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원규 Aug 27. 2024

우레 뢰(畾, 雷)에서 파생된 한자들

말림과 이음

젖을 습(濕)의 다른 훈과 음은 '물이름 탑'인데, 이 글자는 漯으로 쓸 수 있고, 이 글자의 또 다른 훈과 음은 '물이름 루'였다. 이 한자는 물 수(水)가 뜻을 나타내고 여러/자주 루(累)가 소리를 나타내는 한자다.

여러/자주 루(累)는 밭 전(田)과 가는실 멱(糸)이 합한 글자처럼 보이기에 형성자가 아닌 회의자 같으나, 이 글자도 형성자다. 지금은 서로 다른 한자로 취급하지만, 원래는 纍(가둘 류/루) 또는 絫(더할 류)였다. 두 한자가 糸 위에 지고 있는 畾나 厽가 田으로 축약되어 지금의 글자가 되었다.

畾는 田이 삼각형 모양으로 쌓여 있는 한자라, 지금 옥편에도 '밭 사이 뢰'라는 훈음으로 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이 글자는 우레 뢰(雷)와 같은 한자이기도 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雷에 있는 田은 밭의 의미가 아니라 천둥 소리를 수레 바퀴에 견주어 나타낸 것이며, 畾도 마찬가지다.

雷의 시간에 따른 변화를 살펴보자.

우레 뢰(雷)의 변천. 출처: 小學堂

처음 상나라 시대의 갑골문에는 여러 개의 밭 전(田)이나 입 구(口) 모양을 곡선이 이어주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곡선은 번개 전(電)의 원형인 납 신(申)으로, 하늘에 번개가 번쩍이는 모습을 나타낸다. 田이나 口는 수레 차(車)의 바퀴 부분으로, 우레가 울리는 소리를 수레 소리로 묘사한 것이다.

주나라 시대의 금문에서는 田이 4개로 고정되고, 申의 형태가 남아 있기도 하고 田들을 이어주는 모양으로 바뀌기도 한다. 한편 이때부터 雨가 더해지기도 한다.

춘추전국시대로 넘어가면 雨가 글자의 일부분으로 자리를 잡고, 번개가 번쩍이는 모습을 나타내는 申이 사라지기 시작한다. 《설문해자》에서는 申이 두 개의 돌 회(回)로 바뀐 글자도 보여주며, 田이 3개로 줄어든 글자 靁를 표제로 제시했다.

예서로 넘어가서는 田이 1개로 줄어들고, 그것이 지금의 雷 자가 되었다. 그러나 파생된 한자들에서는 雨가 빠지고 畾만 남는 경우도 많다. 

우레 뢰(畾, 급수 외 한자)에서 파생된 한자는 다음과 같다.  

畾+人(사람 인)=儡(꼭두각시 뢰): 뇌자(儡子), 괴뢰(傀儡) 등. 어문회 1급  

畾+土(흙 토)=壘(보루 루): 누상(壘上), 보루(堡壘) 등. 어문회 1급  

畾+石(돌 석)=礧(바위 뢰): 외뢰(磈礧) 등. 급수 외 한자   

畾+缶(장군 부)=罍(술잔 뢰): 뇌(罍), 준뢰(樽罍) 등. 어문회 특급  

畾+糸(가는실 멱)=纍(가둘 류/루): 누누(纍纍), 누누중총(纍纍衆冢) 등. 어문회 특급  

畾+糸(가는실 멱)=纍→累(여러/자주 루): 누적(累積), 연루(連累) 등. 어문회 준3급  

畾+艸(풀 초)=藟(덩굴풀 류): 갈류(葛藟), 유리(藟裡) 등. 어문회 특급  

畾+雨(비 우)=靁→雷(우레 뢰): 뇌우(雷雨), 낙뢰(落雷) 등. 어문회 준3급  

畾+鼠(쥐 서)=鼺(날다람쥐 루): 이서(鼺鼠), 급수 외 한자  

纍에서 파생된 한자는 다음과 같다. 

纍+艸(풀 초)=虆(덩굴 류): 나리(虆裡), 유리(虆裡) 등. 어문회 특급  

累에서 파생된 한자는 다음과 같다.

累+水(물 수)=漯(물이모이는모양 탑|강이름 루): 누하(漯河) 등. 어문회 특급  

累+疒(병들어기댈 녁)=瘰(연주창 라): 나력(瘰癧), 마도라(馬刀瘰) 등. 급수 외 한자  

累+糸(가는실 멱)=縲(포승 류): 누설(縲絏), 누설지중(縲絏之中) 등. 급수 외 한자  

累+虫(벌레 훼)=螺(소라 라): 나사(螺絲), 취라(吹螺) 등. 어문회 1급  

累+馬(말 마)=騾(노새 라): 나려(騾驢) 등. 급수 외 한자

雷에서 파생된 한자는 다음과 같다.

