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언일맥(一言一脈) 새번째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

by 이민행

1.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 희망에 대하여


“After all, tomorrow is another day.”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꺼야."

— 마거릿 미첼, 『Gone with the Wind,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미국의 여성작가인 마가렛 미첼의 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마지막 부분, 주인공인 스칼렛 오하라가 남긴 마지막 대사입니다. 원래 직역하면 "내일은 또다른 내일이다."이지만 좀 더 멋지게 번역이 되어 지금의 대사가 되었다고 하네요.

소설 속 스칼렛 오하라와 실제 작가인 마가렛 미첼, 두 여성은 모두 좌절과 희망이 교차하는 인생을 살아냈습니다. 스칼렛은 남북전쟁이라는 시대적 격변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고, 모든 것을 무너뜨리는 전쟁의 한복판에 섰지만 끝까지 살아남고자 발버둥치며 절망을 견딘 인물입니다.

마가렛 미첼 또한 어머니의 사망, 이혼과 재혼, 낙마 사고로 인한 긴 요양 생활 등 인생의 수많은 고통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그 시간 동안 그녀는 침묵하지 않고, 오히려 그 고통 속에서 자신의 유일한 장편소설인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써내며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문학사에 길이 남을 고전을 남겼습니다.


2. 동양철학에서 말하는 인생의 흐름


중국 상(商)나라의 역(易)과 점괘를 저술한 주역(周易), 다른 말로 역경의 계사전(繫辭傳)에 보면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옵니다.


"궁즉변·窮則變, 변즉통·變則通, 통즉구·通則久"

"극에 이르면 바뀌게 되고 바뀌면 통하게 되며 통하면 오래갈 수 있다"


이 구절은 단순히 점괘의 해석이 아니라, 삶의 위기와 전환을 우주의 이치 속 변화의 과정으로 풀어낸 명언입니다. ‘궁(窮)’은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막다른 골목, 말 그대로 길이 끊긴 듯한 절망의 상태입니다. 하지만 이 때 멈추어서는 안되고 '변(變)'하라고 말합니다. 방향을 바꾸고, 이전의 방식이 아닌 새로운 길을 모색하라는 뜻이죠. 그렇게 변화하면 ‘통(通)’, 막힌 길이 트이며 길이 열리게 되고, 그 길이 결국 ‘구(久)’ 오래 지속되는 삶의 길로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어두운 상황은 언젠가 변하고, 변화는 길을 만들며, 그 길은 지속될 수 있습니다. 주역은 절망적인 상태에서 고여있지 않고 변화의 출발점으로 봐야 한다고 우리에게 가르침을 주고 있는 것이죠.

3. 서양철학에서 말하는 삶의 태도


고대 그리스, 로마시대를 대표했던 철학자 집단인 스토아 학파의 에픽테토스는 주어진 삶을 대하는 인간의 자세에 대하여 이렇게 말합니다.


“너에게 일어나는 일이 문제가 아니라, 그 일을 받아들이는 너의 태도가 문제다.”

— 에픽테토스 (Epictetus)


에픽테토스는 본래 노예 출신이었으며, 고문으로 인해 한쪽 다리를 절고 평생 불편한 몸으로 살아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노예 신분에서 해방된 후 철학자이자 자신의 주인인 무소니우스 루푸스에게 스토아 철학을 배우고, 자신 또한 후학을 가르치는 스승으로 살아가며 철학자로서의 삶을 완성했습니다.

그가 말한 ‘운명을 받아들이는 자세’란 세상의 모든 일은 나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일어나지만, 그에 대한 반응은 내가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운명에는 본래 좋고 나쁨이 없습니다. 좋고 나쁨은 그 운명을 받아들이는 나의 마음에 달려 있는 것이죠.

인간의 위대함은, 통제할 수 없는 세상 속에서 여전히 ‘나 자신’을 지키는 힘, 바로 그 점에 있습니다.


4. 과학에서 말하는 회복과 재생


긴 세월이 아닌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겉으로 보기엔 변화가 없는듯 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몸을 유지하고 있는 인체의 시스템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죠.

우리 몸에는 37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고, 매일 수십억 개의 세포가 죽고, 다시 태어납니다. 피부는 27일, 적혈구는 120일, 장 세포는 24시간을 주기로 교체와 재생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단단하게 우리 몸을 지탱해주고 있는 뼈마저도 10~15년마다 완전히 새롭게 리모델링이 됩니다. 매일 조금씩 새로운 나를 만들어가고 있는 셈이죠.

내일을 새로운 태양이 뜨는 것처럼, 우리 몸 역시 새로운 내일을 견디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회복하고 준비하고 있는 것입니다.


5. 스포츠에서 말하는 좌절과 극복


“나는 내 인생에서 9,000번 넘게 슛을 놓쳤고, 거의 300번의 경기에서 졌다. 그리고 26번, 경기의 승패를 결정짓는 마지막 슛을 맡았지만 실패했다.

나는 수없이 실패했고, 그랬기 때문에 성공했다.”

— 마이클 조던


'농구의 황제' 마이클 조던은 NBA에서 무려 6번의 챔피언 반지를 거머쥔 살아있는 전설입니다. 하지만 그 찬란한 성공 뒤에는, 누구보다 깊은 상실과 좌절의 시간이 있었습니다. 시카고 불스에서 3연속 우승을 이룬 후,

그는 갑작스러운 부친의 피살 소식을 듣게 됩니다. 충격은 너무나 컸고, 조던은 한때 농구계를 떠나 야구선수로 전향하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그는 돌아왔고, 세상은 그를 의심했지만, 모든 우려와 걱정을 불식시키고 또다시 3번의 우승을 차지하며 최고의 자리에 오르게 됩니다. 그가 성공한 이유는 단지 재능 때문이 아닙니다. 그는 실패하고, 무너지고, 물러서더라도 다시 시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태양은 언제나 그 자리에 떠오릅니다.


하지만 그 사실은 인지하고 받아들이는 건 오롯이 나의 몫입니다. 스칼렛 오하라가 바라봤던 태양은 여느 다른 날들의 태양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녀가 자신의 마음가짐을 새로이 하고 바라봄으로써 자신만의 내일이 되었고, 특별해 진 것입니다. 『주역』에서 말하듯, 궁하면 통하지만 궁하다는 인식, 깨달음이 먼저입니다. 어떠한 운명의 소용돌이가 나에게 몰아친다고 하더라도 그 상황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절망과 좌절 대신 희망과 용기를 갖는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그저 묵묵히 매일 새로운 나를 준비해주는 몸에게 본받아야 겠죠.


『당연히 오는 내일이 아니라, 간절히 바라는 내일로 만들어야 겠습니다.』




하나의 명언이 하나로 흐르다.

– 일언일맥(一言一脈) -

이전 02화일언일맥(一言一脈) 첫번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