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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어는 하트키링을 달고 #2

여기에 달면 떨어질 수 있어요.

by 버들아씨 Mar 28. 2025

일 년 전 시작한 뜨개질이 재미있어 날밤을 새웠다.

목도리, 귀마개, 블랭킷, 가리개, 티코스터, 단소집, 짬날 때마다 뭔가를 만들었다.

퇴근 후 TV를 보며 뜨개바늘 잡은 손을 쉴 새 없이 놀리는 것이 휴식이 되었다. 

새끼손가락이 아플 지경이었다.


그러던 참에 아들의 캐리어가 분실되니 신경이 안 쓰일 리 없다.

들어주고 토닥이는 것 말고 또 뭐가 있을까.

한창 뜨개질에 몰입해 있던 내가 쉽게 떠올린 것이 바로 '키링'이었다.

학생들도 어른들도 가방에 주렁주렁 크고 작은 키링을 많이들 달고 다니지 않던가.

그래, 캐리어에 키링을 달아주도록 하자. 이왕이면 사랑의 '하트'로.

어떤 이는 캐리어 손잡이에 스카프를 둘둘 말고, 어떤 이는 캐리어에 커버를 씌워 각양각색으로 자신의 캐리어를 구별하고 보호하지만, 나는 키링이다.

그것은 여러 캐리어들 사이에서 빨리 내 것을 찾아내게 해주표식, 더 이상 캐리어가 분실되않게 해주는 부적이 될 것이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돌아가는 수화물들 사이에서,

엄마의 키링을 보고 누구보다 빨리 캐리어를 찾아낼 아들의 모습을 상상하며, 

나는 혼자 만족스럽게 미소 지었다.



아직 뜨린이라 스스로 창작해 만들 재주는 없으므로 뜨개질 고수들이 올린 유튜브*를 보며 키링을 만들었다.

재료는 코바늘, 자투리 실, 솜, 키링고리.

쓰고 남은 자투리실을 용하니 일석이조다. 유튜브 설명대로 뜨고, 솜을 집어넣고, 돗바늘로 솜구멍을 꿰맨 후 고리를 달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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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든 키링은 여러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다.

그리고 캐리어에도 두 개를 달고 지난겨울 제주로 여행을 떠났다.

앙증맞게 달랑거리는 키링이 흐뭇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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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캐리어를 수화물로 실어 보내는 공항카운터에서

"여기에 매단 키링은 떨어지거나 오염될 수 있는데 괜찮겠어요?" 하는 것이다.

'아! 떨어질 수도 있겠구나.'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뭐, 괜찮아요"하며 그냥 실어 보냈다.

다행히 제주를 왕복하는 비행에서 키링은 떨어지지도 오염되지도 않고 잘 달려있었다.


하지만 

'열 시간이 넘는 장시간 비행에서는 무사할까?'

캐리어가 던져지고 옮겨지고 하는 과정에서 이 가는 고리에 매달린 키링이 떨어져 버리는 것쯤은 일도 아니라는 것에 생각이 미친다.


'아무래도 겉에 다는 것은 무리야'

오히려 비행 중에 그것이 떨어져 버린다면 출장길의 좋지 않은 징조로 여겨져 내내 찜찜할 것 같다.

그래, '어서 나를 찾아가세요' 외치며 돌고 있는 듯한 수화물들 속에서 하트키링만 보고 냉큼 캐리어를 찾아내기 바라는  좀 과한 욕심이었어.

겉에 다는 건 포기하도록 하자.


그러면?

'그냥, 엄마의 마음만 달아주자'

어디에?

'가방 안에'


결국 나는 가방 안에 하트키링을 달기로 한다.

브런치 글 이미지 5


이제

'캐리어는 하트키링을 '가방 안' 달고' 

머지않아 아들과 함께 떠날 것이다.


아들아, 건강하게 출장 잘 다녀오렴.
캐리어야, 사라지지 말고 제시간에 도착해 주렴.


참고 유튜브*  

코바늘 하트키링, crochet heart keyring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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