수가 맑아서 물속이 훤히 보였는데 그 안에 쓰러진 기둥을 포함한 고대 도시 건축물의 잔해들이 보여서 신기했다. 클레오파트라도 이용했다는 온천이라던데 그녀가 온천수를 이용할 수 있을 정도면 건축물은 얼마나 더 전에 지어지고 무너졌을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온천 수영장 구경을 마치고 조금 더 걸어 올라가서 히에라폴리스 고대 원형극장도 구경을 했는데 생각보다 큰 규모에 다 둘러보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았다.
파묵칼레만 생각하고 이런 고대 도시의 터전까지 둘러볼 거라 생각지 않았던 우리라 초입만 구경하다가 가방을 맡기면서 약속했던 식당에서의 점심 먹는 시간과 기차역으로 가는 돌무쉬 시간을 생각해서 서둘러 내려왔다.
그런데 이날 무슨 날인가...
아침에 페티예에서 데니즐리행 버스를 놓칠 뻔한 것(튀르키예, 페티예 2편)에 이어서 기차 타러 가는 돌무쉬 타이어가 터져서 다른 돌무쉬가 우리를 태우러 오기까지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큰 배낭을 메고 이동하는 날은 되도록 중간에 대기하는 시간 없게 하려고 차편 등을 알아보고 계획하던 우리인지라 처음에 타이어가 터졌을 때만 해도 기차 시간을 아슬아슬하게 맞출 수 있을 거 같아 다른 돌무쉬가 언제 오나 계속 차도를 바라보며 불평 섞인 말과 함께 발을 동동 굴렀다.
그러다가 원래 타려던 기차를 아예 놓치고 나니 오히려 조급함이 사라지고 큰 사고가 나지 않았던 것에 대한 감사와, 기차를 잡기 위해서 뛰어야 할 필요가 없는 여유만이 남았다. 아마도 막차가 한대 남아있어서 가질 수 있었던 여유인 거 같긴 한데 같은 처지의 현지인들과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차 문제가 해결되기를 기다리는 상황까지 재밌게 다가왔다.
그렇게 도착한 데니즐리 기차역 근처에는 쇼핑몰이 있어서 카페에서 음료를 마시며 셀축행 마지막 기차를 배낭에 대한 부담감 없이 기다릴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