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비하_전통주 소믈리에의 우리 술 비하인드
음식은 눈으로, 코로, 입으로, 총 세 번 먹는다고 한다.
술이라고 다르지 않다.
와인을 와인잔에, 위스키를 글렌케런 잔에 마시는 이유는, 향기를 모아줄 수 있게 주둥이가 좁고 몸통은 둥근 볼 형태로 되어있어 스왈링(잔을 둥글게 돌리는 행위) 하여 '에어링'(산소와 접촉시키는 행위) 시켰을 때 숨겨진 술의 향을 깨워 풍부한 맛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음식과 마찬가지로
술도 눈으로 한번, 향으로 두 번, 입으로 세 번 마신다.
이것은 와인과 위스키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전통주 역시 같은 잔, 같은 방법으로 마신다.
와인잔 또는 위스키잔에 따른 전통주를 천천히 돌리며 빛을 비춰 보면 빛깔과 질감이 미묘하게 다르다.
막걸리는 아이보리빛과 뽀얀 우윳빛으로 나눠지고 청주와 약주는 맑은 투명색과 옅은 황금색, 진한 호박색등으로 나눠진다.
또한 질감도 서로 다른데 어느 것은 잔 벽에 진득하게 묻어 꿀처럼 흐르는 것이 있고 물처럼 맑게 떨어지는 것도 있다.
술의 텍스처로 막걸리는, 쌀로 만든 것과 밀이 들어간 것을 구분할 수 있다.
이렇게 열린 술의 향을 맡으면
알코올이 진하게 나는 것도 있는 반면, 알코올 향이 그리 느껴지지 않은 경우도 있다.
누룩에 따라서 그릭요거트 같은 신선함이 느껴지기도, 갓 지은 쌀밥의 구수한 향이 나기도 한다.
어떤 것은 아주 잘 익은,
마치 푹 익은 참외, 머스크 멜론, 새콤한 자두, 살구, 복숭아, 또는 열대 과일의 달콤한 다양한 과실향이 나기도 한다.
천천히 입에 머금으면
식전주처럼 새콤한 산미가 입맛을 돋우기도 하고
달콤한 과실이 입안을 가득 채우기도 한다.
끈적하고 진득함이 주는 바디감과 풍미로 여운이 많이 남는 술이 있고
특별하지 않은 맛이라 생각했지만 막상 음식과 페어링 했을 때 그 진가가 발휘되는 신기한 술이 있기도 하다.
이것을
밥그릇이나 양은잔, 소주잔, 종이컵등에 마셔 버리면, 향과 맛은 느끼지 못하고 알코올만 취하는 격이 돼버린다.
게다가 벌컥벌컥 마시게 되면 생각보다 많은 양을 한 번에 마시게 되므로 다음날 전통주는 머리가 아프다로 이어지는 엔딩을 맞이할 수도 있다.
이것은 막걸리뿐 아니라 전통주 전체에 해당한다.
상대적으로 접하기 쉬운 와인과 위스키는 어느 잔에 어떤 형식으로 마시는지 알고 있지만 대부분 전통주는 어떻게 마셔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 결국 양은잔에 농주처럼 마시게 된다.
이는 맥주를, 와인을 사발에 마시는 것과 같은데
이렇게 마시게 되면 아무리 좋은 술도 그 맛이 덜하게 될 것이다.
전통주는 저렴한 술.
서민들의 싼 술이라는 인식과
우리 것이라는 이유로
당연히, 아무렇지 않게, 함부로. 취급을 한다.
우리 술은 그저 그런 저렴한 술이 아니다.
명품은 '그 가치를 아는 사람이 사용'해야 진짜 명품이다.
양은잔은 우리에게 추억과 재미를 느끼게 해 수 있지만 전통주 본연의 맛과 향은 느낄 수 없게 만든다.
그러니 오늘, 가까운 바틀샵에 가서
전통주 한 병을 구입하자.
와인잔에 넣고 처음 본 친구와 인사하듯 천천히 알아가다 보면, 늘 마시던 녀석이 새롭게 다가오는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어떤 잔에 넣어서 어떻게 마시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맛을 경험하여
우리 술의 진가를 조금 더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꼭 그래봤으면 한다.
tmi
- 보리, 곡물을 발효하면 맥주가 되고, 맥주를 증류하면 위스키가 된다.
- 과일을 발효하면 와인이 되고, 와인을 증류하면 브랜디가 된다.
- 쌀을 발효하면 막걸리가 되고, 이의 맑은 부분은 다시 약주, 청주로 나뉘며, 이것을 증류하면 증류식 소주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