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의 의미
기다림이라는 단어가 참 좋아졌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기다림은 인내, 절제, 사랑, 기대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고 싶을 때도, 어떤 진실을 알려주고 싶을 때도, 항상 어느 정도의 기다림이 필요합니다.
기다림의 끝은 언제일까요? 한 사람이 충분히 성장할 때까지 일 수도 있습니다. 마음이 단단해질 때까지 일 수도 있습니다. 마음을 정리할 때까지, 진실의 가치를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 순간이 가까워질수록 기다림은 가치 있어진다는 것입니다.
부모는 자식이 부모를 알아볼 때까지 인내하고 기다립니다. 하지만 그 기다림의 기간이 답답하고 짜증스럽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사랑하는 마음으로 기대하게 되는 것입니다. 자식을 기다려주는 것은 곧 그 끝에 오게 될 기쁨을 기다리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기다릴 필요가 없는 것은 컴퓨터나 로봇이지요. 필요할 때 검색하고, 필요할 때 입력하면 바로 결과가 나옵니다. 이것이 컴퓨터의 목적이고 가치이기 때문입니다. 컴퓨터에게는 기다림의 가치가 없습니다. 하지만 인격체와 인격체 사이에서는 기다림이 가치를 갖고 있습니다.
기다림의 기간에는 아무 변화가 없을 수 있습니다. 답답하고 혼란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다림은 언젠가 끝이 날 것이고 기다리던 순간은 올 것입니다.
울고 있는 한 사람이 있고 그 옆에 티슈를 들고 선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 봅시다. 지금 당장 티슈를 건넬 수도 있겠지만, 충분히 울 수 있도록, 충분히 감정이 표현되도록 기다려주었습니다. 울고 있던 사람은 옆에 위로자가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겠지만 알지 못하던 그 순간에도 위로자는 옆에 있었습니다. 위로자는 언제든 티슈를 건넬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때가 되면 비로소 티슈를 건네받고 기다림은 끝이 납니다.
대부분 기다림의 대상이 되었던 사람은 그 기다림의 의미를 쉽게 깨닫지 못합니다. 누군가의 입장에서는 준비되지 않은, 우연의 순간일지 몰라도 누군가에게는 오래도록 기다려온 순간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다림은 진정성 있는 설렘이 됩니다. 상대방에 알지 못하더라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가식도 나쁜 의도도 없습니다.
모든 것을 빠르게 해결할 필요는 없는 것입니다. 모든 것이 빠르게 해결될 필요도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누군가가, 어떤 존재가 나를 기다려주고 있을 것이라는 상상을 해봅시다.
지금까지 기다려주었다는 것을 알게 된 날에는 그동안의 많은 것들이 설명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