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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마시면 머리 아픈 이유?

술비하_전통주 소믈리에의 우리 술 비하인드

by 한태정







'막걸리 마시면 머리 아프다고 하던데'



막걸리를 마시면 다음날 머리가 아프다.


가장 많은 오해를 받는 말이다.


어르신들로부터 구전으로 내려온 이 말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왜 막걸리를 마시면 머리가 아플까?


물론 발효주가 신체적으로 안 맞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건강상 이유를 제외하면 대부분 오해, 편견이다.



"어우 어제 막걸리 좀 마셨더니 머리가 아프네"



여기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술은 원래 마시면 머리가 아프다는 것.


그리고

섞어 마시면 더 아프다는 것이다.



잘 생각해 보라

과연 어젯밤 막걸리만 마셨는지



시작은 가볍게 맥주, 그다음 소맥,

그리고 배불러서 소주, 그 후 간단히 막걸리 한 잔


다음날 우린 끔찍한 숙취에 시달린다.

그리고 생각한다.



"아, 이게 어제 막걸리를 마셔서 그래"



막걸리는 죄가 없다.



오히려 처음부터 끝까지 막걸리만 마셨다면

의외로 숙취에서 빨리 깨어난다.



아닌데?

나는 막걸리만 마셨는데 머리가 아픈데?



그렇다면 이유는 하나다.



빨리, 많이 마신 것이다.



우리는 막걸리로 시작했지만 막상 취기가 돌고 흥이 오르



"이모, 여기 참이슬 하나요"를 외치게 된다.



그렇게 생각보다 다양한 종류의 많은 주류를 마시게 되고 결국 숙취엔딩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모든 술은 아세트알데히드가 존재하며 어떤 술이든 많이 마시면 머리가 깨진다.


그것은 당연한 결과다.



그렇다면 막걸리가 머리를 아프게 한다는 말은 거짓일까?


아주 근거 없는 말은 아니다.



쌀로 술을 빚는 것이 금지 됐던 '양곡관리법' 시행 이후, 문을 닫지 않은 양조장들은 쌀이 아닌 밀가루로 술을 빚기 시작했고, 막걸리를 간절히 기다렸던 소비자들은 저렴한 밀막걸리에 열렬히 환호했다.


쌀막걸리가 가볍고 깔끔한 느낌이라면, 밀막걸리는 걸쭉하고 쉽게 배가 차, 배고픈 이들의 소비량은 빠르게 늘었다.


거기에 열악한 제조시설과 품질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양조장들은 늘어나는 소비량에 맞춰 빠르게 판매해야 했으니, 발효 시간을 앞당기고 생산 원가를 줄이기 위해


소위 '불량 막걸리'를 만들어냈다.



당시 '카바이드막걸리'라는 무시무시한 화학품을 넣은 막걸리가 있다는 소문이 떠돌았는데


이렇게 만들어진 불량막걸리들은 쉽게 두통을 일으키고 조금만 지나도 역한 냄새와 시큼한 맛을 내었다.


또한 허가되지 않은 밀주들이 성행하게 되면서 온갖 약품(?)을 넣은 막걸리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지금의 감미료와는 다른,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은 첨가물이었다.


현재는 규격, 용량, 원재료, 가격이 신고된 것에 한해서 판매가 가능하지만, 예전엔 말통이나 주전자에 담아 팔았기 때문에 알 수 없는 막걸리들이 무수히 존재했다.


그 시대 막걸리를 드신 어른들은 모두 한 번씩 머리 아픈 막걸리를 경험한 산 증인인 셈이다.



그리하여 '막걸리 마시면 머리가 아프다'는 소문은 지금까지 이어진다.



그 영향이 현재, 감미료가 들어간 막걸리는 머리가 아프다로 이어지는데 참으로 억울하다.



재작년 막걸리에 들어있는 아스파탐이 암을 유발한다는 뉴스보도를 기억한다.


하지만 아스파탐은 2B 등급으로, 우리가 좋아하는 치킨, 삼겹살, 김치, 스팸, 젓갈보다 낮은 발암력을 가지고 있다.


요즘 유행하는 제로음료 등 우리가 먹고 마시는 음식에 소량의 아스파탐이나 감미료가 들어있는데,


막걸리의 감미료만 위험하다는 인식은 달라져야 한다.





, 감미료가 들어간 막걸리를 마시고 두통이나 복통을 일으켰다면 특정 감미료에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난 것이니 자신이 어떤 감미료에 반응했는지 확인하고 반드시 피하길 바란다.



현재의 막걸리는 숙취나 두통이 오히려 다른 술보더 덜한 편이며, 주류제조면허와 그에 따른 시설기준에 부합한 곳에서만 생산이 가능하다. 또한 규격과 용량, 재료, 가격까지 신고된 제품만 판매할 수 있으므로 안심해도 된다.



애초에 우리 술은, 음식에 진심인 선조들의 유산이니 그 술조차 진심이었을 테다.



한때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막걸리의 이미지가 다소 실추되었지만,


보다 좋은 재료로 양질의 막걸리를 만들고, 복원하는 노력이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전통주 시장을 기대해 봐도 좋다.






tmi


- 종가세였던 막걸리가 종량세로 바뀌면서 질 좋은 막걸리를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할 수 있게 되었다.


- 우리 술의 매력은, 적당히 취기가 오르다 서서히 깨고, 또다시 서서히 오르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선조들이 밤새 풍류를 즐기며 음주가무를 한 것은 이런 우리 술의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덧+)

당시 주류시장은 대부분 막걸리였기에, 소주시장으로 흐르기 위한 루머였다는 설도 있다.

'카바이드막걸리'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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