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대륙, 4번째 나라, 4번째 도시
우리가 방콕에 온다고 하니 식사 대접을 하고 싶다는 또 다른 사람들이 있었다.
먼저는, 옴의 어머니셨다.
방콕 첫 번째 이야기(태국, 방콕 1)에서 옴이 한국에 놀러 왔었다는 얘기를 했는데 가족과 함께 온 것이었고, 한국 드라마 "겨울연가"의 영향으로 옴의 어머니와 조카가 남이섬을 꼭 가고 싶어 해서 차와 기사님을 렌트해서 여행하는 방법을 찾고 있었다.
그때 우리 아빠가 카니발을 빌려서 옴의 가족을 모두 태우고 남이섬 여행을 도와줬고, 춘천의 닭갈비 맛집에서 식사도 대접했었다.
옴의 가족들, 특히 어머니께서 엄청 고마워하시며 방콕에 오면 꼭 연락하라고 하셨는데 옴과 따로 살고 있던 옴의 어머니가 나와 남편이 방콕에 머문다는 얘기를 듣고 식사를 대접해 주신 것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고급 한정식집과 같은 느낌의, 고급 태국 전통음식점으로 우리를 초대해 주신 후 우리 부모님 안부도 물으시고, 아빠가 베풀었던 마음을 우리한테 돌려줄 수 있어서 너무 기쁘다고 말씀해 주셨다.
선의가, 그것도 내가 아닌 우리 가족이 베푼 선의가 다시 돌아오는 경험은, 앞으로 나와 남편이 부부로 살아갈 때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할지를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두 번째는, 나의 또 한 명의 태국 친구 지였다.
지는 내가 두 번째 호주에 갔을 때 동생과 같은 어학원을 다녀서 알게 된 친구이다.
해외에서 어학연수를 해본 분들은 알겠지만 영어실력을 늘리고 싶어 하는 마음이 크기 때문에 꼭 그 나라 원어민이 아니어도 영어를 쓸 수밖에 없는 외국인 친구를 사귈 수 있으면 무조건 땡큐이다.
그래서인지 동생의 어학원 친구들이 모일 때면 나도 같이 불러서 놀자 해줘서 친해질 수 있었다.
두 번째 호주에서 돌아와서 지의 초대로 2주간 방콕 살이를 했고, 지도 한국에 놀러 올 때마다 만나서 밥 한 끼라도 먹곤 했다.
남편이랑도 한국에 왔을 때 한 번같이 식사도 했던 사이라 우리가 방콕에 간다니 꼭 만나자고 연락을 해줬다.
시암 파라곤(Siam Paragon) 쇼핑몰의 한 식당에서 만나서 밥을 먹으며 우리는 멜버른에서의 시간을 이야기하고, 나와 남편의 연애시절 한국에서 셋이서 만났을 때도 이야기도 했다.
이렇게 내 친구들이 자연스럽게 남편의 친구가 되는 것, 이게 여행의 매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태국은 나의 첫 외국인 친구들이자 소중한 친구들이 사는 곳이라 괜히 옆집 친구네 놀러 가는 거 같은 반가움이 있는 나라이다.
그런 태국을 떠나기 아쉬웠지만, 우리는 한 곳에 멈춰있으려고 떠나온 게 아니니까 다시 다음 여행지인 캄보디아를 향해 나아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