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칠리아는 이탈리아 남부에 있는, 지중해에서 가장 큰 섬이다. 나는 시칠리아에서 가장 큰 도시인 팔레르모에 갔다. 시칠리아 섬 자체가 워낙 넓으니 팔레르모로 들어가려면 섬에 도착하고서도 기차로 3시간은 더 가야 했다.
팔레르모에는 유명한 빵과 디저트들이 많지만 내게 큰 인상을 줬던 것은 파니니였다. 이탈리아식 버거 또는 샌드위치를 파니니라 부르는데 이 에피소드의 제목을 파니니로 한 이유가 여기 팔레르모에선 음식을 주로 빵에 껴 넣어 먹기 때문이다. 물론,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주관적인 생각이다. 자, 지금부터 파니니의 향연.
팔레르모에서 또또또간집, <파니 카 메우사>. 2.5유로로 저렴한 가격에 세 번 연속으로 갔다. 처음 한 입 먹었을 땐 너무 짠데, 싶었지만 씹으면 씹을수록 내장과 치즈의 고소함이 올라오고 레몬즙이 잡내를 잡아주어 중독적인 맛이었다.
<파니 카 메우사>의 또 다른 메뉴인 파넬레와 까칠리를 넣어 만든 파니니. 파넬레(Panelle)는 병아리콩가루와 물, 소금, 후추, 올리브 오일 등으로 만든 시칠리아식 튀김이고 까칠리(Cazzilli)는 팔레르모식 감자 크로켓이다. 이것들을 빵에 끼워 먹으면 담백한 아침식사 한 끼 뚝딱.
시장에서 먹은 송아지 고기 버거. 정말 러프하게 맨 빵에 고기 넣고 슥- 반으로 잘라주는데 생각보다 질기지 않고 부드러웠다. 여기도 소금을 많이 뿌려 먹는다. 다들 건강 괜찮은 거겠지요?
보통 파니니를 만들어 먹을 때 포카치아를 이용한다고 한다. 동그란 모양도 있고 귀엽게 생긴 잠자리 모양 포카치아도 있다. 겉은 쫄깃하고 안은 촉촉한 편. 우리가 아는 폭신 폭신 부드러운 포카치아 식감과는 또 달라 재밌었다.
젤라또도 빵에 넣어 먹지요. 이것은 후식이어서 그런지 식사빵이 아닌 부드러운 브리오슈에 넣어서 주셨다.
시칠리아의 대표 디저트라 할 수 있는 칸놀로. 복수형으론 카놀리라고 부르기도 한다. 관 모양으로 된 전병 같은 튀긴 과자에 리코타 치즈로 만든 크림을 넣어 만든 디저트이다. 칸놀로를 파는 수녀원에 갔는데 내가 수녀원에서도 웨이팅을 할 줄이야… 어딜 가나 맛있는 걸 먹기 위해선 줄을 서야 되나 보다. 꾸덕꾸덕한 크림 위에 피스타치오, 캔디드 오렌지필, 초콜릿칩, 또는 체리를 토핑으로 선택할 수 있다. 아주 머리가 쨍할 정도로 단 맛이었다.
카사타. 리코타 치즈, 과일과 마지팬으로 만든 케이크로 시칠리아 전통 디저트. 카놀리 안에 넣는 크림과 베이스는 비슷한 것 같다.
시칠리아는 선인장으로도 유명한데 백년초를 과일로 많이 먹는다. 시장과 마트 곳곳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껍질을 벗겨 놓으면 씨가 엄청 많은 오이 모양에 식감과 맛은 용과와 비슷한 느낌이다. 오이 싫어하는 사람에겐 불호일 수도. 백년초 맛 물도 있는데 이건 정말 모르겠는 맛이다.
섬에 도착해서야 아란치니가 시칠리아에서 시작됐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란치니는 주먹밥을 공 모양으로 만들어 튀긴 음식인데 토마토 베이스의 라고 소스를 넣어 만든 맛이 기본이지만 크림소스로 만든 것도 맛이 있다. 내가 이탈리아어에 문외한이라 잘 모르겠지만 가게마다 아란치니, 아란치노, 아란치나 등 부르는 이름이 달랐다. 단수와 복수 차이? 아님 남성형과 여성형인가? 참 이탈리아어는 재밌는 것 같다.
시칠리아 팔레르모에서 본 밤의 건물과 조명들은 참 운치 있었다. 사람들도 정이 많고 따뜻했다. 더 나아가 빵지순례를 다니면서 빵의 속 재료를 이렇게까지나 다양하게 채워 먹을 수 있구나 새삼 느꼈다. 빵이라는 편견이 깨진 느낌이다. 이게 바로 빵이 주식인 나라의 클래스인가. 한국에 가면 빵에 순대 내장을 넣어 같이 한번 먹어봐야지. 여러분들도 한 번 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