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비하_전통주 소믈리에의 우리 술 비하인드
가끔 이렇게 말하는 분이 계시다.
물론 그 뜻은,
현대식으로 변한 요즘 제조과정에 대해
'장인정신이 부족한 것 아니냐' 채근하는 것일 테다.
우리가 생각하는 전통은,
농사를 짓고, 누룩을 디뎌, 예전 방식 그대로 술을 빚는 모습이다.
사실 전통방식과 전통 모습 그대로 유지하는 양조장은 다수 존재한다.
또한, 몇 대를 걸쳐 집안에 내려오는 방식 그대로 빚으시는 분들도 계시다.
우린 그분들을 '명인'또는 '장인'이라 부른다.
술 빚는 행위자체가 하나의 문화재인 것이다.
이것은 분명 계승되고 보존되어야 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시대에 따라 변화했다 하여 전통이 아닌 것은 아니다.
도심 속 수많은 양조장들이 전통을 무시하며 술을 빚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예전처럼 아궁이에 불을 지펴 소줏고리를 올리지 않고
가스레인지에 스테인리스를 사용한다 하여 그것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말하고 싶다.
전통을 지키는 방식은 두 가지가 존재한다.
하나는 전통의 방식 그대로 보존하여 지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시대가 바뀜에 따라 변화되며 전통을 지속시키는 것이다.
무엇이 더 옳은 방법인가 비교할 필요는 없다.
'두 가지 모두 필요'하기 때문이다.
재밌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전통주와
법으로 정해진 전통주의 의미가 다른데,
우리는 제조 방식에서 전통주의 유무를 생각하지만, 주세법상 전통주는
무형문화재 보유자, 식품명인, 또는 농업인이나 농업법인이, 양조장 근처 소재지에서 생산한 지역 특산물을 사용해 만든 술만 전통주라 부를 수 있다.
만드는 방식이 아니라
'누가 만드느냐'가 중요한 셈이다.
그러니까 위스키, 진, 막걸리, 약주, 청주, 과실주에 상관없이
농업인이거나 문화재보유자, 식품 명인이, 양조장 근처의 지역 농산물을 사용하여 만든다면 그것은 전통주가 된다.
이것이 원소주는 전통주고, 장수는 전통주 일 수 없는 이유다.
그리고 온라인 판매가 가능한 것과 그렇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법으로는 제조방식이 아닌, 생산자와 생산물의 지역이 전통주를 결정하는 요인인 것이다.
아이러니하다.
예전 유튜브에서 어느 한국 무용가의 인터뷰를 인상 깊게 본 적이 있다.
사회자가 물었다.
'요즘 한국무용은 한국무용과 현대무용의 경계가 없는 것같이 비슷해 보인다. 전통적인 요소를 넣을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러자 무용가가 답했다.
'한국 무용엔 계승무용과 창작무용이 존재한다. 궁중무용, 민속무용처럼 전통을 계승하여 지켜져야 하는 춤은 보존되고 있다. 그래서 창작과 전통이 나뉜다. 한국창작무용은 현대적인 움직임에 비롯하여 재구성되는 것이다. 이를 테면 신발을 신지 않고 흙바닥이 아닌 곳에서 신발의 역할을 근육이 대신한다거나, 흙바닥의 역할을 근육이 한다는 것처럼 달라질 수 있다. 지금은 현대무용과 한국무용의 경계를 나누는 것에 의미가 없다. 전통방식 그대로 행하거나 한국적인 요소를 넣지 않는다 하여 한국인이 추는 춤이 한국무용이 아닌 것은 아니다. '
내가 생각하는 전통주도 같다.
전통방식을 해하지 않는 선에서 우리 술도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지키는 전통과 이어나가는 전통이 존재해야 한다.
전통을 버리고 마냥 새로우기만 해서도 안되고
전통을 보존하자고 변화하는 세상에 동떨어져서도 안된다.
사라지지 않게 지키는 것.
문화로써 이어지는 것.
두 가지가 조화롭게 공존해야 전통이 사용되고 이어지게 되는 것이 아닐까.
tmi.
- 전통과 현재를 잘 조율할 수 있는 새로운 법이 필요할지도.
- 한국인이 한국술을 빚는 행위가 전통이 아니면 무엇인가.
- 전통은 실용적으로 쓰여야 지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