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너는 도대체 누구니?

그래. 근데 괜찮아.

by 피크히나
이 아이는 도대체 누군가?


내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아이가 아니다. 내 뱃속에서 열달을 키우고 자는 시간빼고 온 시간을 공유하면서 키웠던 그 아이가 달라졌다. 확연하게 달라졌다.



"엄마, 나 사춘기가 맞는 것 같아. 자꾸 이랬다가 저랬다가 해."

학교에 다녀온 아이가 굉장히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너무 당연한 말을 한다.

'이미 알고 있었지. 작년부터 그랬는걸' 이라는 말을 삼키고 살짝 미소지으면서 괜찮다는 표정을 만든 다음에 말한다.

"그래. 그런 것 같네. 근데, 괜찮아."


그 이상하지만 괜찮은 여러 지점들이 곳곳에서 나왔다. 알수없는 감정곡선은 둘째치고 성실하던 태도도 사라져버렸다. 가끔 이 아이가 내가 알던 아이가 맞는지 의심이 들기도 하고, 도대체 왜 저러는지 이해를 하고 싶지만 이해할 수 없는 장면들을 맞이한다.


방은 왜 저렇게 정리가 안되어 있는지, 책상에 물건이 쌓여서 숙제를 식탁에서 하기도 하고, 숙제를 아예 안해가서 전화가 오기도 한다. 이닦고 세수하고 정리하는 유아때 가르쳤던 기본생활습관들을 모두 잊은듯 행동한다. 아주 큰 문제가 벌어진 것은 아닌데 소소하게 눈에 거슬린다.


왜 저럴까?


잊어버린걸까?

귀찮은건가?

피곤한가?

...

알 수가 없었다. 모르면 가르치면 되고 늦으면 기다리면 되는데 이건 보는 사람이 당혹스러울 정도로 뒤죽박죽이었다. 잊은 것 같다가도 짜증을 내다가, 귀찮아 보이다가 아예 반응이 없기도 했다.


미친년이 널뛰는 상태

갑자기 학창시절 가정시간에 사춘기에 대해 설명하시던 선생님의 말이 떠올랐다.

지극히 정상처럼 보이다가 어느 순간 확 기분이 상해있었고, 편안하게 말을 하다가 갑자기 울기도 했다. 이건 도대체 무슨 상태인지 아이가 이해가 되지 않으니 의심이 들었다.


우리 아이만 이런가?


편안하게 사춘기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혹시 우리 아이만의 문제라면 정말 문제겠다는 생각에 주변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우선, 사춘기관련 책을 찾아읽고, 인터넷 카페 속 글도 검색해보았다. 그러나 마음에 편안함이 빠르게 찾아왔다.

우리 아이만 이런게 아니구나.


우리 집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다른 집도 난리였다. 정도와 시기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가 아이들의 성장통에 엄마들은 놀라고 있었다. 분명히 나도 지나온 시기인데 왜 이렇게 낮설고 이해가 되지 않는지도 의아했다. 물론 내 경험에 한계를 긋기에 아이는 또 다른 모습을 보였고 전혀 다른 존재이기에 색다른 문제가 끝없이 나왔다. 답답한 마음에 비슷한 나이를 키우는 친구에게 하소연을 하면 급속도로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서로 이야기를 하면서 안심하고 서로 위로하고 위로를 받았다. 이미 아이를 키운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하면 색다른 아이들의 기행도 듣게 되었다. 우리 아이는 그 정도는 아니라는 생각에 안심과 위안을 얻기도 했다. 더 나아가 점차 어떤 면으로든 심해질지도 모른다는 걱정도 들었다.


나는 너를 모른다

'왜?'라는 질문을 멈추기로 했다. 내가 어찌 알 수 있을까? 모른다는 것을 받아들였다. 내가 너인듯 너가 나인듯 보내던 시간을 뒤로 하고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앞에 섰다.


이유를 유추할 수도 없고 이유를 알아도 이해할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아이가 설명해주면 감사히 듣되 혼자서 고민하는건 그만두었다.


어쩌겠는가? 받아들여야지.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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