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41 댓글 6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세 권의 책이 들려준 '함께'의 가치

독서모임에서 발견한 우연한 공명(共鳴)

 

 지난 7월부터 2~3주에 꼬박 세 권씩 꾸준히 함께 읽어왔다. 동네 엄마 셋이 모여 <THE읽는엄마>라는 모임명까지 만들고, 각자 한 권씩 추천한 책을 세 명 모두 읽어오는 것이다. 초반에는 다른 두 모임원은 얇거나 비교적 읽기 쉬운 책을 골랐다. 2주에 3권을 읽는다는 부담감 때문이었다. 그러더니 어느 순간 책 읽기에 빠져들면서 요즘엔 두꺼운 소설을 고른다.


 아이를 키우면서 책은 계속 읽었지만, 부족한 시간에 읽는 책이었기에 대부분 내게 필요한 정보를 담고 있는 책을 읽어왔다. 바쁘면 드라마 볼 시간도 없지 않은가. 더군다나 소설의 특성상 한 번에 쭉 몰아봐야 제맛이기에, 통 시간이 없는 나는 엄두도 못 냈더랬다. 뭔가 소설을 읽고 있으면 놀고 있는 기분이랄까. 그런데 독서 모임의 다른 두 모임원은 나와 성향이 달라서인지, 아니면 이야기책이 읽기 편해서인지, 최근 들어 두꺼운 책을 고르기 시작하면서 함께 읽을 책으로 꼭 소설을 선정했다.


 독서 모임에서 함께 읽을 책을 선정하는 것은 사실 상당한 부담이 된다. 나 혼자 읽을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같이 읽어서 시너지가 날 수 있는 책을 선정하면 좋다. 내가 생각하는 '독서 모임에서 읽기 좋은 책'이란 할 이야기가 많은 책이다. 그래서 내가 고른 책을 읽으면서도, 모임원과 무슨 이야기를 할지, 어떤 것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볼지 생각하면서 읽게 된다. 또 내가 고른 책을 다른 이가 인상 깊게 읽었다고 하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성향과 생각이 전혀 다른 셋이 모여있어, 같은 책을 읽어도 인상적인 부분이 전혀 다를 때도 있고 같은 상황에 대해서도 느끼는 바가 달라 토론 아닌 토론이 벌어지기도 한다. 사실 이게 바로 함께 읽는 묘미이다.


undefined
undefined

 


 목요일 독서 모임까지 3일밖에 남지 않은 월요일. 아뿔싸! 아직 한 권도 못 읽었다. 아이들 방학이라 정말 시간 여유가 없는데, 주말에는 막내까지 아팠던 터라 책 읽을 정신이 없었다. 남은 기간 3일, 남은 책 3권! 그래서 하루에 한 권씩 읽었다. 월요일-『알래스카 한의원』, 화요일-『가시고기(개정판)』, 수요일-『따로 또 같이, 고시원 삽니다』. 집에 있을 때는 종이책으로, 아이들 학원 픽업하며 밖에서 돌아다닐 때는 전자책으로, 막내 재우면서도 깜깜한 어둠 속에서 전자책으로, 수험생처럼 읽었다. 독서 모임을 하면 어쨌든 같이 읽기 때문에 어떻게든 다 읽게 된다.



 책 세 권을 다 읽고 나니, 웃음이 나왔다. 책 세 권이 묘하게 통한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함께 책을 꾸준히 읽어오다 보니, 각자 고른 책인데도 그 책들 사이에 통하는 게 있을 때가 많다. 가령 한 책의 주인공이 마치 다른 책의 주인공으로 자란 것처럼 느껴진다거나, 특정한 주제에 관해 책 세 권이 다르게 말하고 있거나 하는 식이다. 함께 모여 책에 관해 이야기 하다가 책끼리 서로 통하는 맥락을 발견하게 되면 묘한 쾌감을 느낀다. 셋이 통한 느낌. 우리 마음과 생각이 비슷한 리듬으로 흐르고 있다는 느낌.


 이번에 고른 책은 신기하게도 모두 주인공 혹은 주인공과 가장 가까운 이가 아픈 상황이었다. 『알래스카 한의원』에서는 주인공이, 『가시고기(개정판)』에서는 아들이, 『따로 또 같이, 고시원 삽니다』에서도 작가의 자녀가 아픈 상황으로 시작한다. 앞의 두 책은 소설이고, 마지막 책은 에세이인데, 마지막 책도 마치 소설처럼 읽혔다. 그런데 주인공이 이러한 상황에 대처하는 모습이 다 다르다. 첫 번째 책은 자신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알래스카까지 가고(도전적인 것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자포자기 상태로 간 것이다), 두 번째 책은 애오라지 아들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한다. 세 번째 책은 좀 달랐다. 갑작스럽게 아이가 아픈 상황에서 오히려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다. 아이를 언제든 돌볼 수 있는 경제적·시간적 자유를 얻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처한다. 책 세 권에서 서로 다른 삶의 자세를 엿보았고, 나라면 어땠을까 떠올려본다. 책 속에서 그들은 자신의 가장 약한 부분을 가감 없이 보여주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 모습에서 강인함을 느꼈다. 생명력을 느꼈다.


 『알래스카 한의원』에서는 주인공이 혈혈단신 아픈 몸으로, 알래스카로 떠났다가 조력자들을 만난다. 『가시고기(개정판)』에서는 아빠 혼자서 아이를 돌본다(아니, 혼자 돌보려고 애쓴다고 해야 맞는 표현이다). 『따로 또 같이, 고시원 삽니다』에서는 부부가 함께 힘을 합쳐 삶에 부딪힌다. 홀로 뭔가를 해결한다는 것은 참으로 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리적으로도 너무나 힘든 일이다. 한계가 있는 일이다. 그래서 마지막 책 부부의 모습이 마음에 크게 남았다.

  '맞아! 이게 부부지! 좋은 일보다 슬픈 일, 힘든 일이 있을 때 더 빛을 발하는 게지!'

 꼭 부부가 아니어도, 언제든 나를 돕고 나를 돌아봐 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좋을 것이다. 아니, 꼭 있어야 한다. 세상은 혼자 살아 나가기에는 너무나 버겁고 힘든 길이기 때문이다.


 이번 독서 모임을 통해 문득 깨달았다. 내가 절망의 순간에 있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알래스카 한의원의 주인공처럼 모든 것을 내려놓고 도망치듯 떠났을까, 가시고기의 아버지처럼 모든 것을 내던지고 한 곳만 바라보며 달렸을까, 아니면 고시원 부부처럼 서로를 의지하며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섰을까. 어떤 선택이 옳고 그르다고 할 수는 없다. 각자의 상황과 맥락이 다르니까.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혼자보다는 누군가와 함께일 때 우리는 더 단단해진다는 것이다.


 세 권의 책이 우연히 보여준 '함께'의 가치. 그것은 어쩌면 우리 독서 모임이 추구하는 가치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우리는 계속해서 함께 읽고, 함께 생각하고, 함께 성장해 나갈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견하는 작은 통찰들이, 우리 각자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줄 것이라 믿는다.



작가의 이전글 "근데 그거 왜 해?"라는 질문에서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