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이를 키우며 - 아이와 함께

너의 시간에 내가 함께 있었음에 감사하며

by 피크히나

육아를 하면 신기한 일을 겪는다.

분명 시간이 잘 안 가는데 돌아보면 시간이 빨리 흘러갔다. 지금 가까운 시간은 느리게 느껴지는데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너무 빠른 것 같은 아이러니.


정신없이 바쁜 일과 속에서 아이에게 일정 시간 이상을 사용해야 했고, 회사에 몸이 있어도 아이에게 마음이 향해 있었다. 삶의 중심은 아이가 차지해 버렸고 그렇게 30대가 흘렀다. 돌아가고 싶지 않은 것을 보면 분명 힘들었던 것 같은데 지나간 시간이 애틋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아이는 이제 알아서 일어나고 밥을 먹고 학교에 간다. 회사에서 돌아오면 자신의 스케줄대로 잘 살고 있는 아이와 만날 수 있다. 이 얼마나 놀라운 발전인가! 씻겨주거나 재워주지 않아도 되는 것은 물론이고 시간을 계획하고 결정하는 것도 스스로 한다. 한창 육아의 가운데에서 도대체 언제 끝날지 막막해할 때 한 선배가 '좋을 때'라고 말했었다. 그 '좋을 때'는 언제나 그렇듯 그 순간에는 좋음을 만끽하지 못하고 지나간 후에 아쉬워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잘했던 것들은 과연 무엇일까?

아이와 함께 하면서 좋았던 것들은 무엇이 있나?

다시 아이를 키워도 이건 또 할 것 같은 것들은 무엇인가?



아이는 자란다.

이 당연한 말이 육아를 하면서 언제나 큰 힘이 되었다.

사춘기 아이와 함께 하는 지금은 또 다른 의미로 마음을 다잡고 있다.


지나간다는 것은 허무할 수도 있지만 또 다른 면으로는 끝이 있다는 위안을 얻었다. 언제까지 기어 다니거나 책을 읽어주어야 하는 어린아이에 머물러 있지 않다. 씻겨주는 것이 귀찮아도 그 끝이 오기 마련이고 아이는 생각보다 빨리 많이 자란다.


지금 이 순간을 감사하면서 즐기면서 보낸다면 정말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괜찮다. 매일 반복하고 있는 지겨운 육아도 정신 차려보면 지나간 과거가 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조금 덜 괴롭지 않은가? 사실, 지겨울 수 있다. 자라는 것 같지도 않고 반복되기만 하는 것 같은 답답함에 소리를 지르고 싶을 수도 있다. 뛰쳐나가고 싶은 마음도 당연하다.


아이가 나만 바라보는 그 눈빛이 귀엽다가도 어느 순간 무게로 다가올 수도 있다. 다 괜찮다. 아이만 자라는 게 아니고 나도 자란다. 첫째를 키우면서 버겁던 일들이 둘째를 키우면서 아무렇지도 않았던 기억이 있다. 조금 더 너그러워져서 그럴 수도 있지만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나도 자라 있었다. 내 품과 마음과 능력이 모두 자라고 있었다.


성장을 원한게 아니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괜찮다. 육아가 도를 닦기 위한 것은 아니기에 성장을 원한게 아니어도 성장하지 않아도 괜찮다. 다만 원하지 않아도 성장할 것이며 성장하고 있음은 확실하다.


아이가 도대체 언제 크는지 답답할 때면 사진첩을 뒤적여 보면 좋다. 지난 추억을 뒤적이며 아름다운 시간을 갖고 힘내는 의미도 있지만 작은 성장이라도 분명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누워만 있던 아이가 손을 움직이고 앉고 기고 걷는 엄청난 일이 일 년 안에 이루어진다. 사진을 보면서 그때의 감격은 물론 아이의 성장을 다시 기억하면 지금의 시간이 조금은 견딜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 아이가 겪는 엄청난 성장을 옆에서 지켜볼 수 있던 것은 감사하다. 휴직을 하고 아이의 시간 속에 함께 있었던 건 힘들었지만 제일 잘 한 일로 말할 수 있다. 어린 나이에 기관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복작이면서 편하게 지내다가 5세가 되어 유치원을 보냈었다. 지금 생각해도 아이의 성장을 옆에서 온전히 지켜보고 함께 할 수 있던 건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


다시 돌아오지 않는 어린 너의 시간에 내가 함께 할 수 있었음에 감사하며...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