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대륙, 11번째 나라, 5번째 도시
우리가 셀축에 도착한 날이 금요일이었는데 셀축 오토가르 근처에서 토요일마다 큰 장이 선다는 숙소 주인의 정보에 에페소에서 시내로 돌아오자마자 구경을 갔다.
주말에 서는 시장이라길래 플리마켓 정도일까 싶었는데 제주도의 오일장처럼 생각보다 큰 규모로 과일 채소와 같은 식재료부터 옷과 양말 등의 잡화까지 온갖 것을 다 팔고 있었다.
난 특히 의류 판매하는 구역이 재밌었는데 천막을 이어놓은 긴 줄에 온갖 옷들이 일렬로 대롱대롱 매달려있었다. 그중에 다양한 길이와 무늬의 양말들이 화려한 자태를 뽐내면서 걸려있는데 분명 신지 않을 걸 알면서도 괜히 기념으로 하나 사고 싶어졌다. 우린 배낭여행객이었고, 다행히 양말 하나의 무게마저도 늘리고 싶지 않은 이성이 이겨서 구매하진 않았다. :)
과일과 채소코너는 햇볕을 잘 받으며 자라서 그런지 색이 선명하니 굉장히 탐스러워 보였다. 과일은 수박, 파인애플, 포도 등 숙소에서 제공하는 조식으로 충분히 먹고 있어서 간식으로 먹을 바나나만 한 송이 구매했다.
토요 마켓이 열리는 곳 주변에 있던 식당에 현지인들이 많이 식사를 하고 있길래 맛집인가 싶어서 우리도 거기서 밥을 먹기로 했다. 정확한 이름은 기억 안 나는데 닭 요리 1개와 소고기 가지 토마토 요리 1개를 밥이랑 같이 시켰는데 생각보다 매워서 당황했다. 그래도 맵부심 있는 한국인으로서 잘 먹는 편에 속할 줄 알았는데 외국에도 다양한 매운 음식이 있고 그 매운 음식을 잘 먹는 사람도 많다는 걸 여행하면서 느꼈다.
다음 날인 일요일은 셀축에 예배를 드릴 수 있는 교회를 찾을 수 없어서 대신 성요한교회를 가기로 했다.
사도요한이 밧모섬의 유배를 마치고 살았던 에베소에는 그가 죽은 후 그 무덤 위에 세워졌다는 성요한교회가 있는데 지금은 다 무너지고 거의 터 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교회의 터를 돌아보고 길고양이랑 잠깐 장난도 치다가 교회의 터만 있고 볼거리가 없어서 관광객들이 거의 없는 걸 보고 한편에 자리를 잡고 앉아 조용히 말씀을 읽고 찬양을 하며 가정예배를 드렸다.
세계일주를 하면서 교회가 없는 나라에서는 둘만의 가정예배를 드리곤 했는데 교회 유적지에서 예배를 드리니 초대교회 신자들이 교회라는 건물이 아닌 가정에서 모여서 함께 예배드리던 모습이 이렇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성요한교회 터에서 나와서 숙소 쪽으로 이동하고 있는데 한 학교 안에서 농구를 하고 있는 튀르키예 학생들의 무리가 보였다.
농구하고 싶다 노래를 부르던 남편이라 농구하는 걸 구경이라도 하려고 벤치에 앉아있었는데 그 친구들이 먼저 우리를 발견하곤 남편에게 같이 농구를 하자고 했다.
빠이(태국, 빠이 3편) 이후로 오랜만에 농구를 하면서 행복해하던 것도 잠시, 10대 학생들의 체력을 따라가지 못하는 남편은 금세 벤치로 쉬러 왔다.
재밌는 건 그 학생들도 농구를 멈추고는 우리 주변에 앉아서 한국인인 우리에게 관심을 가지며 말을 걸고 다른 친구들을 더 불러서 같이 사진도 찍었다.
튀르키예에 와서 마주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친절하고 영어가 서툴러도 손짓 발짓 써가면서 우리에게 표현하는 친근감에서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뜻이 통하고 마음이 통하는 상황을 느낄 수 있었다.
나라적으론 형제의 나라, 관계적으론 내 친구의 나라인 튀르키예가 여행을 할수록 더 좋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