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간절히 기도하다
아이들은 봄이 속삭이는 소리를 다 안다.
살아라, 자라나라, 피어나라, 희망하라, 사랑하라,
기뻐하라, 새싹을 움트게 하라,
몸을 던지고, 삶을 두려워하지 마라!
- 헤르만 헤세, <봄의 말> 중에서.
비가 내리는 것이 반가운 아침이었다.
우산을 써도 옷이 젖을 정도로, 비가 쏟아져 내렸으면 하는 마음.
며칠째 잡히지 않는 산불로
전쟁터처럼 처참하게 되어버린 모습을 접하니,
마음이 무겁게 내려앉는다.
봄이란 모름지기 설레는 생명의 계절이 아닌가.
새싹이 싹트고, 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헤르만 헤세의 <봄의 말>에서 읊듯,
살아나고, 자라고, 피어나고, 희망하고, 사랑하며, 기뻐하고, 새싹을 움트는 계절.
이 봄에 불이라니, 너무나 잔인하다.
생명을 노래하는 '봄의 말'을 노래하기에 현실이 너무 아프다.
비가 내려주길. 비가 더 내려주길.
조창인의 <등대지기> 소설에서는 벼락에 맞아 죽어가는 아들을 위해,
치매에 걸린 노모가 자신의 속옷에 빗물을 적셔 아들의 입에 물을 묻혀주는 장면이 나온다.
죽어가던 아들을 살린 빗물처럼,
이 땅에 빗방울이 내려주기를....
살아라, 자라나라, 피어나라-
시의 말들은 어느새 간절한 기도가 된다.
잿빛 풍경 아래 고개를 내밀 새싹들에게 봄의 말이 전해지기를.
가족을 잃고 집을 잃은 이들에게
봄의 말이 가닿아 힘이 돼주기를.
잃어버린 것들을 애도하며
다시 일어설 용기를 모을 수 있기를.
비가 내리고, 새싹이 피어나며,
서로서로 보듬는 따뜻한 손길이 퍼지기를.
진정한 봄이 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