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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 피자의 도시에 다녀오다.

by 정지인


그리스에서 페리를 타고 이탈리아에 도착했습니다! 아주 길고 긴 여정이었다. 바리라는 도시에 도착해서도 나폴리까지 가는 기차가 아직 기다리고 있지만…! 이탈리아는 지역별로 특색이 강해 여러 도시에 좀 오래 머무르고 싶어서 에피소드를 세 편으로 나눠 쓰기로 결정했다.

바리 역에서 먹은 판제로티와 아란치니


나폴리 하면 떠오르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나폴리탄 피자가 아닐까? 나폴리에 도착하자 유서 깊은 피제리아에 갔다. 마르게리따 피자를 먹었다. 이 피자는 19세기 후반에 나폴리에서 왕비 마르게리따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주재료인 토마토, 모짜렐라와 바질은 이탈리아 국기를 상징한다. 딱 먹자마자 ‘Simple is the best.’란 문장이 떠올랐다. 신선하고 건강한 맛. 우스갯소리로 왜 이탈리아 사람들이 미국과 우리나라 피자를 인정하지 않는지 알게 되는 맛이었달까.

진짜 큰데 가격은 오직 6유로


빵 좋아하는 빵순이라면 포카치아 모르는 일은 없을 만큼 근래 들어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포카치아. 보통 두툼한 네모 모양 빵 위에 여러 종류의 토핑들이 올라간 모습을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왠 걸… 여럿 포카치아 집을 가봤는데 새삼 충격적이었다.

마트에서 파는 동그란 모양의 포카치아

이제까지 했던 반죽 팬닝 작업들이 스쳐 지나갔다. 기공을 살리려고 얼마나 신경 써서 아기 다루듯 살살 반죽들을 다뤄왔었나. 나폴리의 포카치아를 보면 두툼한 포카치아, 그것만이 정답은 아니었던 것이다. 동그란 포카치아, 네모난 포카치아, 납작한 포카치아도 있고 두툼한 포카치아도 있고 가게마다 달랐다. 그리고 생각보다 더 투박했다.

얇디 얇은 반죽들


이탈리아 베이커리나 카페를 가면 돌체를 먹을 건지 살레를 먹을 건지 물어본다. 돌체는 달달한 디저트류이고 살레는 약간 짭짤한 빵이나 간식 같은 것이다. 돌체 중에 유명한 나폴리탄 럼 바바, 럼에 적셔 만든 디저트 메뉴이다. 나폴리에선 그냥 바바라고 흔히 부른다. 모양은 버섯처럼 생겼다. 럼 향이 독하지 않았고 적당했다. 입안에 넣으면 사르르 녹아 없어지는데 에스프레소와 같이 마시면 백 점이다. 기본 맛이 있고 안에 크림을 채운 것들도 있다.

초코와 피스타치오 크림이 들어간 바바


이 디저트가 세상에 존재하는지 왜 나는 여태 몰랐을까. 내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던 스폴리아텔라. 랍스터 꼬리 모양의 페이스트리이다. 아직도 한 입 베어 물었을 때의 그 식감을 잊지 못한다. 역대급으로 바삭했고 안에 세몰리나 크림과 시트러스류 제스트 맛이 좋았다. 이건 정말로 한국에 돌아가면 한번 만들어봐야지!

영롱한 페이스트리 겹들
슈가파우더가 뿌려진 스폴리아텔라



이탈리아어로 빵집은 빠네테리아. 카페는 카페테리아이다. 나의 합리적 의심: 롯데리아도 이걸 따서 지은 건 아닐까.



여행하면서 놓칠 수 없는 마트 구경. 마트에서 생이스트를 팔다니! 한 코너를 차지할 만큼 제과제빵 재료들이 저렴하고 흔하게 팔리고 있었다. 제빵사에게 너무 부러운 환경 아닌가.



이탈리아 남부는 소매치기도 많고 위험하다는 말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사람들이 성질 급한 느낌은 좀 있었지만 말도 많고 오지랖도 넓은 느낌. 대부분 친절했고 미소도 잘 지어줬다. 처음 접해보는 디저트들도 많았고 경직된 생각을 전환시켜 본 좋은 경험이었다. 아직 가보지 않은 도시들이 아주 기대가 된다. 이탈리아 빵지순례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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