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화가의 꿈을 키우던 곳
인천 답동에 위치한 송도중학교를 나왔다.
어릴 적부터 그림쟁이가 되고 싶어서 중2 때 미술부를 들었는데 그때는 송도중학교가 고등학교까지
함께 있었던 터라 선배들이 많았고 당시 선후배 규율이 쌔서 사랑의 매라는 폭력이 난무하던 시절이었다.
특히 중3, 바로 위 선배는 친구 같기도 했지만 가장 엄격한 선배로써 때로는 공포 그 자체였다.
그런 환경 속에서 나는 선배의 무서움도 단체생활의 무서움도 이겨낼 수 있었을 만큼
미술에 흠뻑 빠져 요즘말로 미쳐있었다.
주말에는 그 비접이식 큰 이젤을 들고 꽤 먼 거리였던 차이나타운까지 이동해서
옛 일본 적산가옥과 중국 전통 가옥을 그리곤 했었다.
중2겨울!
결국, 선배들의 폭력으로 아버지와 형들의 반대로 아쉬움을 뒤로하고 미술부를 나오게 됐고
그렇게 붓을 놓고 중학교를 마치게 되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니 교육자이신 아버지는 공부를 더욱 강요하셨고 그런 아버지의 완강한 고집으로
미술을 포기해야만 했던 시절이 떠오른다.
-중화루 중국집-
-신송반점의 유니짜장-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아버지 생존해 계실 때 함께 찾던 신송반점의 유니짜장과 칼국수집!
차이나타운에 오니 그때의 아버지와 나, 무서웠던 학교선배들, 미술부교실,
그리고 몽둥이로 변해버렸던 이젤다리등이 디졸브 되어 잠시 현기증이 났다.
-담백한 맛의 해안 칼국수-
은퇴 후 어반스케쳐로 활동하고 있는 현재
미술도구를 들고 다시 찾은 차이나타운은 예전(50년 전)보다 관광객과 각종 기념품을 파는 상점들이
넘쳐나지만 크게 달라진 모습은 없다.
의자를 펴고 화판을 깔고 옛 추억을 떠올리며 붓을 잡으니 감회가 새롭다.
현재의 내 옆에
중2학년 짜리 박박 머리인 또 다른 내가 함께 그림 그리고 있는 착각에 빠져본다~
과거의 어린 내가 현재의 나이 든 나에게 말을 건다~
"결국 또 그림 그리러 왔구나?"
.
그립다, 나의 그 시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