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비하_전통주 소믈리에의 우리 술 비하인드
위스키의 속담 중엔 이런 말이 있다.
'세상에 나쁜 위스키는 없다. 단지, 더 좋은 위스키가 있을 뿐이다'
전통주소믈리에가 구매 고객에게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는
"여기서 제일 잘 나가는 게 뭐예요?"이다.
그도 그럴 것이 종류는 많고 전통주는 낯설고,
구매는 하고 싶은데 맛을 가늠할 수 없어 어떤 것을 고르는 게 좋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여러 번의 고민과 망설임 끝에 묻는 그 마음을 알기에
나는 고객이 최대한 원하는 전통주를 찾을 수 있게 여러 질문을 던진다.
전통주를 접해본 적이 있는지
있다면 어떤 제품이 좋았는지, 그 술의 어떤 맛이 마음에 들었는지 등을 꼼꼼히 물은 후
그와 비슷한 전통주를 소개해드린다.
만약 처음이라면 주로 드시는 주종과 오늘 전통주를 구매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묻고, 선물이라면 선물드리는 연령대와 성별, 원하는 도수감등을 물은 뒤 추천드린다.
선물이 아니라면 어떤 자리에서 어떤 음식과 드시는지까지 세세히 묻는다.
이를테면 고객과 스무고개를 하는 것인데 주류점에서 이런 질문을 받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에
단순히 술을 사러 들어온 고객은 다소 개인적인 질문을 퍼붓는 나를 처음엔 꽤나 불편해한다.
심지어 '됐으니 그냥 아무거나 달라'는 분도 계신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술이더라도 구매자가 원하는 취향이 아니면 그 술은 실패한 술일 수밖에 없다.
유명하다는 술을 마셔보니 자신의 취향과 전혀 다르다면?
그 사람은 두 번 다시 전통주를 거들떠보지 않을 것이다.
정성 들여 잘 만든 술이라도 소비자와 이어질 수 없다면 그 술은 빛을 잃는다.
전통주소믈리에는 술과 소비자를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손님과 스무고개를 잘해야 취향에 맞는 술을 잘 찾아드릴 수 있다.
조금 개인적인 질문이라도 대부분 취향을 확실히 말해주는 경우, 실패할 확률이 적어진다.
우리 술을 접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을 여는 것이다.
그것은 다른 주종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또한 자신의 취향에 맞는 술을 찾으려면 어느 정도 시행착오를 감수해야 하는데
추천받은 술이 처음부터 내 입 맛에 딱 맞는 확률이 적기 때문에 결국 많이 시도해 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모든 전통주를 다 마셔 볼 수 없으므로 추천받은 것을 기준으로 취향의 가지를 뻗으면 된다.
예를 들어
나는 단술이 싫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마셔보니 생각보다 '단맛을 좋아하는구나'를 알게 되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단술을 좋아하는 줄 알았더니 신맛과 감칠맛이 더 취향인 경우도 있다.
나는 고객이 가게를 떠나기 전
오늘 구매한 술에 대한 피드백을 다음 방문 시 꼭 해주시길 당부드린다.
추천받은 술을 기준 삼아 좀 더 단맛을 원하는지, 신맛을 원하는지, 낮은 도수를 원하는지, 어떤 부분이 맞지 않았는지를 기억해 두었다가 소믈리에에게 말해주면 그들은 당신의 취향에 더 가까운 전통주를 추천해 줄 것이다. 전통주 소믈리에는 당신의 취향을 돕는 사람이다.
유명한 술엔 이유가 있겠지만
알려지지 않았다고 해서 못 만든 술은 아니다.
가격이 비싸다고 입에 맞는 것도 아니고
가격이 저렴하다고 별로인 것도 아니다.
단지 더 좋은 술이 존재할 뿐이다.
성격을 알 수 있는 mbti가 있듯
전통주도 취향에 맞는 나만의 mbti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tmi
취향을 찾는 것은 중요하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결국 나만 알 수 있다.
취향을 알아가는 것만큼 재밌는 일이 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