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부 한민족의 시원 북방 09
초록에 연둣빛 끝동이 싱그러운 초하의 계절 웅혼한 장군총이 천하를 호령하고 있었네. 아프고 무딘 발길 한 땀 한 땀 내딛으며 가시밭 꽃길을 걷어왔네. 아늑하게 감싸 안은 드넓은 충적평원 산자와 죽은 자가 공존하는 비옥한 이 땅에.
노령산맥이 낳은 통구하가 국내성을 에돌아 압록강에 흘러드니 아니 좋을 수 있으랴. 잘 가꾼 가로수 아래 갓 피어난 원추리 향이 고향집 담장 밑 꽃소식을 전하듯, 작약 모란 진자리 망초 꽃 흐드러져 그 속살 정겨워 가던 길을 잃었네.
고구려의 천년사직을 광개토대왕비에 새겼거늘, 비 앞에 선 내 행색이 어찌 이방인이 되어 낮선 주인이 차려놓은 밥상머리 뻘쭘한 수저 한 벌. 껄끄러운 입안이 소태 같아 발길을 돌리네. 우르르 무너져 내린 태왕릉 돌 기단을 올라 휑한 무덤 속 지키는 돌 틈에 철지난 냉이꽃.
댓돌 위에 삼지 돈 탈탈 털어 예를 올린 발길들. 세종할아버지 모셔다놓고 태왕님께 예를 올리고 돌아서며,
국강상광개토경평안호태왕비* 만세! 國岡上廣開土境平安好太王碑
*광개토대왕비의 본래 명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