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지금은 수행 중

다짐. 끝없는 다짐

by 피크히나

내 뱃속에서 열 달을 키웠다.

세상에 나온 후에도 내 시간이 없을 만큼 강하게 연결되었고 너로 가득했던 때가 있었는데 이젠 아니다.

그래 분명히 아니다.


내 시간은 너와 분리되었고

너는 내가 모르는 시간과 세상에서 살아간다.

내가 모르는 너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재미있었다. 새로운 관심사가 신기했고 매일 성장하는 모습도 기특했다. 매일 아침 방문을 열고 나오는 모습을 보는 재미도 생겼다. 키를 재지 않아도 확실히 커져서 나왔고, 자기 전 모습과 또 다른 모습으로 변신하고 나오는 것 같았다.

그렇게 새로운 모습으로 변해갔다.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책상 위에 놓여 있는 랜턴의 용도를 물었다. 너는 잠을 자기 힘들었다고 답했다. 최근에 낮잠이 늘어서 밤잠이 얕아진 것인지, 밤잠이 힘들어서 낮잠이 생긴 건지 알 수는 없었다. 다만, 수면이 흔들리면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 그렇게 늦잠과 낮잠이 힘들게 만들 수 있다고 밤에 차라리 일찍 자자고 이야기를 했다. 너는 동의했고, 좋은 대화를 나눴다고 믿었다.


하지만 몇 시간 뒤 불 켜진 방에서 자고 있는 너를 보았다. 분명 이야기를 잘 나누었고 이해했다고 생각했지만 변하지 않는 모습에 실망은 물론이고 걱정이 올라왔다.

'밤에 잠이 안 와서 힘들 텐데...'


아이에게 잔소리로 들릴 테니 더 이상 잠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러나 걱정은 다짐을 이겼고 입은 열렸다.


"지금 자면 밤에 자기 힘들지 몰라! 일어나!"

분명 큰 소리도 아니었다. 예쁘게 말하려고 순간 목도 가다듬었지만 소용없었다. 너는 인형을 던지며 날카로운 목소리로 반응했다.

"안 잤다고!"


잔 것을 알고 있다고 진실공방을 해봤자 좋을 것이 없다. 한 마디를 삼켰다.

소리를 지르고 물건을 던진 것에 대해서도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한 마디를 더 삼켰다.




분명 알고 있었다.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임을 알고 있었음에도 순간 서운했다. 어느 부모나 하는 우리 아이만은 그러지 않을 것이라는 착각이 내 안에도 가득했음을 깨달았다. 왜 우리 아이라고 날카롭게 말하지 않고 물건을 던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을까?


착각이었다. 분명한 착각.

아이는 새로운 시기를 맞이했고 시시때때로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괜스레 신랑에게 가서 입을 삐죽 내밀었다.

"괜히 말했어"

신랑이 토닥이면서 내버려두라는 당연한 조언을 한다.

‘그래. 내버려 두자.’

퇴근 후 신발을 벗기도 전에 아이는 배가 고프다고 저녁메뉴를 끝없이 물어보았다. 그 성화에 쉬지도 못하고 바로 밥을 차리고 다 먹은 그릇들을 치운 다음 빨래까지 돌린 게 억울해졌다.

‘괜히 했네. 밥도 알아서 해 먹고 빨래도 해주지 말아야지!’

어린아이가 된 듯 토라지고 싶어진다.




학원 갈 시간이 가까이 오는데도 아이는 꼼짝도 하지 않는다.

하고 싶은 말을 삼키고 다시 하고 싶은 말을 또 삼킨다.


이게 도를 닦는 것이 아니면 무엇인지. 내 할 일이나 하자 싶어서 몸을 일으켜서 더워진 날씨에 알맞게 둘째 아이 옷장 정리를 시작한다. 긴팔을 꺼내고 생긴 공간에 반팔을 차곡차곡 개어서 넣어주었다.


‘쾅!’

현관문이 큰 소리를 내면서 닫혔다.

'시간에 맞춰서 아이가 나가긴 하는구나.'

작은 안도감과 함께 아직 삐죽한 마음이 말한다.

'당연한 일에 왜 큰 소리람.'


‘그래도 시간을 잘 챙기잖아.’

'그래도 자기 일은 하잖아.'

'그래도 괜찮을 때가 더 많잖아.'

'그래도'를 무한 반복하면서 마음을 다독여본다.


다시 한번 좋게 생각하고 말을 줄이자고 다짐한다. 아이의 행동이나 태도, 생활 등에 신경을 끄자고 다짐을 해본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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