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시화 작가님 너마저
편집자에 등 떠밀려 인그타그램 계정을 하나 파긴 팠다.
그는 거기다가 글 쓰는 모습도 올리고,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 같은 것도 올리고 팔로워도 좀 늘려놓으라고 했다.
출간된 후에는 홍보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홍보를 안 하면 책은 안 팔린단다.
맞는 말이지.
나 같은 무명작가 지망생의 책을 누가 알고 사주겠어.
파놓은 계정으로 몇 번 들락거렸으나
결국 단 한 건의 게시글도 올리지 못했다.
"작가가 말이야, 작품의 진정성으로 승부를 봐야지.
팔로워들이 책 사주길 기대하는 건 옳지 않지!"
라며 객기를 부려보고 싶지만
실제 이유는 귀찮아서였다.
SNS를 평소에 잘 안 하다 보니
남의 계정 구경하는 것도, 댓글좋아요DM 모두
거치적스럽게만 느껴졌다. 굳이 억지스럽게...
그렇게 어물쩍거리다가 편집이 끝나 책이 나왔고
지인들이 몇 권 구매해 준 것 빼곤
채 열 권도 팔리지 않는 상황을 보곤
좌ㅈ.... 아니고 예상대로 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나를 놀라게 한 사건이 있었으니.
무려 류시화 작가님이 새로 출간되는 시집을
인스타그램에 홍보하고 계시다는 거였다!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가 2023년 12월 21일에 1쇄가 나오고 불과 한 달 만에 20쇄가 나온 걸 보고
'와. 유명 인기 작가는 다르긴 다르구나..' 했는데
그런 분이 소셜네트워크에 홍보글을 올리시다니...
그런 거 안해도 충분히 책은 베스트셀러일텐데...
물론 작가님이 선뜻 나서서 그렇게 하셨을 수도 있지만
같은 글 쓰는 사람으로서(??) 작가가 글만 잘 쓰고 싶지 직접 SNS에 홍보하고 그러고 싶진 않을 것 같다.
(나의 게으름을 덮기 위한 궤변이라고 생각한다면, 거의 맞다.)
그런데도 본인 계정에 착실하게, 이뿌게 홍보글을 올리신걸 찬찬히 보다 보니 나까짓 게 무슨 용가리 통뼈라고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부끄러웠다.
후에 인스타를 더 둘러보니 류시화 작가님 뿐만 아니라 다른 작가님들도 (유명세를 떠나서) 본인의 책을 성실히 홍보 중이셨다. 나는 작가라는 직업을, 내가 쓴 책을, 출판업계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던 걸까. 직업으로서의 글쓰기를 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기대감만 있었지, 그에 합당한 책임에 대해서는 자료조사를 해보지 않았던 것 같다.
오늘 글은 확실한 자기반성과 성찰로 마무리 짓겠다.
나는 앞으로 직업작가가 되기로 했다. 나어린 아들이 나에게 "엄마는 커서 뭐가 되고 싶어요?"라고 물었을 때 머뭇거렸던 그 대답. 작가는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뜻이 틀린 건 아니지만 그게 다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조사하고 알아보고 공부하고 조금 더 진지해지자.
+ 홍보팀이 따로 있는데 순진하게도 작가님이 직접 올리셨다고 알고 있는 거라 해도... 그런다고 달라질 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