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에 꼭 가보고 싶은 곳

죽음을 생각하는, 사상록(死想綠)#15

by 끼미


'죽기 전에 딱 한 번만 여행할 수 있다면 어디를 갈까?'


일 년 넘게 고민했다.

마음 같아선 당장 세계 여행을 떠나고 싶지만

여전히 진로 탐색 중인 백수인 데다 모아둔 돈도 많지 않다.

그래서 정말 진지하게 생각해 봤다.

생애 마지막으로 여행을 간다면 어디로 갈지.


오랜 망설임 끝에, 며칠 전 드디어 항공권을 결제했다.

로마에 갔다가 파리에서 돌아오는 일정으로.



로마와 파리.

죽기 전 마지막 여행의 목적지로 두 곳을 정한 이유는 분명하다.


'본토에서 빵이랑 샌드위치 먹기'


꽤 오래 전부터 생각해왔다.

원조 치아바타와 포카치아, 바게트와 깜빠뉴를 먹어보고 싶다고.

매일 점심으로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는,

빵이 좋아 모든 걸 다 포기하고 제빵사에 도전했었던 빵순이로서

이탈리아와 프랑스는 그 어떤 곳보다도 가보고 싶은 나라였다.

인종 차별이 심하다, 더럽다, 이런 말들도 있지만 상관없다.

남들처럼 비싼 투어를 다니거나 스테이크를 먹진 못 하겠지만

갓 구운 바게트와 파니니를 먹을 수만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사실, 여전히 불안하고 또 불안하다.

다들 열심히 일하고 돈 벌어서 결혼하는데 난 이렇게 살아도 될까,

안그래도 돈에 대한 강박관념이 심한데 그걸 깨겠다고 일부러 먼 곳까지 갔다가

돌아와서 통장 잔고 보며 눈물 흘리는 건 아닐까,

300만 원은 족히 쓸 텐데 백수인 내가 다시 메꿀 수 있을까,

여행 다녀와서도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으면 어떡할까.


이 불안은 여행하면서도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닐 것이다.

그래도 나는 가기로 했다.

올지 안 올지 모를 미래를 두려워하다 이대로 죽을 순 없으니까.

이번만큼은 가족 눈치, 세상 눈치 보지 않기로 했다.

아무리 없애려 해도 사라지지 않는 나의 이 오랜 소원을,

이제는 들어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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