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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르미 Jun 19. 2024

감정낭비에 휘말리지 말자

수영장에서의 텃세

4일 차에 수영에 재미를 느껴 텃세를 당했던걸 잊고 있었다. 그날은 수모가 잘 안 써져서 조금 거슬린 날이었다. 유아풀에서 연습하다가 머리를 정리하고 체조시간이 되어 성인풀로 갔다.(수영강습 시작 후 10분 동안 체조를 한다) 수모에 삐져나온 머리를 거슬려하는 나의 모습을 본 건지, 체조가 끝나고 3 레일 차이가 나는 고급반 아주머니 한분이 손가락으로 나를 향해 가리키며 크게 소리쳤다. "야! 수모 똑바로 써라!" 주변 분들은 그 상황 재밌으신지 시시덕거렸다. 수영 강습 전, 블로그로 아줌마 혹은 할머니들의 텃세에 관한 여러 글을 본 적이 있어 당황하진 않았다. 수모를 더 내려써라는 말을 젊잖게 해줄 순 없는 걸까.


5일 차 강습을 들으러 갔다. 수영 전 몸과 머리를 씻고 수영 강습을 대기하고 있었다. 어떤 아줌마가 대놓고 나를 위아래로 계속 훑길래 왜 그러는 건지 의문이 들었다. 잠시 후 “안 씻었나 물기가 하나도 없네” 이러면서 꼽을 주셨다. 눈이 안 좋아서 4일 차에 꼽을 주신 분이랑 동일한 분인진 모르겠으나 동일한 무리는 맞다. 어이가 없어 팔에 있는 물기를 보여줬다. 그 무리들은 골목대장들이다. 샤워장에서도 큰 소리로 대화하며 천천히 씻는다. 다른 사람을 위해 빨리 씻고 비켜줄 생각을 못하는 건지. 이틀 연속으로 사건이 터져서 시작부터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나를 포함하여 자유형이 자유롭게 잘 안 되는 3명이 있다. 그중에서 내가 제일 못 한다. 나는 수영을 하게 된 지 5일밖에 안 됐지만 나머지 두 분은 킥판 없이 수영 기본기는 익혀진 상태이시다. 강사가 한 명씩 봐주는 시간이 있었다. 한 명씩 앞으로 나가면 잘못된 점을 집어준다고 하셨다. 앞사람 코칭이 끝나고 내가 앞으로 나가는 차례였는데 보지도 않고 앞사람 코칭을 계속해주고 있었다. 이미 내 문제점을 파악하셨나 싶었는데 역시나 아니었다. 팔 돌리기 하면서 다시 갔다 오라고 하셨다. 똥개 훈련시키나 싶어서 기분 나빴다. 하루에 안 좋은 일을 두 번이나 겪으니 기분이 안 좋고 흥미가 급격히 떨어졌다. 또 그런 상황을 마주할 거 같아 수영 가기가 너무 싫어졌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영향으로 내가 배우고 싶은 것에 의욕이 떨어지는 게 너무 싫었다. 그래서 이를 악물고 수영을 가기로 마음먹었다.


6일 차, 팔 돌리기를 하며 호흡하는 걸 배웠다. 세명 다 익숙하지 않아 다행(?)이었지만 강사가 유독 나에게만 비웃으며 크게 지적을 하였다. '뭐해요 ㅋㅋ' 틀린 자세에 대해서 지적을 해주는 건 괜찮은데 지적을 해주기도 전에 비웃기만 하니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의문이었다. 올바를 자세를 가르쳐줘야지 왜 사람을 무안하게 만드는지 모르겠다. 성격 자체가 불친절하면서 예의도 없다. 일 년 전 수영을 다녀본 친구도 다른 강사긴 하지만 못하니까 싫어하고 짜증 냈다고 한다. 같이 수영 배우는 분께서 한 달 전엔 오후 수업을 들으셨는데 여자 강사분이 친절히 가르쳐주셨다고 했다. 또한 같은 타임에 중급반 강사님은 파이팅 넘치게 잘 가르쳐주시는 거 같다. 모든 수영강사가 이상한 건 아니지만 물공포증을 가진 나에게 불친절하고 예의 없는 강사가 걸리다니...


퇴사한 회사에서도 사람에게 치이고 수영에서도 사람에게 치이니 자존감이 낮아졌다. '내가 문제 있는 건가?..' 하지만 정작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은 지금 아무 생각이 없을 거다. 나만 감정낭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더 화가 났다. 사람은 나를 행복하게 하는 동시에 화가 나게 한다. 세상에 악질인 사람이 없으면 정말 평화로울 거 같은데 어딜 가나 이상한 사람은 왜 있는 건지 모르겠다. 아무쪼록 반 변경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나의 실력을 빨리 쌓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


감정낭비에 휘말리지 말고 포기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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