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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비에누와즈리의 나라에 다녀오다.

by 정지인


오스트리아 빈에는 유명한 비엔나 커피와 비엔나 소시지가 있지만 사실 빵순이에게 가장 유명한 것은 비에누와즈리이다. 비에누와즈리가 무엇이냐? 프랑스에선 빵을 제과/제빵 두 가지로 나누지 않고 빵류는 블랑제리, 제과류는 파티세리, 마지막으로 반죽에 버터 또는 계란을 많이 넣은 페이스트리류나 브리오슈 같은 것들은 비에누와즈리로 나눠 부른다. 여기서 비에누와즈리가 ‘비엔나의’라는 뜻이다.

초승달 모양의 크레센트롤

또한 크루아상의 유래에 관련하여서도 오스트리아가 빠지지 않는데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지만 그중 하나는 마리 앙투아네트가 결혼할 때, 오스트리아의 크레센트롤이 프랑스로 넘어가 지금의 크루아상이 된 것이라고 한다. 여담이지만 내가 가장 만들기 좋아하고 자신 있는 품목이 비에누와즈리이다. 흠흠. 신나서 서론이 길었구요. 오스트리아 빵지순례 시작합니다!


빵집에 들어가면 비에누와즈리의 세상이 펼쳐진다. 한국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제품들도 있지만 처음 보는 종류도 아주 많았다. 페이스트리 덕후는 환장할 수밖에 없다.

아이싱 된 크로아상
부어스트 크로아상
여러 버전의 퀸 아망
피칸 페이스트리


오스트리아는 살구잼으로도 유명하다고 한다. 살구 파이도 인기가 많은데 살구 반 개가 통으로 들어가 있다. 처음에 계란 노른자인 줄 알고 먹었다는 것은 비밀입니다! 따뜻하고 상큼한 게 조화가 참 특이했다. 파인애플 피자 싫어하는 사람에겐 불호일 듯.

살구 파이


소보루 같은 크럼블을 올려 만든 라즈베리 파이도 있다. 따뜻한 커피와 같이 먹으면 아주 좋아요!


아펠스트루델(Apfelstrudel), 얇게 밀어낸 반죽 안에 사과, 설탕, 계피, 건포도 등을 넣고 구운 디저트이다. 얇고 넓게 썰린 사과가 푸짐하게 들어있다. 보자마자 과일이 비싼 한국에선 단가 맞추기 힘들 거 같다는 생각부터 들어 조금 슬퍼졌다.



자허 토르테(Sachertorte), 빈의 대표적인 디저트로 초콜릿 케이크 위에 살구 잼을 얇게 바르고 초콜릿 글레이즈로 덮은 케이크. 여기에도 상큼한 살구잼이 들어간다. 생각보다 부드럽지도 무겁지도 않은 포슬포슬한 느낌이다. 약간은 푸석하다고 생각이 들 수도 있는데 같이 나오는 생크림이랑 곁들여 먹으면 또 나름 부드럽게 입안에서 조화를 줘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빈에서 걷다 보면 거의 10분에 한 개씩 베이커리와 카페가 나온다. 그중 마음에 드는 곳에 무작정 들어가도 대부분 대성공이다. 빵집에는 비에누와즈리뿐만 아니라 다른 종류의 빵 라인업도 굉장히 많았다.

왼 잡곡호밀빵, 오 빵순이의 아침 조식


카페에 가서 ‘비엔나 커피’인 아인슈페너도 한 잔 마셔보았다. 에스프레소에 크림을 얹어주는데 요즘 한국에서 정성 들여 만든 시그니처 크림 라테들에 비해선 투박한 맛이었다. 사실 이런 맛이 진짜 현지의 아인슈페너 맛일지도? 멜랑쥐라는 커피도 마셔보았는데 폼이 두꺼운 카페라테와 비슷한 맛이었다. 다 마실 때까지 폼이 사라지지 않아 끝까지 부드럽게 마실 수 있었다.

아인슈페너


오스트리아는 내륙 국가로서 독일과 비슷한 식문화를 가지고 있어 소시지나 햄도 많이 먹는다. 길거리 포장마차 같은 곳에선 햄 샌드위치나 소시지에 맥주를 먹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다.

말고기 햄을 넣어 만든 샌드위치
비엔나 소시지


그거 아시나요? 오스트리아가 맥주 생산량 세계 2위라는 것. 그래서 그런지 맥주가 싸고 대체로 맛있었다. 비가 오는데도 아침부터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카페 테라스에 앉아 맥주를 마시는 걸 보고 역시 세계 2위 답군이라 생각했다. 퇴근 시간대 공원에서도 다들 맥주 한 병씩 들고 있더라니 부럽다, 부러워! 비에누와즈리를 실컷 먹을 수 있어 좋았던 오스트리아 빵지순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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