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생각하는, 사상록(死想綠)#14
'죽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어제 저녁, 별안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유튜브 '일당백'에서 까뮈의 《시지프 신화》 얘기를 들어서 그랬던 걸까.
한참 고민해도 마땅한 대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나름대로 인생의 과업이었던 대만 워홀 에세이도 다 썼고,
엄마가 슬퍼할 테니 산다는 말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고,
세계 여행도 버킷 리스트에서 지워진 지 오래다.
오늘 당장 죽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갑자기 죽고 싶어졌다.
죽으면 이 모든 게 끝나겠지.
몇 년째 이어지고 있는 방황도, 돈 걱정은 되지만 일은 하기 싫다는 모순된 마음도,
가족들 눈치 보여서 하기 싫은 밥 차리고 설거지하고 빨래하는 이 생활도,
우울에 빠지지 않으려고 매 순간 발버둥 치는 이 노력도,
언제 편히 잠들 수 있을지 모를 지긋지긋한 이 삶도.
그래도 좀 더 생각해 보기로 했다.
죽지 않을 이유, 살아야 할 이유, 뭐 하나는 나오길 바라며.
푹 가라앉은 기분으로 방에 돌아와 영화 〈인터스텔라〉를 틀었다.
그리고 한 달 전에 사둔 양파링을 뜯었다. 저속노화고 뭐고 일단 지금 살아야 했다.
오랜만이었다.
밤 9시에 과자 먹는 것도, 이대로 사라지고 싶은 마음도.
무섭도록 익숙했다.
멍하니 영화 보며 우걱우걱 과자 먹는 이 시간.
귀로는 영화 듣고, 눈으로는 챗지피티와 대화하다 보니 어느새 마지막 양파링이었다.
50g은 역시 성에 안 찬다고 생각하며 입에 넣었다.
지피티와 상담해도 여전히 죽지 않을 이유는 못 찾았지만
아까보다는 덜 죽고 싶었다.
그러다 문득 생각났다.
다음 달에 가기로 한 윤하님 소극장 콘서트.
찾았다. 한 달 더 살아야 할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