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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르미 Jun 14. 2024

중소기업의 현실

상상 그 이하

입사 전 인터넷에 떠도는 중소기업 특징들에 대해 많이 봤었는데 직접 겪어보니 정말 최악이였다. 복지, 근무 환경이 좋은 대기업을 가야하는 이유를 몸소 느낄 수 있었다.


1. 잡다한 일이 많다.

좋게 말하면 얕게 많이 배울 수 있지만 업무가 정확히 나눠져 있지 않다. 발생한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하는데 다른 일까지 하다보니 업무의 집중도가 흐려져 속도가 느려진다. 또한 여러 일을 한 사람이 진행하다보니 정신이 없어 놓치기가 쉽다. 나와 사수(차장) 사이에 중간 직급이 없어 사수에게 일이 거의 다 몰렸다. 사수 입장에서는 나에게 가르치자니 일이 2배로 늘어나 일을 쳐내기가 힘드니 중간 직급이 없는 것에 나와 사수 둘다에게 큰 스트레스였다.


2.휴게실이 따로 없다.

입사 전, 휴게실이 따로 없다는점은 회사를 볼때 생각하지도 못한 부분이였다. 점심시간에도 다들 쉬지 않고 뭔가를 하는(척을?) 분위기였다. 급한 일이 있을 경우에 어쩔 수 없겠지만 따로 휴게 공간이 없으니 괜히 불편하고 눈치가 보였다. 쉬는 시간에 일을 부탁 받은 적도 있다. 빈도수가 많아지니 스트레스 받아 밖에 산책하러 나가거나 혼자 카페에 가서 여유를 즐겼다.


3.야근하는 분위기

6시가 되면 집에 가는 분위기가 아니라 야근이 일상이다. 매일이 바쁘다. 나는 일이 많지 않아 칼퇴를 자주 했었는데 야근을 해보니 8시쯤 되야 다들 퇴근하셨다. 밥도 안 먹고 일 하신다. 가끔은 퇴근 직전에 일 시키시는 분들도 있었다. 그만틈 6시엔 퇴근이라는 생각을 안 하시는거 같다. 야근 수당은 대리까지만 소액 지급 받고 과장이상 직급 부터는 야근 수당이 없다.


4.학연 지연 혈연

입사 당시 내가 다니는 회사에 학연 지연 혈연이 있을꺼라고 생각을 안 했다. 회사 생활을 계속 하다보니 회사 내부에 대해 알게 되었다. 학연 지연 혈연이 다 있어서 소름이 돋았다.

-학연

A부장님은 B상무의 대학교 동기 친구분이셨다. 실제로 나는 입사 초반에 '같은과 친구 중에 이쪽 분야로 올 친구 없냐' 는 질문을 받았았다. 진심이라고 생각을 안 했는데 알고보니 친구 소개로 입사를 하게 되면 친구 소개금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었다. 정확히 액수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알바 뽑듯이 사람을 뽑는거 같아 충격이였다.

-지연

특성화 고등학교 다니는 고3이 중소기업 지원 제도로 실습으로 왔었다. 3개월 실습이 끝나고 정규직으로 계속 다니게 되었는데 알고보니 사장 옆집분의 손자였다. 한날은 임원들끼리 소고기를 먹으러 갈때 그분도 같이 갔다. 그분이 있어도 막내일을 내가 계속 했는데 그런 관계가 있기 때문에 내가 계속한건지.. 확실히는 모르겠다.

-혈연

C상무는 사장의 조카였다. 이 분야로 사업을 하셨던 분이긴 해서 능력이 없으신건 아닌거 같긴하지만 관리자로서는 최악이였다. 크게 혈연의 영향을 안 받는다 생각했는데 아니였다. 그리고 상무가 에피소드를 한번 풀어준적이 있다. 코로나로 인해 사업이 어려워져 사장한테 상무 직급은 필요 없고 일만 하게 해달라했다고 한다. 하지만 사장이 상무한테 "안돼, 넌 내 가족이잖아"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했다. 상무가 왜 그런말을 자기에게 했겠냐고 맞춰보라고 하셨다. '가족이니 배신은 안 하니까'라고 말씀하신거 보고 나중에 부사장 전무를 다 자르고 사장 밑은 바로 상무가 되었는데 고의적으로 벌인 행동인가 의문이 들었다. 임원도 아무나 하는게 아니라 임원의 자질을 갖춘 분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야 회사가 더 잘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을 몸소 느끼게 되었다.


5. 연봉협상

나는 신입이라서 기대도 안 했지만 다른 직원분들 말씀 하시는거 들어보니 매번 동결이라고 하셨다고 한다. '연봉 협상이 아니라 강제지 않냐' 이런 대화가 오고 가셨다.


6. 체계 없음

체계가 잡혀있지 않고 회사가 조금만 힘들면 구조 조정, 다른 팀으로 변경해버리니 그런 회사에 오래 남아있는 사람이 당연히 적다. 하나의 프로젝트가 끝나기도 전에 담당자가 계속해서 바뀌니 프로젝트 일정이 계속 지연되는 현상도 발생했다. 이전 자료가 정리 되어 있지 않으니 새로운 담당자는 고생이다.



내가 다닌 중소기업의 현실은 정말 상상 그 이하였다. 이를 눈치챈 B차장은 입사한지 2-3일만에 바로 퇴사하셨다. 그분을 보고 회사가 정상은 아니라는 확신과 알게 모르게 용기를 얻었었다. 경력이 있으셔서 바로 퇴사할 수 있는 결단력과 안목이 있으신건지 모르겠지만 대단했다. 나의 경우에도 입사 초반, 회사에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 않았는데 '사회초년생', '첫직장' 이유로 꾹꾹 참았다. 첫직장에 들어가서 이상함을 눈치채고 바로 퇴사하신분들도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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