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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력묘자촌*

제3부 한민족의 시원 북방 08

by 정숙


끝내 비를 뿌리는 환용호 선착장, 스산한 기운이 몰려와 점점 어두워지는 물속, 갈수기를 잘못 짚은 유월의 끝자락, 그대 죽어서도 수월하게 극락세계 들라고 험준한 산세 피하여 살아생전 발길 들여놓던 비류수 강변에 안식의 집을 지었노라고.


혹여 홀본산성이 그대 눈에서 멀어질까 총총히 눈 맞추며 이 땅 지켜주시라고, 그대 가시는 길 끝까지 지켜드리겠다고, 하늘과 땅이 공존하는 무릉도원을 꿈꾸며 이 땅에 그대의 옥체를 뉘였노라고, 망망 호수의 물살을 애면글면 휘저어도,


캄캄한 물속 옥체는 찾을 길이 없으니 차라리 청개구리가 되어, 그대 영령 앞에 와글와글 떼울음이라도 울어 봤으면. 이 땅의 새 주인이 천 갈래 물길을 막아 우리의 역사를 날로 꿀꺽 삼켰으니. 이 비통함을 어찌 하오리.


*환용호에 수몰된 고구려 초기 무덤 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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