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부 한민족의 시원 북방 10
오회고분5호 정남향의 묘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습기를 머금은 싸한 기류와 널방 벽면을 가득채운 사신도의 현묘한 기운이 온몸으로 쓰며든다. 출입구 좌우 안벽 주작朱雀 한 쌍이 활활 타오르는 불꽃 깃털에 화려한 벼슬을 뽐내며 춤을 추는 듯.
해와 달의 신을 중심으로 하늘을 날아다니는 오방색 문양의 용들이. 빼곡한 천장의 동쪽 벽면에는 경추를 곧추세워 긴 혓바닥을 날름거리는 청용靑龍이 번득이는 복부근육질로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앞발을 박차고 튕겨오를 것만 같은 박진감은 선조들의 웅혼했던 삶의 형상이 아닐까.
포효하듯 쭉 뻗은 뒷다리의 보폭이 스피드를 가늠하듯. 바람처럼 내달리고 번개처럼 용맹스런 기상을 지닌 백호白虎의 섬세하고 긴 꼬리의 율동감에서 강인한 생명력과 영험한 기운이 가득 차오르고, 생명을 관장하는 물 기운의 북쪽 태음신 현무玄武는 뱀이 거북이의 몸을 포물선으로 휘감아 절묘한 한 쌍을 이루는 상상 속 신비의 극치다.
이승에서 못다 이룬 생을 천상에서 다 이루시라고 고구려선조들의 예술 혼이 살아 숨 쉬는 신비의 긴 여운이 선율로 들려오는 까닭은.
*사후 세계 사방위를 지켜주는 우주적 수호신의 상상도
태왕능에서 바라 본 아들 장수왕능 / 오회고분 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