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를 이기는 건 없다.
우리가 생각하는 투자자라고 하면 멋진 슈트를 입고, 수많은 컴퓨터 앞에서 차트를 분석, 모니터링하며 최신의 정보들을 분류, 분석하여 거대한 돈을 움직이는 모습을 상상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모든 일은 뉴욕 맨해튼 남부의 월스트리트에서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일들이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미국의 한 지방에 있는 조용한 동네에서 자신의 사무실 책상에 앉아서 엄청난 부를 이룬 사람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를 어질고 현명하며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뜻의 현인(賢人, Oracle)이라고 칭합니다.
세계적인 부자이자 투자계의 전설, 그리고 ‘오마하의 현인(The Oracle of Omaha)’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Warren Buffett)은 2025년, 자신이 반세기 넘게 이끌어온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의 CEO직에서 은퇴를 공식 발표했습니다. 가치투자의 대명사로 부의 축적을 넘어, 현명한 투자 철학과 검소한 삶의 태도로 전 세계 수많은 이들에게 인사이트를 전해준 인물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아쉬움과 격려를 보내고 있죠.
"나는 사무실에 앉아 하루 종일 책을 읽는다. 독서를 이기는 건 없다."
(I just sit in my office and read all day. There’s nothing better than reading.)
— 워런 버핏
1930년 미국 네브래스카 주 오마하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부터 숫자와 경제에 관심을 보이며 놀라운 기억력과 분석력을 자랑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이러한 성공비결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비결 중 하나가 바로 독서의 힘입니다. 매일 500쪽의 책을 읽으면 지식이 복리처럼 쌓인다고 말하며 실제로 지금도 이어나가고 있는 생활습관이죠. 그는 독서를 통한 지식과 사색이 자신의 투자 성공에 가장 강력한 무기이자 가장 값진 자산이라고 말합니다. 시장의 소문이나 유행이 아니라, 깊이 있는 정보와 통찰력, 그리고 장기적인 인내와 안목이 진짜 수익을 만든다는 걸 그는 평생 실천했습니다. 그에게 독서란 정보의 수집을 넘어서 사고의 훈련이자, 감정의 절제이며, 미래를 예측하기 위한 성찰의 시간이었던 것이죠.
한나라의 광무제도 군대를 이끌고 다니면서도 항상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고 한다(手不釋卷). 한데 그대는 왜 자기계발에 힘쓰지 않는다는 말인가?
— 삼국지 여몽전 (三國志 呂蒙傳)
중국 4대 기서 중 으뜸으로 치는 작품은 단연 삼국지입니다. 나관중이 지었다고 하는 이 작품은 후한의 멸망에서, 위촉오 삼국시대, 그리고 사마염의 진나라가 세워지기까지 수많은 영웅들의 이야기를 다룬 역사소설로 현대까지도 그 인기가 식을 줄을 모르고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소비되고 있는 동양 최고의 콘텐츠라고 할 수 있죠. 특히나 사자성어의 보고라고 할 만큼 다양한 고사성어가 유래되어 전해지고 있습니다.
위, 촉, 오 가운데 강동에 자리를 잡고 세력을 이루고 있는 오나라의 손권에게는 용맹한 장수 여몽이 있었습니다. 다만 여몽은 지닌 용력은 뛰어났지만 상대적으로 학식이 부족하였고, 이에 손권을 여몽을 불러 조언합니다. 후한의 황제 광무제와 위나라의 조조를 예로 들며 책을 읽고 학문에 정진할 것을 권하게 되죠. 이에 결심을 한 여몽은 이날 이후로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고, 심지어 전장에서도 독서를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친구인 노숙이 여몽을 찾았고, 여러 가지 대화를 하고 난 후에 깜짝 놀라게 됩니다. 여몽의 학식이 경지에 올랐기 때문이죠. 결국 주유, 노숙에 이어 동오의 3대 대도독의 자리에 까지 오르며 문무를 겸장한 유명한 장수로 이름을 떨치게 됩니다.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시간을 낸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지만, 전쟁의 한가운데에서도 책을 놓지 않은 여몽을 보면 조금은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인간의 기억력은 한계가 있습니다. 그리고 죽음 앞에서는 그동안 쌓아 올린 지식과 경험은 함께 소멸되고 말죠. 하지만 '말'을 만들고, 문자를 발명하며 지식의 전승과 축적이 가능해졌습니다.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겠지만 과학분야에서도 이러한 지식의 축적이 비약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죠.
세상의 모든 지식을 모아라.
— 프톨레마이오스 1세(Ptolemy I Soter)
기원전 3세기, 고대 이집트에는 인류 최초이자 최대의 도서관인 알렉산드리아 도서관(The Library of Alexandria)이 건립되었습니다. 알렉산드로스왕의 정신을 계승한 이집트의 왕 프톨레마이오스 1세는 세상의 모든 책을 모으라는 명령을 내리고, 이집트를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에게서 책을 수집하여 도서관에 보관하게 됩니다. 지식이 모이자 인재가 모였고, 고대 과학의 찬란한 전성기가 열린 것이죠.
'유레카'로 유명한 아르키메데스는 부력의 원리, 도르래, 지렛대의 원리를 정립하며 물리학의 기초를 세웠고, 에라토스테네스는 2개의 막대기와 그림자로 지구의 둘레를 정확히 계산해 냅니다. 고대의 관측 기록들을 참고한 히파르코스는 지구의 일 년, 일식과 월식의 주기, 별의 운동을 측정했고, 발명가이자 수학자 헤론은 증기기관과 자동문, 분수장치를 고안해 내죠. 이외에도 수많은 지식인, 과학자들이 전승되어 온 과거의 지식들을 바탕으로 발명과 발견을 이루어 냅니다.
