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셀축 1

아시아대륙, 11번째 나라, 5번째 도시

by 해피썬

셀축은 에페소 유적지와, 오머가 추천해 준 아기자기한 쉬린제마을을 가보기 위해서 정한 여행지였다.

첫날 막차를 타고 저녁에 도착한 게스트하우스에서 주인의 따뜻한 환대를 받으며 체크인을 하고 다음날 바로 에페소를 가기 위해서 셀축 오토가르(버스터미널)에서 에페소행 돌무쉬를 탔다.


바울의 행적이 기록된 사도행전 19장에 기록된 장소, 바울이 매일 설교하며 많은 이들을 믿음의 길로 이끌었을 원형 극장과 켈수스 도서관 유적지, 그리고 직접 걸어서 돌아다녔을 도로, 옛 주택들 등을 내 발로 직접 밟으며 돌아다니니 나 역시도 2000년 전에 있었던 고대 도시 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 들었다.

이런 고대 유적지에 올 때마다 느끼는 건 지금처럼 엄청난 장비가 있는 것도 아닌 그 옛날에 어떻게 돌덩이들을 깎고 정비해서 거대하고 안정적인 건축물들을 세우고 공중화장실 등 공공을 위한 시설들을 갖춘 도시를 제대로 세웠을지, 옛날 사람들은 모두 천재에 기술자였을까 하는 생각이다.


아데미(아르테미스) 신상을 만들어 돈을 벌던 자들에 의해 일어난 소동으로 마케도냐로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성경 속 묘사대로 이곳은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의 신전 터를 많이 볼 수 있었다.

정작 아르테미스 신전 터는 에페소 유적지에서 조금 떨어진, 셀축 오토가르에서 걸어갈 수 있는 위치에 있어서 나중에 산책 겸 다녀왔는데 큰 기둥 하나를 제외하고 모든 것이 무너져있었고, 에페소 유적에 비해서 사람들이 찾지 않아 휑하고 을씨년스러웠다.


다시 에페소 얘기로 돌아와서 우리의 에페소 관광은 가이드 없는 개별관광이라 엄청나게 큰 에페소 유적지를 두서없이 돌아다니다 지칠 수도 있었는데 우리가 묵었던 숙소에 센스 있게 여러 나라말로 된 에페소스 설명 책자를 구비하고 있었다.

한국어 책자도 있고 대여도 가능하다 해서 책자를 들고 각 유적마다 그곳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읽으며 스터디 모드로 그곳을 더 자세히 둘러볼 수 있어 좋았다.



셀축의 에페소 유적지 방문에 대한 글을 쓰면서 아쉬운 점은 그때 당시 안내 책자를 보면서 공부하듯이 둘러본 내용이 아무리 되새겨봐도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반 여행지는 우리가 여행한 지 7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이 나고 그때 했던 짧은 메모로 기억을 살려서 글을 쓸 수 있었는데 역사적 지식이 필요한 유적지에 대해 기억해 내는 건 한계가 있어서 '왜 그때 제대로 글로 남겨놓지 않았나, 또는 왜 그때 바로 글을 쓰지 않았나'라고 과거의 나를 탓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예 글쓰기를 포기하지 않고 지금이라도 글을 쓰는 이유는, 글쓰기를 통해서 다시 한번 세계일주를 하는 기분이 들어 우리의 귀한 순간을 다시 추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을 쓰기 위해서 여행 사진을 다시 찾아서 보게 되는데 이런 사진들을 보다 보면 고대 도시가 언제 세워져서 언제 무너졌는지와 같은 정보는 생각이 나지 않지만, 거의 터만 남은 무너진 유적지라 높은 건물이 없어 해를 피할 수 없다 보니 더운 날 가기는 힘든 장소였다는 건 기억난다.

또 우리가 갔을 때는 날씨가 적당히 선선해서 남편도 나도 그 큰 유적지를 돌아다니면서도 지치지 않고 잘 누비고 다녔던 것도 기억이 나고 활기 넘치는 사진 속 우리의 모습에서 세계 일주했을 때의 기쁨이 생각난다.

이렇게 글쓰기를 포기하지 않아 얻게 되는 또 한 번의 행복함에 또다시 감사하게 된다.



이야기가 샜지만 에페소 유적지를 거닐면서 감탄도 하고, 찬란했던 고대 도시가 이제는 유적지로만 남은 것에 대해서 지금 이 시대의 강국이 몇천 년 후에는 어떤 모습일지 와 같은 심도 있는 이야기도 나누면서 에페소에서의 시간을 잘 마무리하고 다시 셀축 오토가르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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