雷+木(나무 목)=檑(뇌목 뢰): 뇌목(檑木) 등. 급수 외 한자  

雷+艸(풀 초)=蕾(꽃봉오리 뢰): 미뢰(味蕾), 적뢰(摘蕾) 등. 급수 외 한자  

畾에서 파생된 한자들.

畾에서 파생된 한자들 중에서 오래된 한자로는 술잔 뢰(罍)가 있다. 이 뇌라는 술잔은 상나라 때부터 제사 기물로 쓰던 물건이기 때문이다. 이 뇌는 조선 왕조에서도 제사 때 사용했다.

서주시대 연나라의 극뢰(克罍). 초대 연후인 극에게 하사되었다. 출처: 위키미디어 커먼스
조선에서 사용한 준뢰. 출처: 실록위키
罍의 변천. 출처: 小學堂

罍는 장군 부(缶) 대신 나무 목(木), 그릇 명(皿)을 넣은 櫑나 畾皿으로 쓰기도 한다. 《설문해자》의 표제는 櫑지만 지금은 罍로 쓰고 있다. 상나라 갑골문에서부터 雷의 초기 형태가 있는 것을 볼 수 있고, 주나라 금문에서는 더 분명하게 보인다.

위의 雷의 변화에서는 《설문해자》에서 雷의 옛 글자로 제시한 田 4개와 回 2개가 들어간 형태가 금문에서 보이지 않지만, 罍의 주나라 금문에서는 回 대신 申을 사용하고 있긴 해도 같은 배치를 하고 있는 한자를 볼 수 있다. 이 罍의 금문은 《설문해자》에서 제시한 雷의 옛 글자가 주나라 금문의 申을 回로 바꾼 형태임을 방증한다.


우렛소리가 '쿠르릉 쾅' 울리는 것을 수레가 구르는 소리에 비유해서 그런지, 또는 번개와 천둥이 칠 때 하늘에 돌돌 말리는 무늬가 나타나서 그런지, 畾에서 파생된 한자들에는 동그랗게 말리거나 맨다는 뜻, 또 그에서 나아가 이어진다는 뜻이 들어가기도 한다.


纍(가둘 류)는 糸(가는실 멱)이 뜻을 나타내고 畾(우레 뢰)가 소리를 나타내며, 실을 우레처럼 돌돌 만다, 가둔다는 뜻이 되었다. 이는 纍에서 파생된 累도 마찬가지다.

縲(포승줄 류)는 糸(가는실 멱)이 뜻을 나타내고 累(여러 루)가 소리를 나타내며, 죄인을 매는 포승을 뜻한다.

藟(덩굴풀 류)는 艸(풀 초)가 뜻을 나타내고 畾(우레 뢰)가 소리를 나타내며, 풀이 우레처럼 돌돌 말린 덩굴풀을 뜻한다.

虆(덩굴 류)는 艸(풀 초)가 뜻을 나타내고 纍(가둘 류)가 소리를 나타내며, 풀이 돌돌 말린 실 같은 형태를 이룬 덩굴을 뜻한다.

蕾(꽃봉오리 뢰)는 艸(풀 초)가 뜻을 나타내고 雷(우레 뢰)가 소리를 나타내며, 꽃이 돌돌 말린 꽃봉오리를 뜻한다.

螺(소라 라)는 虫(벌레 훼)가 뜻을 나타내고 累(여러/자주 루)가 소리를 나타내며, 껍데기가 돌돌 말린 소라를 뜻한다.

壘(보루 루)는 土(흙 토)가 뜻을 나타내고 畾(우레 뢰)가 소리를 나타내며, 흙을 이어 쌓은 보루를 뜻한다.

瘰(연주창 라)는 疒(병들어기댈 녁)이 뜻을 나타내고 累(여러/자주 루)가 소리를 나타내며, 염증 부위가 구슬처럼 이어져 있는 연주창을 뜻한다.


이상의 관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畾, 雷에서 파생된 한자들의 의미 관계도.

우레 뢰(畾, 雷)는 수레바퀴 구르는 듯한 우렛소리를 묘사한 한자다.

畾에서 儡(꼭두각시 뢰)·壘(보루 루)·礧(바위 뢰)·罍(술잔 뢰)·纍(가둘 류/루)·累(여러/자주 루)·藟(덩굴풀 류)·雷(우레 뢰)·鼺(날다람쥐 루)가 파생되었고, 纍에서 虆(덩굴 류)가, 累에서 漯(강이름 루)·瘰(연주창 라)·縲(포승 류)·螺(소라 라)·騾(노새 라)가, 雷에서 檑(뇌목 뢰)·蕾(꽃봉오리 뢰)가 파생되었다.  

畾는 파생된 한자들에 우레처럼 돌돌 말린다, 또는 이어진다는 뜻을 부여한다.

이전 26화 연이을 련(聯)에서 파생된 한자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