이 위대한 업적들은 모두 앞선 시대의 지식이 책을 통해 살아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수차례의 전쟁과 침략, 화재로 인해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소실되었고, 그와 함께 수많은 고대 지식들도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으며, 중세라는 암흑기로 인해 과학의 발전은 정체되게 됩니다.
조선시대 양반이라 하면 집안일은 돌보지 않고, 무위도식하며 옛 학문에 매달려 사는 사람으로 인식되고는 합니다. 그렇지만 조선후기 실학자인 연암 박지원이 지은 풍자소설인 『허생전』에 주인공 허생은 달랐습니다.
허생은 10년 동안 매일 글 읽기에만 몰두하는 가난한 서생이었습니다. 7년이 될 즈음 생계를 꾸려가던 아내는 남편에게 생활고에 대하여 하소연을 하고, 허생은 자리에서 일어나 집을 나섭니다. 한양 제일의 갑부인 변 씨를 찾아가 1만 냥이라는 거금을 빌려, 안성시장의 과일, 제주도의 말총을 독점해서 수십 배의 이문을 남깁니다. 30만 냥을 이용해 변산에 들끓었던 도적 때를 복종시키기도 하고, 일본 나가사키의 기근을 도와주어 막대한 부를 이룹니다. 조선을 돌아다니며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고 변씨의 빚도 갚은 그는 어느 날 홀연히 사라지며 이야기는 끝납니다.
조선후기 무능한 학자들을 비판하고, 사회를 풍자하고자 이 작품을 쓴 박지원은 이 소설을 통해 학문과 실천이 결합된 이상적인 지식인의 모습을 그리고자 했습니다. 허생은 단순히 책만 읽는 서생이 아니라, 지식으로 현실을 분석하고, 구체적인 실천으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이었습니다. 읽는다는 것은 결국 쓸모를 위함이며, 배운다는 것은 결국 타인과 세상을 돕기 위함이라는 실학자 박지원의 뚜렷한 문제의식을 보여줍니다.
르누아르는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프랑스 화가로, 빛과 색채의 생동감을 즐겨 표현한 인물입니다. 화사하고 따뜻한 색감,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표정과 동작, 일상의 한 장면을 담은 그의 그림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잠시 현실을 잊고 ‘여유’의 세계로 빠져들게 합니다.
그림이란 즐겁고 유쾌해야 한다. 가뜩이나 불쾌한 것 투성이인 세상에서 굳이 그림마저 아름답지 않은 것을 일부러 그릴 필요가 있을까?
— 오귀스트 르누아르
그런 그는 책을 읽는 사람들을 주제로도 여러 작품을 남겼습니다. 《책 읽는 소녀》에서는 흰 드레스를 입고 햇살이 비치는 창가에 앉아 조용히 책을 읽는 두 소녀의 모습이 그려지며, 《책 읽는 여인》은 소파에 비스듬히 앉아 있는 여성의 여유로운 독서 장면을 담아냅니다. 그가 살던 19세기 후반은 산업화의 물결이 휩쓸던 시대였습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의 풍경, 소비와 효율 중심의 어지러운 사회 속에서 르누아르는 아름다움, 그중에서도 독서하는 모습이라는 조용하고 사적인 소재를 활용해서 삶의 진정한 풍요로움은 내면에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죠.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사유하는 고요한 시간이 그가 포착했던 아름다움이 아니었을까요?
독서의 장점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지식을 얻고, 문해력을 향상하며, 사고의 다양성을 기를 수 있는 등 긍정적인 영향력이 많죠. 하지만 통계에 따르면 대한민국 성인의 연간 독서량은 3.9권, 전체 성인의 60%는 1년에 1권의 책조차 읽지 않는다고 합니다. 지금 당장 독서를 시작하지 않는다고 해서 삶을 살아가는데 문제 될 것은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수치죠. 많은 사람들이 마치 독서가 인생의 만병통치약처럼 얘기하지만 읽지 않는다고 해서 문제 될 것은 없어 보입니다.
다만 한 가지 관점에서 독서가 가진 긍정적인 부분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합니다. 바로 '내 편'입니다. 가족, 친구, 직장 동료에 최근에는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로 타인과 연결된 삶을 살아가지만, 깊이 있는 유대감을 가지고 삶을 논할 수 있는 관계는 극히 제한적입니다. 인생의 희로애락 속에서, 삶의 과정을 헤쳐나가는 데, 내 편에 서서 나를 지지해 주는 응원군을 만들고 싶다면 가장 좋은 해결책이 독서입니다. 작가를 만나고, 글 속의 이야기를 접하며 우리는 공감하고, 사유하면서 지식과 지혜를 내재해 나갑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나의 내적 세계는 그들로 인해 풍요로워지는 것이죠.
르네 데카르트가 남긴 말처럼 '좋은 책을 읽는 것은 지난 몇 세기에 걸쳐 가장 훌륭한 사람들과 대화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럼으로써, 그들을 내 친한 벗(親友)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네요.
『좋은 내 편을 만들고 싶으시다면 간단합니다.
그저 좋은 책을 펼치고 읽어 내려가면 됩니다.』
하나의 명언이 하나로 흐르다.
– 일언일맥(一言一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